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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살리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옛날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떤 신하에게 임금이 자리를 주려고 하자 그 신하는 임금에게 다른 신하들이 자신을 비방하더라도 절대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임금은 그러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신하에게 벼슬을 주었지만, 그 신하의 권력이 높아갈수록 그를 비방하는 신하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그에 따라 임금은 그 신하를 의심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벼슬에서 몰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거두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 신하를 비방하던 사람들 중에는 물론 그의 잘못된 점을 비판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의 권력이 두려워 그를 악의적으로 비방한 사람들이 더욱 많았기에 그 신하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일 겁니다.

만약 당신이 왕이라면 당신은 흔들리지 않고 그 신하를 끝까지 믿어줄 수 있었을까요. 어떠한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고, 비판과 비방을 구별하여 판단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과연 자신의 판단만을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심은 과연 저만 그런걸까요?

강준만 교수가 <노무현 죽이기>에 연이어서 쓴 <노무현 살리기>를 읽는 동안 내내 저는 앞의 옛날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을 살리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여지는 문성근, 정연주, KBS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노무현 살리기라고 말해놓고서 그는 이런 이야기들로 책을 구성하고 있을까요. 그건 바로 이들에 대한 조중동의 비난이 비판의 수위를 넘어 비방·악의의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그러한 대응은 바로 노무현에 대한 대응과 전혀 다를 바가 없기에, 이들이 얼마나 허위와 악의에 근거해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후, 이러한 상황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노무현도 결국은 잘못보다 더 많은 매를 맞고 나가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옛날 이야기에서 그 신하는 노무현이겠고, 왕은 다름 아닌 그를 임명한 우리들이겠죠. 그리고 그를 두려워하는 조중동은 비방을 일삼는 사람들이겠구요.

어떻습니까, 당신도 그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그 신하를 파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사람들이 정당한 비판을 하도록 언로(言路)를 바꾸시겠습니까? 옛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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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울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북라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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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의 거울>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1 이곳과 그곳

장소를 가리키는 말로 이곳, 저곳, 그곳이 있지만, 이곳의 반대는 저곳이 아니라 그곳이다. 왜냐면 저곳은 이곳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곳은 이곳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이곳에 맞게 적용된다. 이곳 사람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이곳의 일들을 잘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는 그곳에 맞게 적용된다.

이 궁극적인 차이점 때문에 생각의 거울은 아쉬움이 남게 되어있다. 그곳(프랑스)에 사는 사람이 그곳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이기 때문에, 그곳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곳(한국)의 독자들은, 번역가의 눈에 보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독자들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곳과 그곳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을 해볼 수 있게끔 우리에게 조그만 거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이 책은 그 장점이 있다.

#2 온라인과 오프라인

당신은 서점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당신은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책을 직접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이유는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 자신의 느낌을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감촉, 디자인, 향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까지.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그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다. 내용이야 조금 보여주기는 하지만, 감촉이나 향기 등은 느낄 수 없다. 대신 온라인에서는 당신을 위한 서평들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적 구매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느낌만을 믿느냐 아니면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가지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타인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하여 나는 이 책을 온라인에서 처음 만나게 될 당신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 자신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접 서점에 나가서 이 책을 살펴본 후 결정하고, 그렇지 않고 타인의 글을 신뢰할 수 있다면 이제 장바구니 버튼을 클릭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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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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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이름을 들은 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를 보면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큰 호의를 가지고 대하는 사람, 하나는 큰 적의를 가지고 대하는 사람, 나머지 하나는 호의나 적의는 있지만 무관심한 사람.

이렇게 사람들마다 반응이 다르겠지만 하나의 점에서는 공통적인 반응을 나타낼 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엇이냐면 바로 '지겹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강준만 교수는 지겨울 정도로 왜곡된 언론관계와 그에 따라 왜곡된 정치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부류인 무관심한 사람들은 아마도 몇 번 글을 읽어본 후에 같은 주제가 반복되는 것이 식상해서 무관심해 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오는 것을 글을 읽는 사람이 지겨워할 정도라면, 대체 그 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강준만 교수가 지겹도록 같은 주제의 글을 쓴다는 것이 아니라 지겹도록 그런 문제들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연스레 문제제기는 사그라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여성문제, 인권문제가 사그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강준만 교수의 글은 지지자도 아니요, 적대자도 아닌 무관심한 자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지자들은 충분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적대자들은 충만한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무관심한 자들은 그저 뉴스나 신문을 보며 그속에서 중심을 잃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을 욕하는 것이 과연 내 생각인가, 아님 그들의 생각인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강준만 교수는 다시 이렇게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강준만 교수가 이와 같은 주제의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시기가 오는 날이 바로 오늘날의 문제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기일 것이고, 그날이 앞당겨지는 것은, 바로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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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주머니속대장경 10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 / 여시아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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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는 말그대로 보르헤스가 불교를 강의한 내용입니다. 제목에서 책의 내용을 모두 말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르헤스라는 서양인이,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서양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윤회라는 단어를 설사 모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들 전생이라는 말은 잘 쓰는 단어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이미 불교라는 종교가 체내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만큼 그 역사가 깊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윤회라는 말도 전생이라는 말도 모두 생소한 말일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를 강의하는 대상이 서양인이다 보니 그러한 개념부터 제대로 집어주고 넘어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한 보르헤스에 의해 이 책은 그다지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불교를 전혀 몰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강의라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특강의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강이라는 것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소개하는 형식에 그칠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단점이 나타납니다. 불교의 핵심 개념들을 설명한 후, 여러 종파들(대승불교, 선불교 등)을 소개하는 데, 그 소개가 미진한 점이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이 짧은 책에서 그 모든 걸 소개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면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이 길잡이만 되겠다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에서는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불교에 대해 좀 더 많고 깊은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목마름을 느낄 수 있을 책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전생에서 수많은 인연이 있어야지만 불교의 교리를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을 집어드는 순간, 당신은 당신의 전생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 당신은 당신의 내생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인연이 되시는 분들께는 '선의 나침반'을 추천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와 당신은 또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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