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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병동 - 제1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성란 외 지음 / 사회평론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전태일 문학상이라는 상이름과 제5병동이라는 제목에 끌려 책을 샀다. 상 이름에 걸맞게 소설, 시, 생활/기록문 모두 노동자의 현실을 토대로 건강한 글들만 실려 있었다.
한 종합병동에서 일하는 여러 간호사들을 등장시켜 열악한 노동현실과 노동자 개인사를 엮은, 소설 부문 당선작 <제5병동>도 재미있었고 연대보증이라는 족쇄로 다 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주인공과 '놈'의 이야기 <우리 시대의 희망찾기>도 잘 읽었다. 우리나라 여성현실과 왜곡된 신앙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기도원 가는 길>도 진지하게 읽혔다.
노동 뒤에 오는 단꿀같은 휴식을 쪼개 쓴 듯한 시들도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허구와 소설적 장치, 문학의 기교를 다 버린 진솔한 생활기록문들이었다.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조합 결성과 해체까지의 기록이 눈물과 피로 새겨져있는 노영미 님의 글이 그랬고 안티 조선일보 운동을 하는 딸과 다름아닌 조선일보 신문지국에서 정당한 처우도 받지 못한채 발품을 파는 그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와 조선일보>가 특히 그러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들이라는 생각, 어디에서 무엇으로 있든 노동자라는 연대의식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자 가슴이 뻐근해졌다.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들에게 이 책을 권하면서 뒷표지에 실린 전태일의 일기 중에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라는 구절을 외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