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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Breath Becomes Air (Paperback) - 『숨결이 바람 될 때』 원서
폴 칼라니티 / Random House Publishing Group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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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다 뜯어져서 낱장이 됩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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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아이들과 [박씨부인전]을 천천히 깊게 읽고 있었다. 못난 외모로 인해 박씨부인이 구박을 받는 대목을 읽으며 ‘세계인권선언’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내용이 11살 아이들에게 딱딱하고 어렵게만 다가왔다. 물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누리집에는 쉽게 풀어 쓴 세계인권선언문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세계인권선언 전문 중 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존엄을 외쳐요 중 2조]

피부색이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종교, 언어, 국적이 달라도 가난하건 부자건, 지위나 신념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차별받지 않아야 해요. 


[세계인권선언 전문]과 [존엄을 외쳐요] 중 같은 조항을 하나 골라 비교해보았다. 어른인 나도 30조의 전문을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언어는 정제되어 있었지만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존엄을 외쳐요]에는 같은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어 있었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내용을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매력적이었다. 


그렇다. 양차 대전과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참혹한 사건을 겪으며 몸과 마음을 다친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이 선언.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새하얀 백지 위에 정제된 언어로 보편적 인권에 대해 쓰고 있는 사람을 상상한다. 그 최초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생각들과 그것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매력적이었다. 


 [존엄을 외쳐요]는 2021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국제앰네스티 창립 60주년을 맞아 윤예지작가와 협업하여 대중에게 ‘세계인권선언’을 알리고자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세계인권선언을 알고 있을텐데 이 책의 기획자는 왜 대중에게 알려야한다고 생각했을까? 인권의 존엄함에 대한 이 선언을 끝까지 제대로 읽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존엄을 외쳐요]를 읽으며 찾아낸 연관 도서들도 함께 소개한다. 이부록, 조효제, 안지미가 함께 만든 [세계인권선언](프롬나드, 2012), 엠마 스트라크가 쓰고 마리아 프라드가 그리고 김휘택이 옮긴 [세상 모든 차별-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 위해](걸음, 2020)다. 존엄을 외치는 것은 곧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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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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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영의 친구들] 13살의 애도일기

처음에 제목만 보고 기소영이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기소영은 보이지 않았다. 기소영은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독자는 그저 기소영의 친구들이 저마다 간직한 기소영에 대한 기억들로 퍼즐을 맞추듯 기소영을 상상할 뿐이다. 갑작스런 지인의 죽음, 더욱이 어제까지 하하호호 수다를 떨며 하교길을 함께 하던 친구가 별안간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으며 세월호를 떠올렸다. 믿기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을지 모른다. 친구가 앉았던 책상, 그 책상 위에 놓인 국화를 언제 치워야할지 막막할 지 모른다. 애도의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13살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른들이 외면한 애도의 시간을 함께 갖는다.

세월호 이후 배를 탈 수 없게 되었다. 어깨를 부딪힌다는 표현은 내게 정겨운 친구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몸인사였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표현을 차마 쓸 수 없게 되었다. 원래도 즐기지 않던 서양에서 온 그 행사를 생각만 해도 무섭고 아찔해진다. 우리는 올해에도 친구들을 잃었다. 사회는 이 상실을, 이 결핍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의 기소영들을 지우는 것만이 능사일까?

우리는 기소영들을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기소영의 친구들이 마음껏 친구를 그리워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곁을 지키는 것은 어떤가. 애도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우리 곁을 흐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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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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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어린 시절 하나를 열면 다른 하나, 다른 하나를 열면 또다른 하나가 나오는 이 사랑스러운 인형을 동경했었다. 어느 먼 나라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온 여자 인형은 양파 껍질 까듯 계속해서 점점 더 작은 인형을 내어놓았다. 분명 난 하나의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인형은 자손을 불리듯 그렇게 많아져 있었다. 안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었다. 제일 작은 인형은 간혹 입도 없었다. 아마 입을 그릴 자리가 부족했었나 보다 생각했다. 똑같은듯 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다른 얼굴과 옷의 무늬가 신기했다.

