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억중의 읽고 싶은 집 살고 싶은 집
김억중 지음 / 동녘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읽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세상은, 자기를 꼼꼼히 읽어 주기를 기다리는 텍스트들로 가득차 있으니 그 중 어느 한가지라도 택해서 느긋하고 찬찬히, 그러나 치열하게 읽는다는 것은 '철학'처럼, '종교'처럼 인생을 음미하는 것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던 걸까? 평소 주택이나 건축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던 나지만 대형 서점에서 내 눈에 걸린 이 책을 그 자리에서 사기로 했다. 실은 한번 손에 내려놓고 다른 서가를 헤매다가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집어들게 된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건축물을 한발짝 떨어져서 혹은 안에 들어가서 몸으로 느끼며 바라보는 법을 조금 배웠다. '창조적인 오독'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특히 인간이 만든 구조물인 건축물에서 인간을 느껴보아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쓴 김억중이라는 분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된다. 자기 분야의 지식 뿐 아니라 갖가지 문학적인 인용, 특히 한시, 한문구절이 적합한 자리에 맞춤으로 앉아있는데 놀랐다. 앞으로도 이 분이 대중의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읽히는 이런 책을 많이 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문장과 지적인 분위기로 달리는 글 사이사이에 있는 도면과 건축 용어에 대한 해설까지 곁들여졌으면 하는 것이다. 나같이 공간감각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기호로 표현된 공간을 읽는 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편집에서 그런 점들까지 좀더 배려를 해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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