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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ㅣ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마트료시카.
어린 시절 하나를 열면 다른 하나, 다른 하나를 열면 또다른 하나가 나오는 이 사랑스러운 인형을 동경했었다. 어느 먼 나라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온 여자 인형은 양파 껍질 까듯 계속해서 점점 더 작은 인형을 내어놓았다. 분명 난 하나의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인형은 자손을 불리듯 그렇게 많아져 있었다. 안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었다. 제일 작은 인형은 간혹 입도 없었다. 아마 입을 그릴 자리가 부족했었나 보다 생각했다. 똑같은듯 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다른 얼굴과 옷의 무늬가 신기했다.
마트료시카.
10대인 첫째는 “책이 좋아. 참 예뻐”라고 했다. 6살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마지막장을 덮으며 말했다. “너는 6살 마트료시카야. 네 안에는 5살 마트료시카, 4살 마트료시카, 3살, 2살, 1살의 마트료시카가 이 작은 인형들처럼 들어있어. 지금의 네가 옛날의 너를 다 품고 있는거야.” 둘째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제 안에 수많은 과거의 제 자신이 있다는 말이 신기했나? 아니면 자신을 인형에 대입하고는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나.
마트료시카.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중에서
이 책은 시인 네루다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내 안의 수많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나는 그 아이들을 어딘가에 모두 품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디론가 사라진 걸까?
“지난 시간이 생생하게 각각의 얼굴을 가지고, 겹겹이 쌓여있는 것 같다. 내 안의 아이와 청소년을 잘 품어야, 내 밖의 아이와 청소년을 품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크고 넉넉한 품으로, 내 밖의 어리고 여린 존재들을 품고 싶다.”는 유은실 작가의 말에서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떠오른다. 절벽으로 떨어질 지 모를 아이들을 붙잡아 주는 일만 하고 싶다던 주인공. 작가는 사라진 것만 같은 내 안의 아이를 찾아내 화해하고 내 밖의 아이들을 동화라는 넉넉한 품으로 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김지현 작가가 그린 흑백의 무수한 연필 선들은 마트료시카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따뜻한 색감의 꽃과 나비가 그려진 마트료시카는 서정과 현실을 넘나드는 힘을 가진듯하다.
마트료시카는 김지현 작가의 전작 [지난 여름]과 내내 읽고 싶었던 유은실 작가의 [2미터 그리고 48시간]를 읽게 만들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