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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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작년에는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을, 최근에는 <완전한 이름>을 읽으면서 여성 미술가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하게되었다. 그리고나서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앞의 책들을 떠올리며 '그래, 여성 미술가들이 참 없어. 많이 힘든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 대단해. 멋있어.' 라는 생각을 했다. (세 권 다 '아트북스'책이네?!! 오오~ 역시 아트북스 : )


사실 책이 얇아서 (주석 포함해서 127 페이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앞서 읽은 책들과도 결이 비슷할 거라고 지레짐작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릿글을 읽으면서 자세를 바로하고 좀 더 진중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례]

- 머리글_캐서린 그랜트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


이 책에 실린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페미니즘 미술사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간과했던 점은 '여성 미술가'가 아니라 '"위대한" 여성 미술가'라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여성 미술가에 대해서는 내가 여태껏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여성 미술가는 크게 신경을 써 본적이없다. 아니, 반고흐처럼 위대한 미술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남성 미술가들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지만 여성 미술가의 위상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나의 오류가 시작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형제들이여, 잘못은 별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호르몬, 월경주기, 또는 우리 내부의 빈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것은 제도와 교육인데, 여기서 교육이란 사람이 의미있는 상징과 기호체계, 그리고 신호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망라한다. 과학, 정치학, 예술 등은 백인 남성이 특권을 누리는 분야다. 그들이 여성이나 흑인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고려한다면 여성과 흑인이 낸 순수하게 뛰어난 성과는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 _p.32_


예술 전반에 걸쳐서 여성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에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라는 의문점을 제시하고, 특히 위대한 여성 미술가라는 그 한계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며 파고들고 있다. 예술 분야 중에서도 미술 분야에 있어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은 "누드의 문제"에 나와있다.


"미술가를 지망하는 여성에게는 남자 모델이든 여자 모델이든 상관없이 누드모델이 전면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893년 말이 될 때까지 '숙녀' 학생은 런던의 왕립미술원에서 인체 드로잉 수업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해 말부터 입장이 가능해졌다 해도, 모델은 "신체 일부는 옷으로 가려진" 상태여야 했다." _p.47_ 누드의 문제_


나의 깜량의 문제로 내용을 잘 요약할 수가 없음이 안타깝지만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봐야지 그 흐름을 잡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남성 구애없이 꼭 읽고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성의 더 큰 '관용'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항상 결혼과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듯 보인다. 이를테면, 성공의 대가로 고독을 얻거나, 직업을 포기한 대가로 성관계를 하고 동반자를 얻는 것이다." _p.62_ 숙녀의 업적_


"그들은 예외없이 모두 미술가 아버지의 딸이거나, 아니면, 좀더 이후인 19세기와 20세기에는 강하고 지배적인 남성 미술가와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특징 중 어느 것도 남성 미술가에게는 특이할 것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미술가 아버지와 아들의 경우처럼, 미술가 아버지의 딸이 미술가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최근까지 거의 예외 없는 사실이다." _p.69_ 성공_


"우리는 그저 무늬만 여성 평등이 아니라 진정한 여성 평등을 위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질문 중 하나를 다루고자 했다. (...) 이로써 이 글이 예술의 다른 영역들을 탐색할 패러다임을 제공했기를 바란다. 여성에게 기회를 박탈하고 또는 불이익을 주었던 사례 - 미술가 지망생이 여성인 경우 누드모델 수업에 참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 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_p.86_ 결론_




여성 예술가들의 어려움을 다른 예술 분야와 미술 분야를 나누어서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문학계보다 미술계에서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이 조금 더 어려웠던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여성이어서 더 관심이 생긴것일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앎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덧)

1. 미술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고, 그 중의 몇 몇은 부분을 확대하여 설명까지 되어있어서 이해가 잘 되었다.


2) 얇지만 굵직한 내용!! 많이 어렵지도 않아요. 린다 노클린의 글은 둘 다 흥미롭습니다. 머리글이 제일 어려웠던듯..;;;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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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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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커피 일가>


가바야마 사토루 취재. 글

임윤정 옮김 | 앨리스




여행을 가면 1. 도서관이나 책방, 2. 맛있거나 향이 좋거나 특색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 3. 미술관이나 박물관, 이 세 곳은 꼭 들른다. 미리 찾아보기도 하고 현지에서 물어보기도 해서 알아내곤 한다. 국내든 외국이든 곳곳에 숨겨진 보물같은 곳이 참 많이 있다. 자주 가거나 이전에 가 본 곳에서는 내 마음이 깃들어서 또 다시 머물고 싶은 곳도 여럿 있다. 새롭게 생기는 곳들도 많아서 여행이라는 것은 늘 흥미진진해지는 것 같다.


