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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디자인 ㅣ Design Culture Book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의 편집후기가 인상에 남았다. 행복이 뭐라고 하세요? 란 답을 이찬희 편집자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고 했다. 행복은 기억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억과 그 행복한 기억들과 함께했던 디자인 있었고, 그 디자인은 말은 못하지만 우리들의 행복했던 그 기억을 되살려 줄 수는 추억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않은 사물이라고 우리가 정을 주면 달라지는 것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장미와 여우처럼... 어릴적에는 나의 분신같아서 이름까지 주었던 커다란 곰인형은 지금은 어딘가 폐기되어서 땅속에 묻혀있을지 몰라도, 그때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곰인형은, 지금은 문뜩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매개체이기도 한것을 떠오르면 무슨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다. 90년대의 음악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그 시대에 내가 느꼈던 어떤 감성과 풍경이 머리속에 떠오르는데 그렇다면 그 음악도 일종의 행복의 디자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책 처음에 나오는 디자인은 의자이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것 1968년에 처음 등장한 '부대자루'라는 의미의 콩 주머니 의자 사코이다. 사코는 형체가 둥근 모양의 안에 푹식푹신한 공같은 의자로 모양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앉으면 푹꺼지고 앉는 대로 의자가 편하게 변경될 수 있는 과거 한때 유행했던 의자이다. 내가 어릴적 앉았던 의자는 사코는 아니겠지만, 그 디자인을 처음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의 세 디자이너 였다고 했다.사코는 반듯함 보다는 흐트러짐을 침묵보다는 대화를, 모셔두기 보다는 장난감처름 놀아주기를 설득하는 의자라고 했는데, 그 의자를 떠올리면 꽤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의자를 감히 반려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독일 통일전 동독의 귀여운 보행자 전광판 디자인이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암펠만 디자인도 꽤 귀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런던의 건축 축제에서 나왔던 엘리히의 설치예술, 달스톤 하우스의 착시를 이용한 디자인이나, 거리에 실에 단 추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춤추듯이 즐길 수 있게 만든 전형적인(?) 현대미술 작품은 상상력이라 디자인으로 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즐거움을 얻고 즐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낡아서 덤성하게 비어버린 벽돌건축물 사이에 화사한 색감의 레고를 넣어둠으로써 사소하고 낡은 평범한 건축물이 레고조각 몇개로 인해서 , 지나가는 사람들이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요즘 공공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편인데, 이 책에서도 공공미술관련 이야기도 있다. 통영의 비파랑 마을 같은 벽화or페인트 작업같은 건데, 브라질 상파울로의 브라질란디아란 도시에 한국의 달동네+판자촌을 합친것 같은 빈민가가 있다. 그 도시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동네이기도 한데, 보아스란 미술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크로스로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실제 현장에 가서 5일 동안은 따로 하는일 없이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의 허락을 받으면서 그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하기위해 가장 쉬운 방법으로 페인팅을 택했다. 특별한 기술은 필요하지 않으면서 하는 동안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한 작업으로 그들 스스로의 색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아름다움의 너머의 가치를 말했다. 저자는 세상은 절대 홀로 완벽할 수 없기에, 어설픈 디자인이 서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함으로서 서로를 빛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속가능한 디자인, 그리고 일회용 종이컵의 색다른 해석도 흥미로웠고, 공정무역회사 baskets of africa의 색다른 바구니가 소개되어 있었다. 아프리카 시골마을의 자급자족 농민들이 추수가 끝나고 남은 잉여물들을 이용한 바구니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그 바구니 작업으로 인해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디자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소개된 여러 디자인들과 그 이야기들은 디자인 자체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그것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작은 행복과 기억과 추억들을 기억해낼 수 있고, 흔함에서 알게 해주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그것이 행복의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나오는 기발하기도 하고, 사소하지만 재미난 따뜻한 느낌의 디자인들은 꽤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