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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평점 :
의사가 의학계에 대한 책을 쓴다... 이것은 얼핏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은 굉장히 어렵고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업' 그 자체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설령 빛나는 부분에 대해 말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그림자에 대한 부분도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는 자기의 과오는 물론 동료들, 선배들의 실수, 오류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글을 쓰기 전에 이 내부고발자에 대한 조직의 앙갚음, '따'라든지 '부당한 대우' 등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조직, 특히 그 조직이 사회적으로 신화화되어 어떤 비판적 잣대도 들이대기 힘든 권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 조직의 문제를 말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명의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필자는, '완벽한 기술'로 인식되는 의학, 시술이 사실은 완전한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 있음을 알리려고, 그 미신을 깨뜨려 애쓴 공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불완전한 의학을 완전에 한걸음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길이다.
8년간의 레지던트 경험에서 나온 풍부한 자료와, 실제 자료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발로 뛴 흔적들을 보면서 -게다가 현장에서 의사로서의 일까지 하고 있으니- 대단한 작가의 열정 앞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핑계거리도 못 된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