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노년
데이비드 스노든 지음, 유은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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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인네 노망났네.' 할때 그 '노망' 혹은 '망령'이 구체적으로는 '치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덕분이다. 내가 기억하는 외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에 대한 감정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의식적으로 외할머니와 그 치매라는 병증과 자꾸 연결짓는 것은 외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마음 때문인듯 하다.

이 부분은 짧게 요약하기 힘든 오랜 감정이라 지금 꺼내놓기는 좀 어렵다. 여기서 밝힐 수 있는 것은 다만 치매라는 것이, 품위있게 늙을 수 있는 권리를 앗아가는 고약한 질병 중 하나임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질병을 앓는 당사자도 안 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의식과 육신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가족의 고통 역시 견디기 힘든 것이리라.

그리하여 치매, 알츠하이머 병 등을 다룬 책이 있으면 관심있게 보고 있고 아니면 나중에라도 꼭 구해 읽으려고 기억해 두고 있다.

그런 개인적인 관심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치매라는 구체적인 테마 외에도 여러 가지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우선 이 책의 성격을 의학, 연구 등으로 분류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간적인 문체가 그러하다. 사실 이 책에서 치매 연구의 성과라든지 예방법의 명쾌한 방법을 취하려 한다면 무리일수도 있겠다.

연구대상, 데이터로서 수녀님들을 대하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존중해야 함을 잃지 않는 역학자 데이비드 스노든의 태도 역시 이 책에서 배울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말로 연구에 동참하고 부검에 자발적으로 동의하신 수녀님들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수녀가 되면서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뇌를 기증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수수께끼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생명의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 리타 슈발베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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