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삶 - 개정판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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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찾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것뿐이다. 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서니는 말을 잔인하게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것처럼 말했다. 서니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요. 저는 사랑을 원하지 않아요. 아빠의 관심도 원하지 않아요. 어차피 가짜라고 생각해요. 혹시 모르실지 모르지만, 아빠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타운에서 아빠가 어떤 평판을 얻느냐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제가 혹시나 거기에 상처를 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고요."

"말도 안 돼. 너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보아 온 것은 아빠가 모든 일에 매우 주도면밀하다는 거예요. 우리의 예쁘고 큰 집에서도, 이 가게에서도, 모든 손님들에게도. 보도를 쓸고 다른 가게 주인들하고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자신을 한 번 보세요. 아빠는 마음에도 없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척과 예의만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아빠는 늘 다른 사람에게 이상적인 파트너이자 동료가 되려고 하죠." -p, 136

 

 

 

 

 

 

 



 

 

 

 

 

 

가끔 내 본연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가족들 앞에서의 내 모습, 친구들 앞에서의 내 모습(심지어 어떤 친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일을 할 때의 내 모습, 남자친구 앞에서의 내 모습, 나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다 다르다보니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다보면 하나로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고, 또 아직도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왜 매번, 잠들기 전이면 내 미래는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걸까. 불안하다. 그냥,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아.

 

'불안'의 저자 알랭드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 주위의 대부분은 잠들기 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감정인 시기심은 우리 주위에 팽배한 '성과주의'의 영향이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감정적 보상을 물질적 취득과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것을 나의 성공으로 연결시킨다.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나의 성공을 잃게 된다'

모든걸 '돈'으로 판단하고 수많은 평가요소를 만들어낸다. 나를 점수 매기고, 남을 점수 매긴다. 때문에 불안은, 당연하다.

 

당신이 불안감을 놓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들이 보는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대한 성취를 평가하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면,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성공적인 것이다.

 

 

 

 

어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꾸짖음을 당했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그걸 하다가 나중에 성공하지 못할까봐 무섭다고. 그래서 시도를 못하겠다고. 부모님이 원하는 공무원을 위해 시험 준비를 하자니 그건 내키지 않아서 못하겠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친구가 '너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니가 원하는 걸 아는데도 왜 부모님이 원하는 일을 준비하려고 해? 넌 겁이 너무 많아. 우린 아직 어리니까 뭐든 다 해봐!' 라면서 화를 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위해 그렇게도 애를 쓰며 나 자신을 감추어간다. 내가 세워놓은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따라 그 기준에 부합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척을하고 또 척을 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기준을 따라가다보면 어떤 일을 성취했음에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고 '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아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진작 깨닫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면 될텐데 나는 겁이 너무 많다.

 

 

 

 




 

 

 

 

 

 

 

 

 

이창래 작가의 <척하는 삶>이라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닥 하타를 보며 나를 자꾸 되돌아보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삶.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줄법한 삶을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70대 노인이 되었다. 한국계 일본인으로 미국으로 이민와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삶. 그 삶으로 인정은 얻었지만 무언가 '허함'을 자꾸 느끼게 된다. 과거를 자꾸 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양녀로 애지중지 키웠지만 자신을 떠나버린 딸에 의해서도 자신이 지금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그런지 이 소설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소설의 주인공인 닥 하타는 일본군 군의관으로 활동을 했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소설은 처음 접해서그런지, 이게 그저 소설 속 이야기였으면 할 정도로 잔인하고 또 잔인했다.

 

결론은 나도 70대 노인이 되어 죽음을 앞두었을 때 후회를 하기 보다 아직 젊은 지금, 무엇이든 용기를 내서 해봐야하지 않을까. 정말 나를 위해서. 조급함은 잠시 뒤로 해두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행동은 하고 저런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는지, 과거를 기쁜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아니면 평정한 마음 또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내 생각에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할 때조차 완벽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 아는 일이지만, 과거란 결국 매우 불안정한 거울이어서 너무 가혹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어 주기 십상이며, 따라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 진실을 비추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p, 13

 

 

레니 바네르지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의 순간들이라는 것이 꼭 적확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느낌, 그렇게 '가치'가 충만하고 묵직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그 순간, 있는 그대로이면 된다. 이 경우에는 나와 레니가 다시 한 번 농담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가벼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일 뿐이다. -p, 58

 

 

