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9월 5일 새벽, 전 세계는 경악과 공포에 휩싸였다. 뮌헨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던 이날,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 소속 테러리스트 8명이 올림픽 선수촌에 잠입해 이스라엘 선수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습격한 것이다. 현장에서 2명을 사살하고, 9명을 인질로 잡은 이들은 인질 석방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억류 중인 팔레스타인 정치범 200 여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이스라엘 간 협상이 깨진 후 테러리스트들은 탈출용 비행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탈출 직전 서독 특수부대요원과 테러리스트들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9명의 인질, 테러리스트 5명, 서독 특수부대요원 1명이 숨졌다. '평화의 제전' 뮌헨 올림픽은 피로 물들었고, 정치위협으로 얼룩졌다.

당시 에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이 '대회는 계속 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사건 발생 34시간 만에 대회는 속개됐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수단을 철수한 이스라엘은 즉각 피의 보복을 감행했고, 이것은 이듬해 중동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죄 없는 젊은이들은 또 다시 전쟁터에서 억울하게 죽어갔다. 이것이 바로 '검은 9월단 사건'의 전모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2개 월 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검은 9월단' 악몽이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다. 이번 대회는 108년 만에 근대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테러로, 안전문제에 대해서 걱정 어린 시선과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아테네 올림픽이 전쟁이나 테러, 자연재난 등을 이유로 취소될 경우에 대비해 영국 보험사 신디케이트에 1억7천만 달러의 보험에 가입했고, 아테네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ATHOC)는 4년 전 시드니대회 때의 3배에 달하는 8억2000만달러(한화 9500억원)를 안전예산으로 책정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역시 미국이다. 이라크 포로 학대파문 여파로 반미감정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올림픽 불참설 마저 나돌고 있다. 72년 뮌헨올림픽에서 7관왕에 오른 '전설적인 수영스타' 마크 스피츠(미국)는 최근 "테러 위협으로 미국이 올림픽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내 스포츠스타들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 린제이 대븐포트(여자 테니스),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케빈 가넷(이상 농구) 등이 이미 불참을 선언했다. 테러의 표적이 되느니 기꺼이 올림픽 메달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테러 노이로제'에 걸린 미국이 조용히 묻고 있다.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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