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꺾을 자 누구인가"
중국의 체조스타 리 샤오펑(23). 리 샤오펑 하면 딱 떠오르는 경기가 있다. 바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체조 평행봉 결승. 6번째 선수까지 마쳤을 때 한국의 이주형은 9.812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카메라는 계속 이주형을 비추었다. 금메달이 거의 확실시 됐다. 그러나 금메달은 7번째 주자인 리 샤오펑에게 돌아갔다. 9.825. 순간 이주형은 고개를 떨궜고, 리 샤오펑은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우리에게는 '웬수'같을 수밖에 없는 리 샤오펑. 하지만 19살 때 올림픽 2관왕(평행봉, 단체전)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래킨 그의 성장 엔진은 멈출 줄 모른다. 점점 가속이 붙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체조 황제'라는 닉네임은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리 샤오펑은 아테네 올림픽 남자체조에서 최다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 샤오펑의 주 종목은 평행봉과 도마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각종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세계선수권(2002, 2003년)에서 두 종목 2연패를 이뤘다. 평행봉과 도마에 관한 한 자타공인 1인자임에 틀림없다. 평행봉에서 그의 필살기는 고난도의 '모리스에 파이크'(팔 걸쳐 휘돌며 뒤공중돌아 팔 걸기). 4년 전 이주형을 울린 이 기술로 아테네 올림픽도 접수할 태세다.
다만 올림픽은 이변이 속출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99년 세계선수권 평행봉 6위에 머물렀던 그가 시드니 올림픽에서 덜컥 금메달을 딴 것처럼 말이다. 올림픽 평행봉 2연패를 노리는 리 샤오펑이 요주의 인물로 점찍은 선수는 바로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와 조성민(한국). 쓴 맛, 단 맛 다 본 베테랑 네모프는 2003년 세계선수권 평행봉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팀 동료인 후앙 슈(25)도 경계대상이다.
뭐니뭐니해도 최대 라이벌은 조성민이다. 최근 국제체조연맹(FIG)은 조성민을 리 샤오펑과 함께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지목한 바 있다. 조성민의 주무기는 '포시타 1분의 1턴'(두 팔로 지탱한 자세에서 뒤돌기를 하며 물구나무를 서고 360도 회전하기). 이것은 슈퍼E난도의 기술로 성공만 하면 0.3점의 가산점이 붙는다. 리 샤오펑과 조성민은 서로 기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금메달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더욱 힘들다.
한편 도마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는 상태. 리 샤오펑은 99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선수권 도마를 3연패했다. 단, 호시탐탐 정상을 넘보는 노장 마리안 드래굴레스쿠(루마니아)를 주의해야 할 듯.
단신(162cm)이지만 화려한 기술과 다이내믹한 동작을 구사하는 리 샤오펑. 그의 최다관왕 야심은 이루어질 것인가. 이것은 사상 첫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과도 연관이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