요즘에는 사람의 유년기가 놀랄 만큼 취약한 시절이라는 것에 대하여 공적인 논의와 토론이 아주 많다. 시기와 상황이 사람의 성격과 관점, 심지어 행동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멋대로인 아이가 공동체의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도와야 하며, 이것을 무시하면, 기본적으로 훌륭한 본성을 가진 아이라도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고, 심지어 병적이 되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이 근래의 통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아버지 없이, 낙인찍힌 가족으로 살아야 했던 베로니카는 어떻게 이렇게 나름 훌륭하게 성장한 것일까? 아이의 어머니인 코모 경관은 어떻게 했길래 딸의 마음에서 타고난 기품과 선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베로니카든 다른 사람들이든 실제로는 신의 뜻에 따라, 또는 약간의 우연에 따라 한 가지 기질, 딱 한 가지 기질만 지니고 있을 뿐이고, 겉보기에 변종으로 보이는 것들은 각각의 윤곽, 일상적인 장식물에 불과한 것일까? -p, 97, 98

 

 

"그냥 현실적으로 얘기하는 것일 뿐이야. 네가 너무 순진하기 때문에 내가 좀 그럴 필요가 있어. 이 애가 강하다고 생각하시죠? 저런 살인 이야기나 읽고 있으니까. 또 엄마가 경찰관이니까. 하지만 정반대예요. 이 애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아요."

"믿고 싶지 않아요."

베로니카는 내 쪽을 흘끔거리며 말을 잇는다.

"내 좋은 친구 프랭클린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이 문제를 똑같이 보고 있죠, 그렇죠?"

"그렇고말고."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말소리가 느낌보다 더 깊다. 나는 이제 뭘 '본다' 해도 내가 보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 중간쯤으로 우리가 삶에 기대하는 것 때문에 만들어 놓고 공유하는 환상인지. 아니면 이렇게 묻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최대한 버텨 내고 만족하고 목적을 부여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만 할까? 베로니카는 이런 면에서는 벌써 부자인 것 같다. 그리고 열네 살 짜리 소녀로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베로니카가 믿도록 놔두자. 나 프랭클린 하타, 은퇴한 가정 의료 기기 사업자, 원래의 국적을 버린 사람이자 참전 용사이고, 이제는 교외에서 왕복 수영을 즐기는 둘도 없는 헤엄꾼. 그 헤엄꾼은 인생이 저물 무렵임에도 현재로서는 조건부 기능밖에 할 수 없다. 나는 기꺼이 베로니카에게 의지하여 이 아이를 따라갈 것이다. 어쩌면 지난 이틀 동안도 그랬는지 모르지. -p, 116, 117

 

 

"난 네가 찾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것뿐이다. 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서니는 말을 잔인하게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것처럼 말했다. 서니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요. 저는 사랑을 원하지 않아요. 아빠의 관심도 원하지 않아요. 어차피 가짜라고 생각해요. 혹시 모르실지 모르지만, 아빠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타운에서 아빠가 어떤 평판을 얻느냐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제가 혹시나 거기에 상처를 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고요."

"말도 안 돼. 너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보아 온 것은 아빠가 모든 일에 매우 주도면밀하다는 거예요. 우리의 예쁘고 큰 집에서도, 이 가게에서도, 모든 손님들에게도. 보도를 쓸고 다른 가게 주인들하고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자신을 한 번 보세요. 아빠는 마음에도 없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척과 예의만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아빠는 늘 다른 사람에게 이상적인 파트너이자 동료가 되려고 하죠." -p, 136

 

 