마트료시카.

10대인 첫째는 “책이 좋아. 참 예뻐”라고 했다. 6살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마지막장을 덮으며 말했다. “너는 6살 마트료시카야. 네 안에는 5살 마트료시카, 4살 마트료시카, 3살, 2살, 1살의 마트료시카가 이 작은 인형들처럼 들어있어. 지금의 네가 옛날의 너를 다 품고 있는거야.” 둘째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제 안에 수많은 과거의 제 자신이 있다는 말이 신기했나? 아니면 자신을 인형에 대입하고는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나.

마트료시카.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중에서

이 책은 시인 네루다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내 안의 수많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나는 그 아이들을 어딘가에 모두 품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디론가 사라진 걸까?

“지난 시간이 생생하게 각각의 얼굴을 가지고, 겹겹이 쌓여있는 것 같다. 내 안의 아이와 청소년을 잘 품어야, 내 밖의 아이와 청소년을 품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크고 넉넉한 품으로, 내 밖의 어리고 여린 존재들을 품고 싶다.”는 유은실 작가의 말에서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떠오른다. 절벽으로 떨어질 지 모를 아이들을 붙잡아 주는 일만 하고 싶다던 주인공. 작가는 사라진 것만 같은 내 안의 아이를 찾아내 화해하고 내 밖의 아이들을 동화라는 넉넉한 품으로 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김지현 작가가 그린 흑백의 무수한 연필 선들은 마트료시카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따뜻한 색감의 꽃과 나비가 그려진 마트료시카는 서정과 현실을 넘나드는 힘을 가진듯하다.

마트료시카는 김지현 작가의 전작 [지난 여름]과 내내 읽고 싶었던 유은실 작가의 [2미터 그리고 48시간]를 읽게 만들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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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사회야’는 정치, 경제, 문화, 세계사 등 어려운 사회 현상과 용어를 쉽게 설명해주는 지식책시리즈이다. 다소 긴 제목의 “이토록 환상적인 세계 도시는 처음입니다만!”은 '반갑다 사회야'의 29번째 책으로 타이베이, 홍콩, 싱가포르, 방콕, 이스탄불,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파리 총 8개 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한다. 이 책은 서울과 가까운 아시아 도시들에서 시작해 유럽의 도시들로 떠날 계획을 짜는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읽는 재미를 함께 전달한다. 지식책 알러지가 있는 딸은 한동안 책을 보지 않다가 우연히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보고는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뭘까? 도입부가 경쾌하다는 것이다. 각 도시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에는 도시의 특징을 요약하고 인구, 면적, 언어, GDP, 공기질, 국제공항, 대학, 박물관/미술관, 시차를 간단히 나타냈다. 그 도시를 빛낸 인물 3명의 사진과 간략설명도 있는데 역사적인 인물도 있지만 책을 읽는 우리나라 독자들만이 알 만한 최근의 인물들도 있다. 외국의 세계지리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고 한국인 저자가 이 책을 읽는 한국 친구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보다 친근하다. 큼직한 사진들과 함께 실린 ‘맛있는 (도시)’ 부분은 군침이 흐르며 반복해서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가족이 그 동안 한국에서 먹어 본 세계 음식과 아직 맛 보지 못한 책 속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식 사진에 침을 흘리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그 도시와 도시가 속한 나라들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고?’라던가 ‘홍콩은 나라일까 아닐까?’처럼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주제들을 길지 않지만 꼭 필요한 설명을 통해 어린이독자에게 각인시킨다. 우리 가족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다음에 해외 여행을 간다면 책에 소개된 도시 중 어디에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은 책에서 열대과일 두리안을 닮은 건물, 배 모양의 구조물을 머리에 얹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같이 독창적인 디자인의 건축물 사진을 보고 싱가포르에 꼭 가 보고 싶다고 한다. 책을 보니 싱가포르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 6시간 15분 걸린다. 책을 읽으며 코로나 이후 점점 닫혀지는듯 했던 세계가 과거의 어느 때처럼 활짝 열리는 느낌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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