-
-
쫓기는 아이 ㅣ 봄나무 문학선
알렉스 시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스물아홉의 나이에
벌써 서른 가지의 직업을 거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쫓기는 아이"의 작가 알렉스 시어러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스코틀랜드 바닷가 마을에서
일찌감치 런던으로 건너 와
온몸으로 이력서를 쓴 사람인 듯하다.
도시의 밑바닥을 겪고
먹고살기 위해 생존본능을 벼려 온 사람이
작가가 되어 쓴 글에는
어딘지 그런 야생의 냄새가 묻어 있다.
태린이 느끼는 절박감과 공포,
아무렇지 않은 듯
얌전하고 침착하게 '오후의 아이'를 연기하는
태린의 감추어진 속마음을 묘사하는 문장에서도
나는 그 냄새를 맡았다.
이런 사람이 쓰는 소설은
이론과 훈련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에 비해
약간 거칠고 세련미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들은 절대 뿜어 낼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알렉스 시어러는 온몸의 감각을 일으켜 세워
늑대처럼 펜을 달렸을 것이다.
(아직 채 읽지는 못했지만 "로드"를 쓴
코맥 매카시도 그러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얼마 전 "올림픽의 몸값"으로 또 한번 자신을 입증한 오쿠다 히데오나
알렉스 시어러나
이렇게 익숙한 일상의 속살을
그렇게 예리하게 드러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경이와 감탄...
그 세계 속에서 노니는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