이따금씩 내가 정말 누구인지 잊어버린다. 아래층 부엌에 앉아서, 수영장가의 긴 의자에 앉아서, 여기 침대 속에 이불을 덮고 앉아서,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는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잊는다. 산책과 수영과 차를 마시는 규칙적인 활동. 내 일상의 사소한 장식과 행위, 내가 내 삶의 상징적 깃발로 만들어 놓은 것. 왜 내가 그런 일들을 하는지, 왜 그런 일들이 나에게 흥미나 위로나 기쁨을 주는지 잊는다. 한밤중에 일어나 옷을 입고 타운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나를 닮은 사람이 주었던 눈길, 그 사람의 성격, 행동의 종류들을 짐작해 보려는 것이다. 어떤 것들 또는 어떤 범주의 일들이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방식으로 그를 규정하는지에 대해. 그러나 나는 평소의 것들을 잊었다. 그의 친구는 누구인지, 그가 아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심지어 그에게 박약하고 연약한 가족적 유대가 있다는 것도 잊었다. 미미하게나마 그의 마음에서 옛 기억의 자취를 되살려 주는 것은 그것뿐임에도. 그는 밤에 타운 중심가를 걷는다. 너무 어두워서 그의 옛 가게에 가도 진열장에는 모습이 비치지도 않는다. 순찰차가 그를 세운다. 뭐하느냐고 묻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진짜로 걷는 게 아니야. 나는 진짜로 여기 있는 게 아니야. 그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순찰차가 천천히 뒤를 따른다. 그의 길을 밝혀 준다. -p, 394, 395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나는 내가 늘 갈망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K가 원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받아들여지는 질서 속에 자기 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그녀는 훌륭한 품성을 갖춘 젊은 여인이 되어, 그녀의 아버지에게 남동생만큼이나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다. 그녀는 배움과 우아함에 기초한 독립을 원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헌신할 수 있는 일을 택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고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다. 진정한 소명을 찾고 싶었다. 지금의 나처럼 늙고 싶어 했다. 물론 나와는 다른 색조로, 다른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겠지만. 내가 바란 것은 큰 집단을 이루는 것의 한 부분(비록 백만분의 일이라 해도)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척'뿐인 삶 이상의 어떤 것을 가지고 그 과정을 마치는 것이었다. 지금은 똑똑히 보이지만, 사실 나는 그 상황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K와 다른 여자들도, 병사들과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무시무시한 것은 우리가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순진하게, 동시에 순진하지 않게 더 큰 과정들을 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전쟁 기계에 우리 자신을, 또 서로를 먹이로 내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p, 413, 414

 

 

따라서 내 말은 내가 늘 주의하고 준비하는 쪽이라는 뜻이 되겠는데, 내 생각에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어디에도 어느 때에도 정말로 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산 것도 아니고, 과거에 산 것도 아니고, 현재에 산 것은 더더구나 전혀 아니다. 오히려 망각이라는 외로운 꿈속에, 한 박동에서 다음 박동으로 무에서 무로 흘러왔다. 사실 이것은 가장 비정하게 앞길을 정해 가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p, 443

 

 

그러나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 누가 이 집 안의 복도를 걸어 다녔는지 절대 모를 거라고, 그의 딸과 여자 친구의 존재를 모를 거라고, 그의 역사의 다른 귀신들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들이 귀신에 사로잡혀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냥 알게 된다면, 누군가 그들의 귀에 대고 여기 살던 사람이 특별하거나 남다를 것은 없지만, 메리 번스가 이야기한 대로, 자기 자신에게 까다로운 사람이었다고 소곤거린다면, 나는 적어도 어떤 문장이 옮겨지기는 했다고, 적당한 선고가 내려졌다고 느낄 것이다. -p, 485,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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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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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점', '사주팔자', '관상', '궁합' 등.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것. '점', '사주' 에 관한 책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조선 등 역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지요. 왕을 선출하거나 나라에 큰 재앙이 있을 경우 제사장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거나

운을 점 쳐보게 하지요. 또한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제사장이 등장해서 사람들은 자신이나 나라의 운을 점을 쳐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주제인 '점', 어려운 말로 바꾸어보자면 '사주명리학'이 될까요. 사주명리학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사주명리학'의 배경이나 여러 사례들을 가볍게 소개하고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으실 거여요.

 

 

 







 

 

 

 

저도 점 보러 다니시는 걸 좋아하는 부모님을 종종 따라가본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이걸 왜 믿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신기해하며 요즘은 제가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엄마에게 '엄마! 우리 점 보러 가자!' 하고 말을 꺼낼 정도여요.

 

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또 너무 믿어서도 안되겠지만

미래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듣고 나면 몰랐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조심하게 되니 무조건적으로 배척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보면 우리에게 익순한 이름들. 박정희, 전두환, 이병철 등 유명인사들도 큰 일을 앞에 두고 점을 쳐보았다고 하네요.

 

'사주명리학'에 대해 다룬 책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이론적으로 깊게 공부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흥미있었어요.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읽히더라구요.

