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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밥 ㅣ 낮은산 작은숲 1
김중미 지음, 김환영 그림 / 낮은산 / 2002년 3월
평점 :
초등학교 3학년 필수 도서로 2학기에 독서 시험을 취룬다고 하여 구입한 종이밥. 아동도서이고 엄마인 나도 동화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리라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막내를 위한 짧은 글 동화는 함께 읽어 그 기회가 닿았지만 애중간한 초등저학년 책은 나중에..시간이 되면..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책을 읽어라 읽어라 잔소리처럼 늘어놓는 것도 지겹다 느낄 때 큰 맘먹고 여러질의 책을 고가로 구입해서 서재라고 꾸며놓은 방에 가득 채워 놓았다. 그 효과는 금새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책과 아이들이 가까이 하게 되었다. 이제 책을 좀 읽는구나 대견하게 여겨질 그런 정도의 독서량이었다. 그래도 한 번도 무슨 책이 어떻다는 리뷰를 하지 않던 아들이 종이밥을 읽고 말을 건넨다.
" 엄마.. 종이밥 읽어봤어요?"
"..아니..왜~애?"
"너무 감동적이예요..."
"그래? 엄마도 나중에 읽어볼께."
저녁 먹는 내내 아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식사 도중 산만한 모습은 없고 차분하고 의젓해보였다. 그저 내 생각이려니..
아이들을 재우고 종이밥을 읽었는데, 어.. 가난한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동화구나! 미리 짐작이 가는, 어려운 환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렸겠지. 그런 생활 환경을 접할 수 없었던 아들에게 낯설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겠군. 생각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그저 코 끝이 져려오는 감동이 금새 눈물을 자아냈고 나중에는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면서 읽을 정도가 되었다.
6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조부모와 젖도 떼지 않은 어린 동생을 돌보아야 했던 철수. 우리가 쉽게 일컫는 일명 산동네에 살고 부모도 없고,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점심 급식을 해결하고 방학중엔 농협 상품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가난한 아이 철수. 거기다가 할아버지는 폐질환으로 병석에 누워계시고 그나마 병원 청소일을 하시는 할머니는 관절염에 허리도 못피신다. 3만원짜리 빨간색 푸우 책가방을 매고 초등학교 입학을 기대하는 송이는 얼마 후 절의 동자승이 될 운명을 알지 못한 채 병든 할아버지가 얼른 몸이 나으셔서 다시 시장 모퉁이 자판에서 남들이 살까 싶은, 그래도 생활필수품이긴 한 손톱깎기며 때수건 등을 얼른 팔아서 돈을 벌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다 떠나고 없는 그 산동네 아래에는 계발이 된 아파트가 즐비하고 그곳에 유일한 친구인 다솜이에게 빨간 곰돌이 푸우 책가방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철이는 생각한다. 차라리 절에서 배고픔 걱정을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못산다고 구박받지 않고 사는 것이 늙고 병든 할어버지 할머니를 위하는 길이고, 서로에게 행복한 결정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생각을 할머니께 전한 날. 철수는 할머니의 울음을 목격한다. 강하고 강한 할머니의 울음은 할아버지의 잠을 설치게 하고 철수도 울게 하고 그 책을 읽는 나도 펑펑 울게 했다.
사람들은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다. 부모가 없고, 거기다가 가난하기까지 한 아이들이 내 자녀의 친구가 되지 않았으면 기도한다. 그런 아이들은 필히 삐뚤어 나갈 것이며 결코 내 아이에게 좋은 모습의 친구로 다가오기 힘들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결코 가난은 선입견이 될 수 없다. 어떠한 이유라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잃게 된 부모 또한 고아들의 책임 일 수 없다.
가난하지만 조부모를 공경하고 위하고, 친구들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어린 동생 송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아끼는 철이야 말로 우리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베풀고 또 베풀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천사이다.
또한 어려서 부터 종이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온갖 외로움을 달랬을 송이에게 이말을 꼭 해주고 싶다. 절대 용기를 잃지 말라고...절대 세상의 선입견에 동조하지 말고 지금처럼 순수하고 꾸밈없이 자라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