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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조선, 조선인 - 러시아 장교 조선 여행기
카르네프 지음, A. 이르계바예브.김정화 옮김 / 가야넷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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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외국인들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는 개화기 우리나라의 모습은 늘 조금 낯설고, 새롭다.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우리'가 바로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네 명의 러시아인이 본 조선 이야기를 번역한 이 책은 그들이 다녀간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네 명이라는 서로 다른 저자의 눈이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번역이라는 작업이 늘 그렇듯, 독자들은 번역자라는 거름망을 거친 표현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갖가지 복식 명칭이나 구성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정말로 그 명칭을 그렇게 정확히 기재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설명을 참고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번역자가 의역한, 혹은 다른 자료를 참고해 붙인 명칭이 있었다면 각주라든가, 미주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그들의 원 표현을 밝히고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조선 말, 외국인의 여행기가 단순히 흥밋거리로 읽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에게 그것은 자료로도 이용된다. 자료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번역자가 그 부분까지 배려해주었다면 훨씬 더 알차고 흥미로운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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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 흙으로 빚은 자서전 1
유동영 외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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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책 가운데서 민중자서전 시리즈가 있었다. 민중자서전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종부도 있었고, 광대나 목수, 혹은 무녀도 있었다. 그 시리즈의 가치는, 그 동안 제도권하에서 소외되었던 계층들에 주목해 그들의 삶을 살피고 나아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작업은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거의 중단되었던 듯하다.

한동안 계간지 디새집에 연재되었던 책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민중자서전과 거의 같은 포맷, 비슷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전의 민중자서전이 그 주인공 되는 이들의 삶과 더불어 당대의 문화와 삶, 생활을 소소하게 담아 정리했다면, 책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는, 여성으로의 삶과 흐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민중자서전 시리즈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면서 선뜻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읽었던 삶의 면면과 지혜, 보편적인 흐름과 혹은 생활양식의 차이를 읽어내기에는 어쩐지 부족한 면이 있다. 여성의 삶을,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 뿐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저 그들의 한많은 삶을 조용히 들여다 보는 것만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그들의 삶과 더불어 생활과 지혜, 보다 구체적인 면면까지도 함께 읽고 싶으니 말이다.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발품을 팔았을 저자들의 노력에는 더없이 큰 박수를 보낸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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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지음, 강주헌 옮김 / 이마고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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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우리나라에 많이 등장하는 역사학 분야의 번역서들 가운데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이 미시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줄무늬의 역사를 다른 이 책은 물론 커피와 와인 등의 먹을거리를 다룬 책, 도둑질의 역사를 다룬 근간까지 가히 미시사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가운데서 줄무늬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무늬 자체가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그것이 또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미시사 책이다.

두가지 이상의 색이 반복적으로 구성되었을 때, 그것은 무늬가 없는 것에 비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는 특성을 갖게 된다. 이 단순한 차이로 인해 중세에 줄무늬는 악마를 상징하는 코드로 여겨졌고, 그 이후로는 특정 계급을 나타내거나 가문의 문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론 하인이나 죄수 등을 표시하는 부정적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시대적인 배경과 당대의 사회,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달리 사용되고, 해석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 책에는 줄무늬에 부여된 의미 전환의 배경과 원인을 당대의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에서 찾고 있다. 저자와 함께 그 이유를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라. 처음에는 좀 낯설지언정 곧 그 안에 깊이 빠져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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