아무것도 모른 채 점을 보러 다니는 것보다 이렇게 '사주명리학'의 배경에 대해 가볍게 읽어보길 바라시는 분들께 추천해드려요 :)

 

 

 

백운학은 일찍이 관상에 소질을 보였던 모양이다. 일허선사는 백운학에게 “너는 애꾸가 되어야 한다. 한쪽 눈이 없는 애꾸가 되어야 사람들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일허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백운학은 멀쩡했던 한쪽 눈을 담뱃불로 지져 자신을 진짜 애꾸로 만들었다. 그러한 대가를 치르면서 백운학은 관상의 깊은 경지로 들어갔던 것 같다. 청도에서 관상 수업을 마친 백운학은 어느 날 한양으로 올라온다. 당시 대원군이 살던 운현방(현재 운현궁이 있는 자리)을 찾아가 마당에서 팽이를 치고 있던 13세 소년 명복 도련님에게 “상감마마, 절 받으십시오.” 하고 땅바닥에서 큰절을 올린다.

 

열세 살 먹은 어린아이에게 임금이라면서 큰절을 올렸다는 보고를 받은 대원군은 하도 황당해 애꾸눈 백운학을 불러 자초지종을 묻는다. 백운학이 말하기를 “제가 한양에 와서 보니 이곳 운현방에 왕기가 서려 있음을 보았습니다. 저기서 팽이를 치고 있는 도련님은 제왕의 상을 갖춘 분이라서 큰절을 올린 것입니다” 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백운학은 대원군에게 복채를 요구했다.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하니까 이리 대답했다. “제왕의 상을 보았는데 3만 냥은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달라는 것이 아니고 4년 후에 주시면 됩니다.”

 

3만 냥이면 엄청난 거액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원군은 돈이 없던 시절이라 복채를 곧바로 줄 수는 없었고, 약속어음 비슷한 증서를 백운학에게 써주었다고 한다. 과연 그로부터 4년 후에 명복 도련님은 고종으로 즉위했고, 그 소식을 들은 백운학은 복채를 받기 위해 대원군이 써준 어음을 들고 운현방으로 찾아갔다. 대원군을 찾아갈 때 백운학은 당나귀 네 마리를 끌고 갔다고 한다. 당나귀 네 마리는 3만 냥의 엽전을 싣기 위한 용도였음은 물론이다. 복채 3만 냥 외에도 백운학은 대원군에게 벼슬을 요구했다. 벼슬도 못하고 죽으면 신위에 ‘현고학생’이라고 써야 하니까. 학생을 면하기 위해서 백운학은 청도현감 자리를 추가로 요구했다.

 

백운학은 복채로 3만 냥과 함께 청도현감이라는 벼슬까지 받았다고 한다. 배포 한번 대단했던 셈이다. 이러한 연유로 백운학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이후 조선팔도에는 수많은 가짜 백운학이 탄생하게 된다. -p, 66, 67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 못할 고민을 정신과의사에게 가서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점쟁이를 찾아가서 속을 털어놓는다. 누군가에게 속을 털어놓아야 정신병에도 안 걸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자살도 방지할 수 있다. 그 털어놓고 상의할 만한 최적의 상대가 바로 점쟁이, 역술가, 명리학자다. 점쟁이가 몇 만 원의 복채를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담료니까 그까짓 복채 몇 푼 너무 아까워하지 마라! 점쟁이도 공돈은 안 받는 셈이다. 점쟁이도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순기능도 있다! -p, 130

 

점(占)이란 한마디로 ‘앞일을 예측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인생이 앞으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은 인간의 영원한 관심사다. 식욕, 성욕, 수면욕 다음으로 인간의 강력한 욕구 중의 하나가 앞일을 알고자 하는 미래욕이 아닌가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욕구는 쇠퇴하지 않은 채 계속 발현되고 있다. 점은 바로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점쟁이는 각종 직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직업이기도 하다. 기원전 3천 년 전부터 있던 직업이 바로 점쟁이다. 물론 그때는 점쟁이라고 하지 않고 제사장이라고 하는 품위 있는 직함으로 불렸지만 말이다. -p,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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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가이드 2014 - 메이저리그를 시작하는 야구팬들을 위한 가이드
손혁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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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있죠?

 

류현진, 추신수 선수!

 

이 두 선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 우리 야구와 많이 다르다고 해요.

우리와 문화가 다르고,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메이저리그.

이 메이저리그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

 

메이저리그에 대해 핵심만을 담은 관전 안내서, <메이저리그 가이드 2014>가 있어요.

 

 







 

 

전문가 6명이 이 가이드북을 만들어주셨네요.

