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전문가로 자처하는 분야가 있는데, 그건 바로 축구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2년 월드컵 전의 상황으로 가보자. 월드컵 1승을 바라며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있던 한국인들. 자칭 전문가라는 이들에게 히딩크는 불만 그 자체였다. 그에 대한 비난은 끊임없었다. ‘언제까지 테스트만 할 건가’, ‘색깔이 없다’, 심지어 ‘또 휴가?’라는 얘기까지.

하지만 히딩크는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흔들릴 법도 한데 말이다. 내가 추측하기에 그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2000년에 나온 이 책『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의 원제인 알렝 드 보통의『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를 읽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그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의심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그는 사회적 기틀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결국 배심원들의 판결에 의해 사형이 집행됐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을 부정하고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논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는 의연하게 독배를 마셨다.

저자인 알렝 드 보통은 이 일화를 들려주면서 ‘인기 없음에 대한 위안’을 얘기한다. 우리는 소크라테스와는 반대로 빈정대는 말이나 혹평을 들으면 당혹감에 시달리는데, 소크라테스처럼 그런 비평의 근거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자괴감, 나아가 인기가 없다는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본다면 히딩크가 결국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지 않은 건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에 대한 비난의 논법을 곰곰이 따져본 후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 외에도 5명의 철학자가 더 나온다. 돈이 없을 때는 에피쿠로스의 철학, 두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세네카의 철학, 부적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을 때는 몽테뉴의 철학, 실연을 당해 상심했을 때는 쇼펜하우어의 철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이 힘들 때는 니체의 철학이 저자를 통해 흘러나와서 독자를 위로한다. 그런 면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한국책 제목보다 원제인 ‘철학의 위로’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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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이 2005-06-2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겐 니체의 철학이 필요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