새로 생기거나 특색있는 곳을 찾아가는 재미도 솔솔하지만 그 곳에 오래오래 있어서 현지 사람들에게는 거의 일상과 같은 곳들도 종종 발견할 수가 있다. 역사가 깊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의 무언가가 그곳에 존재하고있다는 얘기와 같을 테니까 그곳에 직접 머물면서 그 느낌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진다.


일본은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지만 막내 고모의 식구들이 살고있는 나라이기도해서 아무리 국가간의 예민한 문제가 많이 불거진다고 하더라고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지가 않는다. 대학 때 처음 도쿄 고모네 집에서 머물면서 도쿄와 그 근방 여행을 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긴 했지만 카페가 유달리 눈에 띄고 사약처럼 쓴 커피가 많았다는 기억은 있다. (그때는 블랙을 잘 마시지 않았었다.)


커피를 좋아하니까 커피에 관련된 책이 눈에 보이면 종종 읽는 편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보통은 이론서나 카페 에세이가 눈에 많이 띄는 편이다.


<커피 일가>라는 제목과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부제를 보고서도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과 흐름이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 느낌이 다르네?!!!


이 책은 쿄토에 있는 카페 로쿠요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취재라는 형식을 통해서 쓰인 글이기 때문에 그동안 읽어왔던 일상적인 카페 에세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중간 중간에 직접 취재에 응했을 때의 대화들이 따옴표를 통해서 글로 나와있다. 사실적으로 하기 위해서 그대로를 실었을 수도 있고, 카페를 이루고 있는 가족들의 성격에 띠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은 그 대답이 너무 생생해서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로쿠요샤의 창업주인 야에코와 미노루의 만남과 그 이전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절의 일본과 카페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들의 경영 철학이 남달랐던 것도 있고 시대의 흐름을 잘 타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는 자세가 많은 이들에게 로쿠요샤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아들들의 이야기와 또 그 손자의 이야기가 이어서 나오면서 로쿠요샤가 가업이 되기까지의 다양한 사건들이 나온다. 확실히 3대째 가업을 이어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발 | 야에코 (초대 운영자 : 오쿠노 미노루와 그의 아내 야에코)


"로쿠요샤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목격자이자, 때로는 삶의 희비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했다. 야에코는 그런 찾집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찾아갔다." _p.54_


새로운 싹 | 오사무 (지하점 마스터 : 창업자의 아들)


"찻집은 그때까지도 오사무에게 인생을 좌우하는 귀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는데, 그 카르코에서도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_p.99_


"로쿠요샤는 어느 쪽이었냐면 지역 밀착형으로, 마스터는 단골손님과 인사를 하는 정도였지만, 안주인은 손님들과 말동무를 해주었습니다. 웨이트리스는 서비스를 철저히 교육받았어요." _p.103_


"오사무에게 찻집이란 어디까지나 멍하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책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낯선 사람과도 어울리는 장소였다." _p.119_


100년을 향해 | 군페이 (창업자의 손자 : 일층점 운영중)


"찻집에 들어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커피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기를 쓰거나, 기분전환을 하는 등 저마다 카페를 찾는 목적이 천차만별인 점이야말로 매력이 아닐까. '사려 깊은 찻집과 편안한 카페의 중간.' 그런 가게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_p.175_


"군페이가 가게에 와줘서 경영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 다시 가게에 와서 커피를 내려주렴." 사장이자 큰아버지인 다카시의 말에 경직됐던 마음이 놀라울 정도로 풀렸다. 가업에 뛰어즌 뒤 마침내 군페이가 그렇게 갈구하던 말을 만난 기분이었다. 군페이가 줄곧 원했던 것은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_p.211-212_




<이 책이 나에게 더 매력적이고 더 특별했던 이유.>


1. 로쿠요샤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있고 오래된 카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본 브랜드 카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가 풀려서 일본에 다시 갈 수있게 된다면 이 책에 나온 카페들을 찾아가보고 싶다.


2. 겉표지와 속표지에 있는 그림같은 삽화가 중간중간에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 파트의 내용을 그림과 한두마디로 정리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 현장의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있다.


3. 취재 후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든다. 마냥 행복하고 좋은 이야기와 커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문화와 이들 가족 각각의 특별하고 특이한 삶에 대한 그리고 이들의 내밀한 부분까지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카페 경영에 관심이 있거나 가족이 함께 경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로쿠요샤 #교토 #커피일가 #3대카페 #가족경영 #가바야마사토루 #앨리스 #아트북스 #아트북스서포터즈 #카페관련책추천 #에세이인듯아닌듯 #재미있어요 #커피좋아하시는분커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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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슬라의 꿈 I LOVE 그림책
세실 루미기에르 지음, 시모네 레아 그림, 이지수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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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그림책]


<나슬라의 꿈>


세실 루미기에르 글. 시모네 레아 그림

이지수 옮김 | 보물창고




어떤 작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잠을 방해한 적이 있나요?