 







 

 

 

2014 메이저리그 포인트와

류현진, 추신수, 윤석민에 대한 이야기.

 

또한 2014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리포트까지!

 

이제 이 내용에 대해 가볍게 훑어볼게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여러 분야의 TOP 5 를 꼽아놓은 부분까지.

 

 









 

 

또한 이렇게 각 메이저리그 팀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있더라구요.

 

저에겐 낯선 메이저리그이지만

메이저리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안내서가 됨은 물론, 메이저리그가 가진 더 깊은 재미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 김형준

 

 

<메이저리그 가이드 2014>와 함께 메이저리그, 즐겁게 즐기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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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커피 - 바리스타에게 배우는 친절한 커피 수업
최영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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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딜가나 발에 치일 정도로 카페가 많아요.

대학교 근처엔 스타벅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 등 프렌차이즈 뿐만이 아니라 특색있는 개인 카페까지.

 

저렴한 곳에서는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부터 6,000원이 넘는 다양한 음료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지요.

얼마나 심하면 스타벅스에 있는 여자들을 보고 '된장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밥 배 커피 배 따로있어.'라는 말처럼 또한 밥 먹고 후식으로 꼭 커피를 마실 만큼 커피가 대중화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많이 마시는 커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면 꼭 해보고싶었던 일들 중 하나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기' 였어요.

그래서 1학년이 되자마자 시작해서 3학년때까지. 3년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전문적으로 개인이 로스팅까지 하시고 원두 판매까지 하는 커피 전문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모르게 커피에 대해 많이 알아버렸지요.

 

만델링, 케냐 등 다양한 원두 종류부터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법, 다양한 기계들까지.

또한 다양한 음료와 곁들여 먹는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까지. 자연스레 많은 걸 익히고 배웠더라구요.

(커피 좀 아는 여자이지요 후후)

 

 

 











 

 

 

그래도 참고 견디며 열심히 일하면 임원이 될 것이고 그러면 일상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들은 나보다 더한 스트레스와 중압감,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외로움까지 비쳤다.

그제야 더 이상 내 인생을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과 고된 업무, 스트레스에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일을 시작하자는 소리가 내 가슴을 울렸다.

 

퇴사를 결심하고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행복이 되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자 달콤한 초콜릿과 따뜻한 커피가 떠올랐다.

 

- 프롤로그 中

 

 







 

 

 

잘 나가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커피에 푹 빠지게 된 저자.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커피 한 잔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많은 분들이 아실거여요.

 

전 아직 대학생이지만

피곤한 일이 있거나 생활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커피 마시러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니까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카페에서는 '커피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커피에 대해 배우고 가셨어요.

 

그 땐, 난 이렇게 힘들게 돈을 버는데 왜 굳이 돈 주고 사서 마시면 되는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하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저도 커피에 대해 더 자세하게 배워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어요.

 

 












 

 

요즘은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요.

캡슐커피, 핸드드립,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등이 있어요.

믹스커피도 있지요!

 

이 책에서는 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와있어요.

저도 집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저한테 맞을지 몰라 시도를 못 해보고 있었거든요.

 

 






 

 

 

바쁜 생활 속에서 집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티타임을 위한 책.

바리스타에게 배우는 커피 수업.

 

<홈메이드 커피> 이 책 추천해드릴테니

저 믿고 한번 읽어보실테어요?

 

 

요건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집에 예쁜 커피머신 사두고 남편이랑 티타임 가지는게 제 소박한 꿈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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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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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재주가 발달하지 않았으니, 그중의 일부를 언니에게 살짝 얘기해 본다. 그것을 편집하고 다시 써 주지 않으면, 내 많은 생각은 내가 죽을 때 나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치라는 생각도 한다.

 

가끔, 책도 쓰지 않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자신이 믿는 것과 해 온 일을 말하지 않은 채 죽어 간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면이 아름다운 호수처럼 맑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잔잔하고 우아한 죽음.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던 만큼 고요하게 하늘에 안긴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생채기투성이 손도, 지치고 늘어진 육체도 아름답게 사라진다. 마치 아름답게 메마른 식물처럼, 끈적임을 조금도 남기지 않는다.

 

언젠가,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가 뒤바뀌어 쓰윽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아름다운 물을 안쪽에 모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씩이라도, 소중하게. -p, 67

 

 

 

 



 

 

 

소설, 시, 에세이 등과 같은 문학은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문학 특유의 잔잔하고 소소한 분위기를 좋아라합니다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어요. 이름이 참 예뻐요.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제목 그대로 '도토리 자매'에 관한 소설입니다.

