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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여행의 로망 -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고선영 지음, 김형호 사진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바다를 닮은 파란색 배경에 하얀색 페인트 바탕에 그려진 예쁜 꽃이 그려진 대문의 표지를 처음 언뜻 봤을때 소도시 여행의 로망이 처음에는 유럽의 유명한 마을이나 그리스 산토리니 등이 담긴 여행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뒤에 곧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라고 쓰인 글을 보고 바로 국내여행책인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소도시 여행의 로망’이란 제목처럼 이 책은 단순히 국내여행지 가이드북과는 조금 다르다. 책 내용이야 잘 따지면 당일치기로 갈만한 국내 소도시 여행을 소개한 것이기도 하지만, 책 분위기는 마치 처음가봤던, 혹은 몰랐던 이국적인 곳을 가본 곳의 여행에세이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소개된 도시들은 물론 안동, 경주, 부산, 담양, 진주 등 친근한 도시들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냥 차타고 둘러봐서는 모를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26곳이나 소개된 만큼 한 도시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한곳이나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짧은 글이지만 인상깊 사진이 함께 담겨있다. 예를 들어 부산은 2곳이 따로 소개 되어 있는데 한곳은 달맞이길의 갤러리 투어란 주제로 소개되어 있고, 한곳은 감천동의 태극도 마을에 관한 것이다. 통영에는 동피랑 마을의 벽화가, 목포에서는 달동네 온금동이, 홍성은 광천 새벽 우시장, 남해는 다랭이 마을이, 하동에는 신기리의 재첩 잡는 사람들 이야기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눈이 먼저 갔던건 통영의 동피랑 블루스 시즌2였다. 이전의 동피랑 마을의 벽화에 대한 글을 봤었고 나중에 새로 칠해진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새로운 벽화와 이야기를 봐서 좋았다. 벽화가 마모되니 또 몇년뒤에는 새로운 벽화가 기대되기도 하고 시간이 될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산에 몇번 가보았지만 몰랐던 해운대 끝자락의 달맞이 고개라 불리는 언덕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맞이 고개는 고급주택이 많은 한가로운 동네인데 얼마전부터 카페나 바 등이 생기더니 독특한 컨셉의 갤러리들이 생기기 시작해 20곳이 넘는다고 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이곳에서 특히 김성종 작가가 만든 1층은 카페, 2층은 서재로 된 '추리문헌전문 사설도서관' 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매력은 직접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한 테마에 많은 페이지가 배분된 것은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대화나, 그들에게 들은 마을에 대한 이야기 등은 대도시에서는 잊혀진 마을 커뮤니티란게 아직 있구나란 생각과 과거에 멈추어버린듯한 장소의 사진들을 보니 어릴적 기억이 생각나게 만들기도 했다. 글쓴이도 책 서문에 썻듯 '대한민국 빈티지 여행' 이란 주제에 맞게, 단순히 좋은곳, 멋진곳에 대한 감상보다도 운동화를 닳도록 걸어다니면서 시골 마을 돌담길을 걸으며 운연히 만난 사람과의 이야기를 듣고, 오래된 가겟집 앞에 모이신 어르신들 사이로 끼어들어 들은 진짜 동네사람들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ktx열차를 탈 때 'ktx매거진'을 꼭 챙겨보는 데, 거기에 쓰여있는 여행이나 먹거리 이야기를 열차에서 읽으면 열차여행을 하는 기분이 더 나서 꼭 읽게 되는데, 책 앞 날개에 사진을 찍은 분이 'ktx매거진'에 포토그래퍼로 활동한 이력을 봐서인지 열차안에서 여행칼럼을 읽던 기분이 연상되어서 책 읽는 동안 더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