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세계신기록'.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육상 여자장대높이뛰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여자장대높이뛰기의 기록경신 속도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너무 세계기록이 자주 나와서 일까. 세계기록 세웠다는 말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을 정도다.

현재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일명 '미녀 삼총사'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러시아 듀오'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 옐레나 이신바예바(22) 그리고 미국의 스테이시 드래길라(33)다. 이들은 '여자 부브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덕분에 세계기록도 양산되고 있다. 최근 여자장대높이뛰기가 육상 인기종목으로 급부상한 이유다.

2002년부터 '빅3'를 형성해온 세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페오파노바가 두 사람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서있는 상황이다. 그녀는 현 세계기록 보유자. 7월 4일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대회에서 4m88을 뛰어넘어 1주일 전 이신바예바가 세웠던 기록(4m87)을 1cm 끌어올렸다. "나와 이신바예바, 드래길라에 의해 4m80벽도 곧 깨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잠재력이 충분하다". 세계기록을 세운 뒤 페오파노바가 했던 말이다.

또한 7월 17일 마드리드 슈퍼그랑프리에서도 4m80을 훌쩍 넘었다. 비록 세계기록은 세우지 못했지만 꾸준히 4m80대를 유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이신바예바에게 빼앗겼던 세계랭킹(7월 20일 발표) 넘버 원을 탈환했다. 올림픽을 코 앞에 둔 지금, 경쟁자들을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어서 인지 페오파노바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각종 대회에서 숱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페오파노바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장대높이뛰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금메달리스트는 드래길라였다. 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이 탐나겠지만 페오파노바는 특히 더 그렇다. 그녀는 현 유럽선수권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자. 올림픽에서 우승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 받겠다는 각오다.

페오파노바의 세계기록에 불과 1cm 뒤져 있는 '미녀스타' 이신바예바, 6월 체코에서 열린 슈퍼그랑프리스파이크대회에서 4m83을 뛰어넘어 건재를 과시한 '노장스타' 드래길라 그리고 페오파노바. 아테네 올림픽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는 누구일까. 미리 점쳐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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