책 소개의 도움을 받아보니, 외로운 사람들 모두를 위한 '함께 이야기하기'에 관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어쩜. 저는 책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누구에게든 메일을 보내고 싶은데, 아는 사람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을 때 마침 딱 좋은 존재'라는 콘셉트로 둘이 시작한 일이었다. -p, 8

어떤 내용이든 도토리 자매에게 글을 보내면, 그 글에 대해 도토리 자매가 답장을 보내줍니다.

글재주가 많은 언니는 답장을 쓰고, 동생은 답장을 어떻게 쓸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잡다한 사무를 처리하는 잔잔한 생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바라는 생활과 어찌나 닮아있는지.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면 좋겠다 하며 부러워했지요.







 

 

 

뜬금없이 책 중간에 있었던 사진입니다. 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냥 무심코 넘겨버렸는데 포스팅을 하면서 사진을 다시 한 번 보니

사진 또한 고독하지만 잔잔하여요.

 

 

 




 

 

 

 

 

이건 배추김치, 이건 물김치, 이쪽은 미나리나물, 같이 무친 건 오징어 회야.

그렇게 만드는 법까지 몸짓 손짓을 곁들여 가며 가르쳐 주는 그 사람을 보면서, 이런 사람 일본에는 좀처럼 없지,

한류 드라마가 유행하는 이유를 알겠군. 그렇게 정말 수긍이 가더라.

 

그 사람은 내 욘 사마이자 원빈이야.

 

그럼 나는 최지우라고 해도 되겠지, 외모도 포함해서 말이야.(하하). -p, 97

 

 

정말정말 귀여웠던 한 장면.

한국으로 한국계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 언니가 동생에게 보낸 메세지 중 일부였어요. 일본 문학에 한국 연예인들의 이름이 언급되어 신기해 찍어두었다가

남자친구한테 '이것봐!!' 하며 보내주었더니.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국을 좋아한대.' 라며 좋은 정보를 알려주어요.

 

요시모토 바나나가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기분이 좋아요.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일단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내가 주인이 아니니, 어디서든 떠돌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말을 조심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두었다가 일기장에 옮겨둔답니다. 그런데 이게 혼잣말을 하는 수준이라 가끔은 개운하지 않을 경우가 있어요.

우리에게도 '도토리 자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예전에 읽었던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이 책에서는 '전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런 일을 하는 주인공이 나왔지요.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리뷰는 여기 ☞ http://blog.naver.com/se_eun92/90186135837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작품이 좋은 인상을 남겨주어 다음에 읽을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도 큰 기대가 됩니다 :)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아주 잠깐인데, 어느 가정에서나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부모 자식 사이의 대화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마치 남자와 여자가 침대 속에서 나누는 대화 같군, 생각하다 퍼뜩 깨달았다.

 

모두들 부모가 그리운 것이다. 그래서 연애에도 그 그리운 마음을 끌어들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로맨스를 추구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 가면서 부모가 그리운 마음도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류는 정말 어른스럽고 쿨한 사랑 따위는 절대 할 수 없다. -p, 16, 17

 

맞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마음 안의 것을 깎아 내다 보면 사람은 병이 드는 거로구나. 그렇게 깨닫고 나서는 인간의 강함과 약함에 놀랐다.

 

이모와 이모부가 나를 심하게 부린 것도 학대를 한 것도 아니고, 또 우리 사이에 심한 알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게 마음을 닫아 갔을 뿐이다. 그러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몸 상태가 이렇게 심각해지다니, 믿을 수가 없다.

 

사람은 그렇게 알기 쉽게 생겼고, 밥이 아닌 것도 날마다 먹고 산다.

 

분위기나 사고방식이나, 그런 것까지도. -p, 33, 34

 

이렇게 두서없는 답장을 보내다 보면 상대 쪽의 답장도 점차 두서없어진다.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그 사람들의 생활에 부족한 두서없는 대화를 메울 뿐인 역할.

 

다들 두서없이 부담 없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혼자 살기에 그럴 수 없거나, 가족의 생활시간대가 저마다 다르거나, 의미 있는 얘기만 하려다 지쳤거나 그런 거다. 사람들은 두서없는 대화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지지해 주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p, 49, 50

 

나는 좀처럼 연애를 하지 않고, 언니는 수시로 연애를 한다.

