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조선, 조선인 - 러시아 장교 조선 여행기
카르네프 지음, A. 이르계바예브.김정화 옮김 / 가야넷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외국인들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는 개화기 우리나라의 모습은 늘 조금 낯설고, 새롭다.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우리'가 바로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네 명의 러시아인이 본 조선 이야기를 번역한 이 책은 그들이 다녀간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네 명이라는 서로 다른 저자의 눈이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번역이라는 작업이 늘 그렇듯, 독자들은 번역자라는 거름망을 거친 표현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갖가지 복식 명칭이나 구성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정말로 그 명칭을 그렇게 정확히 기재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설명을 참고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번역자가 의역한, 혹은 다른 자료를 참고해 붙인 명칭이 있었다면 각주라든가, 미주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그들의 원 표현을 밝히고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조선 말, 외국인의 여행기가 단순히 흥밋거리로 읽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에게 그것은 자료로도 이용된다. 자료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번역자가 그 부분까지 배려해주었다면 훨씬 더 알차고 흥미로운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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