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宇 집宙 - 지상의 집 한 채, 삶을 품고 우주와 통하다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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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고 하면, 참 쉽고 일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건축'이라고 하면 뭔가 전문가적인 냄새가 솔솔~ 풍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그리고 여차하면 건축이라는 전문가적 영역으로 흐르고 말 듯한 내용을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으로 사뿐히 내려 앉혀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책.

집의 기원에서부터 출발하여 각 시대의 주거 양식 변화를 일부 다루고 이후로 온돌이나 방, 마당, 부엌 등

주거 공간을 하나씩 나누어 서술하고 그 사이에 가신(家神)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이사이 각 시대에 따른 수도 경영과 정비, 가대제한 등의 금제에 관한 것도 일부 실어 두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에서부터 역사적 변화와 특징, 세부 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를 담고자 한 욕심 때문인지 전체적인 책의 구성 자체가  독자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든다.

각각의 장에서 보이는 서술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선의 유교적 이념 체계가 당대 주거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다가 갑자기 아파트 이야기로 넘어가고,

비슷한 시기 서양의 모습으로 연결되는 등, 논지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시기 동서양의 모습을 대비함으로써 문화적, 역사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도록

배려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일관성이 없는 서술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일부 장에서는 조선을 남존여비가 아닌 남녀유별의 사회라고 강변했다가,

그 다음 어느 장에서는 남존여비 사회라고 단정짓고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주거 형태가 정착되었다고

주장하는 맥락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는

전문적인 용어를 쉽게 풀이하면서 집과 주거 양식,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생생활의 단면을 담고자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건축물(혹은 집)이라는 물질적 대상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면모와 당대의 사회적인 이념의 영향까지

담아내려 한 지은이의 의도와 노력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독자들로 하여금 만족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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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두산동아 한국문화사 시리즈 9
국사편찬위원회 엮음 / 두산동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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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식사란? 말 그대로 복식의 역사를 말한다.

쓰고 입고 신는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문제는 우리나라 복식사가 거의 대부분 왕조나 상류층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는 것이다.

물론 남아있는 유물도, 기록도 모두 상류층에 한정되어 있으니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서술과 분석이 먼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 동안의 복식사 연구자들은 주로 옷과 쓰개, 신발 등 주로 의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따라서 복식의 형태와 물질적인 특성에 대한 분석과 연구는 매우 다양하고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것을 입었던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적 서술 방식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쉬운 글과 설명, 그림으로

우리 복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근하려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연대기적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항목을 마련하여 집필을 시도했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많은 저자들이 나누어 서술하다 보니 내용이 교묘하게 겹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여전히 복식사개론서처럼 까다로운 전문 용어들을 남발하고

일부는 대중적 미시사의 서술 방식을 택해  그냥 훑는 정도에 그치는 등

서술 관점과 방식이 달라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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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외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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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묘미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그림 그 자체에 빠져 화면 속을 조용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둘째,  때로는 키스가 쓴 글을, 때로는 옮긴이가 쓴 글을 읽으며 조용히 당시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

이 두 가지 묘미는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지속된다.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원판사진이나 흑백사진으로 접하게 되는 개화기 또는 근대의 모습을

그림 속 컬러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이사이 옮긴이가 첨부한 글에서 고증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느낄 때가 있지만,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데 그리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옮긴이가 키스의 그림과 글을 통해 표현된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동안 발간되었던 많은 책들은 우리의 근대, 개화기를 주로 기행문 형식의 글로 접하게 해주었지만

이 책은 그림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독자의 시각에 따라 보다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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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유혹 - 욕망의 문화사
조안 핑켈슈타인 지음, 김여경 외 옮김 / 청년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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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복식사 또는 의류학 중심의 우리나라 의복 연구사에 일침을 놓을 수 있는 책.

내용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패션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식하고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시각의 문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옷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접근을 배제하고 오로히 옷 자체가 가진 물리적 속성에 매달리는

우리 학계의 풍토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각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패션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책이다.

지은이가 사회학자인 탓에 사회학적인 이론이 자주 언급되는데

아쉽게도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설은 없으니, 필요하다면 다른 이론 책을 참고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존의 의상사회심리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학자들은 물론 짐멜처럼,

사회학 내에서도 그다지 입지가 넓지 않은 학자들의 시각까지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소개받는 느낌 역시 나쁘지 않다.

옷이 가진 사회적 속성, 그리고 옷을 통해 나타나는 사회 반영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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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한켤레 2006-04-1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대는 하나의 기호이며 패션은 그 상징이다"
장보들리야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내패션의 현주소는 말 그대로 철학의 빈곤인듯 합니다.
마켓size가 작은것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패션이 가장 쉬운말로 자기정체성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철학적 정체성은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학'의로서의 이론적 틀이 전무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보는 패션의 정체성,
대중문화로서의 패션이라든가 철학으로서의 패션, 혹은 시각으로 보는 패션등

번역서들만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결과물들은 많지 않을것을 보면...

질 리포베츠키의 패션의제국
다이애너 크레인의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가
패션의 유혹보다는 정리가 잘 된듯 합니다

패션업계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모야모야 2006-04-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한켤레님께서 추천해주신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 패션의 제국은 이미 제가 탐독한 책입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조선시대 생활사 3
한국고문서학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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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문서학회라는 집필진과 의식주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껴 선택한 책..

그러나 역시..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아니었다.

의식주를 통합해서 한 책에 묶어 다루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 매력이 없다.

오히려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을 각각 전문가들이 다루어 쓴 내용을 희석해서

적절히 조합해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직접적인 책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발간된 조선시대의 생활사에 관한 미시서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주목한 주제와 소재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그림과 고문서의 글,

그리고 문집이나 실록 등의 자료를 활용하였고  이미 다양한 자료들이 그들로부터 대중에게로 소개되었다.

관련된 이야깃거리와 관심사, 소재를 엮어 전달하는 방식 역시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책이 고문서를 통한 삶의 실체에의 접근이라고 특성화하고 강조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고문서에서 인용한 자료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시각의 다양화 역시 두드러지지 않는다.

내용 또한 기존 연구나 조선시대에 대한 미시사적 접근과 별다른 차별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연구서들이 간과한 부분을 짚어내는  탁월함이 엿보이는 것도 아니다.

50%로 희석된 주스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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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늘 2006-04-1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 같습니다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던걸요.

모야모야 2006-04-1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독자층은 매우 다양하니까 똑같은 책이라고 해도 독자의 성향이나 시각, 분석의 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