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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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듣다>


앤솔러지의 좋은 점은 여러 작가들의 각기 다른 색의 글을 맛볼 있다는 점이다. 이번 <듣다> 경우, 단편마다 문체가 달라 더더욱 다른 맛을 느낄 있었던 것같다.


끊어지듯 이어지는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 동화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형식의 .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김혜진 <하루치의 >, 백온유 <나의 살던 고향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있는 글이다.


인간관계에서, 사회생활에서 듣는 행위는 빠질 없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듣는 또한 중요하다. 듣기와 말하기. 균형을 잡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다시 되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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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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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 <리듬 난바다>


한낮의 반짝이는 여름 바다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어두운 밤바다가 된다. 그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빛만이 유일한, 그러나 결코 꺼지지 않는.


밀물과 썰물을 온몸으로 받아내 맨들맨들하게 잘 다듬어진 돌멩이같은 문장들이 그득하다. 사랑에 빠지는 풋풋하고도 순수한 감정과 피부를 찢겨내듯 날카로운 겨울 바람같은 마음까지. 사랑의 모든 면면이 바닷물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간다.


여름,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사고들과 엇갈리는 사랑! 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면 어울릴 것 같은 글이지만 표지처럼 밝고 가벼운 (욕+받이 방송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그 분위기도 숨겨진 이야기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


여러 인물의 시점과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되어 개개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모든 관계와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져있었다.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를 제대로 조립하고 이어 붙이려면 다 읽고 난 뒤에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같다. 그럼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 모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지 않을까.


*


서평단 미션 폼 내용 중에 이런 문항이 있다.


『리듬 난바다』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흡인력 있는 이야기, 흥미로운 등장인물, 밑줄 긋고 싶은 인상적인 문장, 시의성 있는 주제, 독특한 설정과 소재, 예상치 못한 반전.


모든 것이 돋보이는 육각형 글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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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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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원, 추혜인 <나이 들고 싶은 동네>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찬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비혼주의인 나에게 꿈과도 같은 그곳이 서울 은평구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표지만큼이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이 책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줄여서 ‘살림’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글이다.


누구 하나 차별하지 않고 배려있게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기꺼이 타인을 돕는 사람들. 부담없이 돌보고, 돌봄 받는,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살고 싶을만한 동네였다.


따뜻하고 미소 지어지는 에피소드들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항상 웃음꽃이 피어나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살림’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마 책에는 쓰지 못했을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특히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옳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때로는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때로는 당사자가 느낄 수 있게끔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 살림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사람 곁에 또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누구 한 사람 덕분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여러 마음으로 온기가 유지된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점점 많아져 언젠가는 나이 들고 싶은 나라가 되고 모두가 내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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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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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토레스 <암전들>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 아래 묻혀있는 수많은 과거의 사실들을 파헤치고 불러오는 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호한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는 것만 같다.


‘네네’라는 애칭으로 불린 젊은이와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노인 ‘후안’이 나누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흐른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어떤 사실적인 자료들과 함께 검은 마카로 지워진 얼굴과 활자들. 추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의미에서 시(詩)의 세계와 닮아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편하고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개별적으로 흘러 내가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어떤 부분은 영화 극본 형식으로 표현되었으며,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는 파트 등등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책을 영화로 비유하자면 상업보다 독립예술영화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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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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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스트호프 <먼지가 가라앉은 뒤>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사고를 겪은 이들이 불운한 것이 아니라,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어제와 같은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재난. 그 혼란의 중심에서 빠르게 대처하고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일까지. 그 모든 과정에 그녀가 있다. 그녀가 하는 일들은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시 그런 재난이 일어나더라도 이전보다 더 빠르고 나은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 


재난 복구 전문가가 수많은 재난을 겪고 쓴 에세이는 재난의 단편만 바라보던 내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겪어본 적 없는 내가 어림짐작만 하던 상황과 감정, 트라우마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고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건 피해자, 유가족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곁에서 도왔던 재난 업계 종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감각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겨우 잊고 살다가도 현장에서 보았던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트리거가 되어 언제든 그날의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살아남은 이들은 언제 또 그와 같은 사고를 겪을지 몰라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 단 한 번의 재난이 살아남은 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불안이 줄어들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안락한 집을 잃은 좌절 속에서도, 나와 가장 가까운 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그들은 앞을 향해 나아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나만의 속도로 희망을 품고 나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과 상실이 만연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복구 작업 중일 분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일상이 하루 속히 평안해지기를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싶다.




#재난 #복구 #먼지가가라앉은뒤 #루시이스트호프 #창비 #에세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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