깜깜한 밤에 어떤 작은 것을 보고 상상력이 확장되어 점점더 두려움에 떨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리모두에게는 어느 순간 잠이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밤에는 잠을 자야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밤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여기에 나슬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슬라는 잠이오지않습니다.

그때 장롱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서 그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을 합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집니다.

그 눈도 점점 커져서 자신을 삼켜버리면 어쩌다 걱정이됩니다.


나슬라는 어질러 있던 장난감들을 아빠가 옷장위로 전부 다 갖자 놓으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인형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들고 설명을 해 주고 싶지만 밤이니까 말을 해서는 안되지요, 잠을 자야하지요.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밤에는 말하면 안 되잖아요. 밤에는 자야 하니까요."


잠은 올듯말듯 하고요 밤에만 만날 수 있는 달님과 놀고 싶지만 꾸욱 참야야합니다.


"나슬라는 달님과 놀고 싶었어요. 가위바위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밤에는 놀 수 없어요... 밤에는 자야 하니까요."




두려움이 커지자 나슬라는 무적의 무기를 꺼내어듭니다.

"나슬라는 천 끝자락을 부여잡았어요. 엄마가 오래 전 나슬라가 아기였을 때 주셧던 담요 귀퉁이를요."




그렇게 밤은 깊어갑니다. 그 노란 눈의 정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나슬라와 같은 생각을 하는 밤이 아이들에게는 많을겁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밤이니까 잠을 자야하니까 하면서 억누르는 건 아이들에 비해서 덜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밤이 편안하도록 나슬라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우리아이들의 밤도 흥미진진하고 두렵지만 곧 편안해 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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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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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좋고 달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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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 놀라는 소리 - 개정판
신형건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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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 놀라는 소리>


신형건 시

강나래, 김지현 그림 | 끝없는이야기





신형건 시인의 소개 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 초.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여러 편이 실린 시인으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주는 시를 쓰고 있다.


어린 시절, 내 방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걸려 있었다. 언제 생긴 액자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서시]는 내 방에 오래오래 있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고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오기 전까지도 계속 책상 바로 옆에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서시]는 내가 일부러 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몇 안되는 - 어쩌면 유일한 - 시 중의 하나이다.


그 덕분인지 나는 시가 좋았다. 그냥 그 짧은 글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그 느낌을 느끼는 것이 기분 좋았다. 시를 많이 읽거나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내 옆에는 시집이 한 권씩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어른들의 시는 무언가 어려운 느낌이었고 해석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와 가까이 있는 시집은 보통은 동시집이었다.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해 주고 그 상황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반복되는 시 구들도 입안에서 동동 맴돌았다.


ㅡㅡㅡ

밤은

밤에 떨어지지.

밤나무 아래서

밤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 있을 땐

밤처럼 깜깜무소식이다가

밤이 오면, 아무도 없는 _p.25_ [밤] 일부_

ㅡㅡㅡ


어느 순간부터 나는 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시 보다는 전공 책들과 소설에 집중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도 아니었던 것 같고,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도 아니지만 이 시집 <아! 깜짝 놀라는 소리>를 통해서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던 시들은 나에게 새로운 맑음을 선사해 주었다. 코로나 시기로 조금 더 혼탁해졌던 나의 몸과 마음에 맑은 기운을 전해주는 듯한 기분이들었다.


ㅡㅡㅡ

영문도 모른 채, 새 주인 품에 안겨

눈을 말똥거리는 강아지에게

내 동생이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보고 싶으면 전화해!" _p.52_ [마지막 인사] 일부_

ㅡㅡㅡ


시를 잘 알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많이 즐기지도 않았지만, 매일 저녁, 잠이 들기 전에 꼭 시를 두 편이상은 소리내어서 읽곤 한다. 이 습관이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덕분에 <아! 깜짝 놀라는 소리>도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그 속에 쑤욱 빠져들 수 있었다.


"파란 음표

- 밴쿠버 올림픽의 김연아를 기억하며" _p.76-77_

라는 시를 통해서는 생생하게 김연아 선수의 그 날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위안부 소녀상의 일기" _p.84-85_

를 통해서는 이 소녀상에 감정을 이입하고 함께 할 수 있었다.

조카들이 아직은 어리지만, 조금만 더 큰다면 꼭 이 시들을 함께 소리내어 읽으면서 상상하고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싶다. 시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느낌을 가지고 그냥 그 느낌을 상상한다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집도 상당히 많이 있으니 꼭 소리내어서 매일매일 읽어보라고.


ㅡㅡㅡ

* 2016년 초여름에 처음 펴냈던 시집을 새로이 디자인하여 오륙 년 만에 개정판을 펴냅니다. 그동안 이 시집에 수록된 시 [공 튀는 소리]가 <국어> 교과서에 실려 많은 독자를 만나는 보람도 있었습니다. 이 시집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길 기대합니다. _2022년 새해를 맞으며_ 신형건_ p.93_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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