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돌아온 해에 샀던 키냐르의 책 세권.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사자마자 바로 읽었고, 나머지 책 두 권은 잊고 있었다, 최근에 읽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세 권 중에서 가장 잘 읽히는 소설. 딸, 아내, 새들의 노래소리, 음악, 정원...이 책을 읽었을 무렵엔,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잠깐씩이라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참 시리게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기억한다.
눈물들은 옛 프랑크 왕국의 역사가 니타르와 그의 쌍둥이 형제 아르트니(허구의 인물이란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래도 음악혐오보다는 연이어 읽혀지는 글이다. 프랑스어가 태어나는 순간에 관한 책이라고... 음악가집안의 아버지와 언어학자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오르가니스트이자 소설가인 작가의 이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음악혐오... 참 읽기 어려웠다. 몇번을 다시 앞으로 갔다가, 덮었다가..고대 그리스, 중국, 일본까지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저자의 생각과 글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으나... 다 읽고 나니 기억에 남을 만한 구절들이 많았구나 싶다.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소리가 들리면 막을 길이 없기에 음악은 강제적이고 폭압적이기까지 하다는 것. 세이렌의 죽음의 노래처럼. 아우슈비츠에서의 음악에 대해, 그 동안은 절망을 넘고, 비극을 이겨내기 위한 음악의 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담론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음악이 유대인 학살에 협력한 유일한 예술"이라는 저자의 단언은 음악에 대해 다른 각도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 1933부터 1945년에 이르기까지 독인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에 협력한 유일한 예술이다. 음악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징발된 유일한 예술 장르다. 그 무엇보다도, 음악이 수용소의 조직화와 굶주림과 빈곤과 노역과 고통의 굴욕, 그리고 죽음에 일조할 수 있엇던 유일한 예술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P187
음악은 인간의 육체를 제 쪽으로 유인한다. 이것은 여전히 호메로스의 세이렌에 관한 이야기다. 오디세우스는 제 배의 돛대에 묶여 그를 유혹하는 음악에 포위당했다. 음악은 영혼을 붙잡아 죽음으로 이끄는 낚시바늘이다. 이것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을 읽으켜야 했던 수감자들의 고통이었다. P191
음악의 본질은 불평등이다. 청취와 복종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지휘자와 연주자와 복종자. 이것이 음악이 연주되는 즉시 성립하는 구조다.....리듬과 박자. 발걸음은 일정한 리듬을 지닌다. 곤봉으로 후려치는 것이나 인사하는 것 역시 규칙적이다. 수용소 군악대에 부여된 첫 임무이자 가장 일장적인 역할은 노역장에 들고나는 수감자들의 행진에 리듬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P192
음악가로서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에 관한 글을 써온 작가의 사유의 깊이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사료에 대한 연구가놀라움을 주는 짧지만 아주 방대한 책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할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