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명예롭게 은퇴하겠다".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 출전하는 32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중국 여자단식 3인방(공 루이나, 장 닝, 조우 미) 중 맏언니인 장 닝(29)은 2번 시드를 받았다.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에서 최고참인 장 닝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대회는, 그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장 닝은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다. 그녀는 95년 무렵 세계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뉴 페이스'로 각광 받았지만 예 자오잉, 공지차오 등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층이 워낙 두꺼운 중국인지라 오성홍 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한 번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내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세계랭킹도 20위권 밖으로 뚝 떨어졌다. 촉망 받는 유망주였던 그녀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그녀를 비껴갔다. 장 닝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러나 잔뜩 웅크려있던 장 닝은 2001년 멋지게 비상한다. 부활의 신호탄이 된 대회는 그해 8월 열린 싱가포르오픈. 그녀는 결승에서 팀 동료 다이 윤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 번 탄력 받기 시작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거칠 게 없었다.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왕 첸(홍콩)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챔피언 자리를 향해 '느리지만 꾸준히' 다가간 장 닝은 이제 세계에서 1~2위에 손꼽히는 배드민턴 여왕으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팬들도 장 닝 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코리아오픈에서 2차례((2002, 2004년) 우승했다. 그녀의 장점은 큰 키(175cm)에서 내리꽂는 스매싱과 노련한 게임운영 능력. 올해 대회 결승에서는 한국의 전재연을 꺾고 우승하는 바람에 한국 관중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4개 대회에서 패권을 안았던 장 닝의 페이스는 올 들어 더욱 좋다. 올해 출전한 6개 대회 중 우승만 3차례. 나머지 3번도 모두 준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올림픽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말레이시아오픈(6월 29일)에서 팀 동료 조우 미를 꺾고 우승해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꿈을 한껏 부풀렸다.

장 닝이 아테네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후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예선전은 가뿐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결승부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가장 두려운 상대는 조우 미와 공 루이나(이상 중국). 두 선수는 볼 잘 치고, 귀여운 팀 동료들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그녀의 발목을 잡는 얄미운(?) 후배들이기도 하다.

'노장' 장 닝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릴 수 있을까. 그 답은 8월 19일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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