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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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묘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이 기쁨을 대신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절대로 맞이하고 싶지 않은 어떤 순간이다. 이 책에서 굳이 '마지막'의 의미를 찾자면 작가의 경우는 전자가, 독자의 경우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막 출간되었을 때 작가와 그의 가족들은 '마지막'이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했고, 지금 책을 읽는 독자의 경우는 '마지막'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없는 것이다.

대학강단에서 '마지막'강의를 하는 교수들은 많다. 그 교수들은 자신의 교단생활 마지막에 존재하는 학생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하고, 학생들은 수많은 학생들을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어 준 교수에게 경의함을 표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은 다르다. 아프고, 뜨겁고, 쉽지 않은 마지막임이 분명하다. 차라리 몰랐다면, 차라리 이 '마지막'이 교단에서의 '마지막'의 의미라고만 생각했다면 좀 더 편한 자세로 책을 읽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던 랜디 포시 교수의 웃음과 그의 웃음을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내던 학생들의 모습은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먹먹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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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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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간단하다. 이야기도 짧다. 영상으로 만들면 1분 가량 되는 짧은 이야기다. 그런데도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 주제가 주는 오묘함 때문이다. 소설이나 수필로는 풀어 낼 수 없고, 논설이나 설명문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 오묘함.

큰 포인트로 듬성듬성 쓰인 한 페이지의 글을 읽어내는 데는 5초면 충분하다. 초등학교 입학전부터 이미 한글을 떼어버린 사람들이 많을테니  한 편의 글을 읽는데는 30초면 거뜬하다. 그런데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허드렛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서 받는 돈은 5천 원. 그마저도 지급이 늦어져 고향에 송금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줄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5초이다. 아무 감정없이 읽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하지만 사진과 함께 글을 일그면 '위험한 허드렛일'에서 숨이 잠깐 멈추고, 사진을 본 다음 다시 글을 읽으려 해도 '하루 12시간'에서 또 숨이 멈춘다. 이렇게 읽다보면 책을 한 줄 읽을 때 걸리는 시간은 1분이 넘어버린다. 가슴이 아프고, 두근거리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읽으면 절대로 쉽게 읽어내려갈 수 없는 글만 가득하다.

한 번 읽고 덮기에는 비싼 책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한 10번은 더 읽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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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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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읽고 싶다. 그런데 도통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천권씩 새로운 것을 주제로 한 책들이 나온다. 다들 하나같이 독특한 표지와 구미 당기는 제목으로 현혹시킨다. 아... 책 선택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나뿐만 아니라 서점에 들르거나, 혹은 인터넷 서점을 정신없이 떠도는 사람들의 많은 고민 중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은 부글부글한데 옆에서 좋은 책을 골라 줄 사람은 없고, 왠지 두리번거리며 고객의 불편사항이 없는지 살펴보는 점원에게 추천받자니 나랑 취향이 전혀 맞지 않아보인다. 그럴 때 내가 선택하는 가장 머리 덜 아픈 방법은 작가를 보는 것이다. '이 작가라면 어떤 장르로 글을 쓰더라도 믿을 수 있지'라는 작가 말이다. 내게는 그런 작가들이 몇 있는데 황석영도 그 중 하나다.

솔직히 말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거나, 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황석영'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있다. 내가 그 길을 지나왔기 때문에 모의고사 문제지와 부담스럽게 두꺼웠던 전공서적에서 들이밀던 '황.석.영'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압박감과 그 시험문제스러운 글들이 주는 부담감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라면 황석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 작가의 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뼈대는 '황석영표'이지만, 지금까지의 황석영의 글이 주는 느낌과는 약간은 다른 느낌이라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읽은 황석영의 책이 주는 느낌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한 내용이었다면(분명 다시 읽으면 그런 느낌이 아니지만, 황석영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만들어 준 트라우마가 분명하다) <개밥바라기>의 경우는 좀 더 따뜻하고, 쉽고, 편한 느낌이다. 아마 황석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것이 아니라 젊은 여성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었을 정도로 말이다.

제목도 귀엽고 아기자기하지 않은가? <개밥바라기별>이라... '별'이 주는 그 어린시절 꿈같은 느낌에 '개밥바라기'라는 금성의 또다른 이름이 주는 느낌이 제목의 필체와도 잘 어울리고, 표지의 그림과도 더할 나위 없이 딱 맞아 떨어진다.

'어렵지 않을까... 황석영 책인데-'라고 생각하며 읽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확실하게 말 해 줄 수 있다. "전혀요~ 고등학생 읽기 같은 글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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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꿈에 미쳐라 -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명재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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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읽는다는 것은 약간은 자존심이 상하고, 또 약간은 기가 죽고, 또 상당히 부러운 감정을 가지게하는 일이다.

내가 살지 못한 삶과, 내가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과, 내가 해내지 못한 삶의 욕심을 충만한 채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에 도전하는 그나 그녀의 도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난 왜 이렇게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까'하는 마음에 빠지게 한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 특이한 사람'이라고 단정짓고 만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니까-

나는 아직 20대이다. 저자가 30대에 모든 인생을 바꿀만한 도전을 시작했다면 나는 아직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30대에 들어서는 그 날 12시부터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저자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 불가능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이 책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래도 그 사람의 열정이 너무도 부러웠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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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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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책'을 좋아한다.

저녁에는 산책을 빌미로 근처 서점(눈치보지 않고 서서 책읽기가 가능한 되도록이면 규모가 큰)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 구경을 한다.

이것도 뒤적, 저것도 뒤적- 오늘 본 책이 그 책이고, 어제 본 책이 그 책이기는 하지만 그 날의 느낌에 따라, 집에서 산책을 나올 때의 기분에 따라 같은 책도 다른 느낌이 든다.

책을 많이 사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서점을 돌아다니는 일이다.

'새로 나온 책'과 '베스트셀러'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책도 보고싶고, 저 책도 보고싶고 하는 욕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책을 사는 것은 일종의 충동구매다. 굳이 꼭 필요한 책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저자의 이름을 발견하거나, 특이한 머리말이 마음에 들었거나(미리보기창을 나는 확실히 이용하는 편), 추천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이거나-

책을 사는 일에 이유는 없다. 꼭 사야 할 이유도 없다.

그 달에 책을 많이 사는 바람에 점심을 한 달 내내 김치찌개로 막아야 할 망정 한 번도 책 사는 것에 주저한 적이 없다.

나같은 사람(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도 책을 좋아하는)이 이 책을 보면(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는 편이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백 번 공감할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아~ 멋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책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야기마다 들어있는 사진은 정말 절로 책을 읽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고사리 손으로 책을 뒤적이는 꼬맹이의 사진과, 바쁜 사람들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대학생의 사진, 치열하게 공부하는 의대 도서관의 사진, 그리고 온 방 귀퉁이 모두를 책으로 가득 막아둔 누군가의 사진-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 인물 모두 다르지만 그 사진 속 모두는 뜨겁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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