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올림픽 첫 여자 금메달리스트는 84년 L.A올림픽 양궁에 출전했던 서향순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첫 올림픽 여성 챔피언은 누구일까? 바로 유도스타 계순희(24)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유도 48kg급 결승. 계순희의 상대는 '일본 유도의 자존심' 다무라 료코였다. 사실 계순희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제경험이 일천한 16세 소녀와 당시 84연승을 달리며 무적시대를 구가하던 유도여왕간의 대결은 보나마나 였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료코를 시종일관 밀어붙인 계순희는 종료 직전 효과 2개를 따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료코는 자신의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해 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일본관중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계순희는 감격에 겨워하며 뺨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16세 무명소녀의 유쾌한 반란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림픽 제패 이후 52kg급으로 상향조정한 계순희는 2001뮌헨세계선수권 정상에 섰고, 57kg급으로 올려 출전한 2003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또 한 번 세계를 메쳤다. 계순희의 최대 무기는 힘이다. 남자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인 그의 무시무시한 괴력 앞에 웬만한 선수들은 그냥 나가떨어진다. 찾은 체급 변경 속에서도 꾸준히 정상을 지키는 원동력은 바로 타고난 힘 덕분이다.
그는 2003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사실 체급변경과 바쁜 정치활동 때문에 금메달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호들을 차례 차례 제압하며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덤으로 가장 훌륭한 기술을 뽐낸 선수에게 주는 베스트 플레이어상도 받았다. 계순희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3개 체급을 석권하는 대기록을 자축하듯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 보다 멋질 순 없었다.
계순희는 북한의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후보 1순위. 그에게는 금메달을 따야 하는 이유 3가지가 있다. 우선 '시드니의 아픔'을 씻어내야 한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준결승에서 레그라 베르데시아에 발목이 잡혀 동메달에 그쳤었다. 또 하나는 올림픽 2회 제패에 대한 뜨거운 열망 때문. 이번에 금메달을 따면 북한 여자선수 중에서는 최초로 올림픽 2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아테네 하늘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기를 소망하는 마음 때문이다. 8월 16일, 계순희는 남한유도의 기대주 이원희(73kg급)와 동반출전 한다.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정상에 섰을 때처럼 유도 경기장이 다시 한 번 한반도기로 물결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