 

지금까지 언니 애인을 만난 적은 몇 번밖에 없었다. 다들 얼굴은 각지고 별로여도 체격은 남자답고 좋은데 성격은 약간 섬세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너무너무 좋아서, 얘기를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정도였어.”

언니가 말했다.

“언니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잖아. 지금은 그나마 괜찮지만, 서른다섯 넘으면 그렇게 사는 거 그만두자. 인기도 점점 없어질 텐데, 괴롭기만 할지도 모르잖아. 우리에게 오는 그런 메일 지겹도록 봤잖아.”

“아니, 난 계속할 거야.”

언니는 말했다.

“물론 속도야 떨어지겠지만, 아무튼 꾸준히 계속할 거야. 아이도 낳지 않을 거니까. 그러면 쉰다섯 살까지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이거 집필 얘기 아니지? 하물며 운동 얘기도 아니고?

나는 생각했다.

 

“하기야 좋아하는 건 계속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결혼에는 관심 없어. 연애가 시작될 때를 좋아할 뿐이라고. 그런 때는 굳이 뭘 하지 않아도 행복한걸 뭐. 숨만 쉬고 있어도 즐겁고.”

언니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지, 난 이 추억을 전부 갖고 무덤으로 가는 게 꿈이야. 노후에는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헤롱헤롱 지내고 싶어. 꼭 그럴 거야!”

 

그러고는 욕실로 가 버렸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늘 일을 곱씹고 있으리라. 욕실에 있는 시간이 유난히 길어지는 것도 연애하는 언니의 특징이다. -p, 53, 54

 

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재주가 발달하지 않았으니, 그중의 일부를 언니에게 살짝 얘기해 본다. 그것을 편집하고 다시 써 주지 않으면, 내 많은 생각은 내가 죽을 때 나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치라는 생각도 한다.

 

가끔, 책도 쓰지 않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자신이 믿는 것과 해 온 일을 말하지 않은 채 죽어 간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면이 아름다운 호수처럼 맑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잔잔하고 우아한 죽음.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던 만큼 고요하게 하늘에 안긴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생채기투성이 손도, 지치고 늘어진 육체도 아름답게 사라진다. 마치 아름답게 메마른 식물처럼, 끈적임을 조금도 남기지 않는다.

 

언젠가,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가 뒤바뀌어 쓰윽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아름다운 물을 안쪽에 모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씩이라도, 소중하게. -p, 67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마치 한군데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절은 돌고, 상황은 변하고,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조그만 방, 커다란 침대에 ‘곰돌이 학교’ 곰돌이들처럼 함께 새근새근 잠든 둘의 모습을, 가슴속 깊고 깊은 곳 어딘가에 있을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하게 안고서. -p, 116

 

나는 그에게 안겼다. 절망적이었다. 지금 이렇게 확실하게 여기 있어도, 앞날이 없다.

언니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구나, 줄곧 함께 있을 수 없는 사람과 있는 것은 중독 같은 거구나.

마법이 풀리지 않은 채 헤어진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감미로운 일인지.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다만 가장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이다. -p, 118

 

즐거우니까 살아가자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다만 몸이, 본능이 살아가자고 하니까, 오직 살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에 따스한 공기에 푸근히 잠겨 있으면, 쾌감을 느낀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쾌감과 불쾌감이 다가왔다가는 사라진다. 집에 틀어박히는 시기가 있고 그다음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 반복은 파도와 같아서, 하염없이 바라만 보거나 그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도, 절대 싫증 나지 않는다. 그것이 살아 있음의 유일한 기쁨이다.

 

“나도 그래.”

언니가 말했다.

“꿈이라는 걸 알아도, 나는 오늘 소주를 마시고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할 거야.”

1분 1초라도 오래. 그것이 1년이든 2년이든 아무튼 한 걸음 한 걸음.

잠든 아기를 뉘이듯 그릇들을 살며시 차에 싣고 주위에 담요와 쿠션을 놓으면서 언니는 싱글싱글 말했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 좋은 곳에 와 있네. 앞으로도 좋은 곳에 가고 싶다.”

그거 추상적으로 하는 말? 아니면 지금 여기를 말하는 걸까?

그렇게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그만두는 것이 낭만이며 저금이고, 무엇보다 멋이었다.

그것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 내 생명을 위한 영양분이었다. -p, 129,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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