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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양미래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평점 :
[요세미티 국립공원 + ]
<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양미래 옮김 : 반비
[2부 물, 과거를 망각하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혹독한 시련을 겪은 장소이자 미국 풍경의 시금석인 장소다. 나는 내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있는 테나야 호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유럽계 미국인들이 풍경을 경험한 방식을 구성하는 여러 특성과 무지와 황홀감과 문제점을 간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_p.298_
1부에서 네바다 핵실험장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풍경, 그 풍경을 찍은 사진들, 원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삭제된 자연만 담은 그런 사진으로 인식되고 있는 공간, (이 지구상에서 풍경 사진 및 풍경 보호와 관련해 요세미티보다 더 핵심적인 장소는 없으리라고 말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요세미티 사진에서 누락된 요소들은 우리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_p.300_), 역사와 상충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물관....
리베카 솔닛은 깊이 들어갔다. 네바다 핵실험실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있었고, 그곳을 파해쳤고, 그 장소가 가지는 역사와 진실을 집요하게 따라갔다. 서부 개척과 원주민 학살, 멸종, 오염, 문화, 노골적인 배재, 그리고 '스스로 유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p.368)'
"저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 땅이 제 땅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저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바로 제가 느끼는 감정이에요." _p.386_ 아와니치족의 후손, 존슨_
이름은 곳곳으로 퍼지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_p.412_
이름을 바꾸는 행위에는 원주민을 소탕해버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특정 지역, 특히 요세미티에 새로운 사람들의 언어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전멸과 원주민이라는 단어를 통해 여실히 들어난다. 전멸은 끝낸다는 의미의 종결하다라는 표현에서 왔고 원주민은 시초를 가리키므로 이 단어들은 '시초를 종결하다', '시작을 끝내다',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_p.417_
리베카 솔닛이 말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지만 각각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 확장에는 길이 있고 장소가 있고 자연과 풍경이 있다.
어떤 장소를 알아간다는 것은 친구나 연인을 알아가듯 그 장소와 친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장소를 더 잘 알아간다는 것은 그 장소가 다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낯설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방식으로 참신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는 심오하고도 심란한 방식으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_p.447_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으로, 또 다른 책 속의 세세한 부분들 속으로까지 들어가고 그곳에서 나와 또 다시 아주 광활하게 확장해서 서술하는 그런 솔닛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나서 자란 나로서는 미국의 그 광활한 자연이 잘 그려지지 않았고 역사도 너무 어렵기만 했다. 2부를 읽으면서 1부를 읽을 때 처럼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고,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알아야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깜냥이 안 되면서 그것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얻어가려던 욕심 때문이었다. 마지막 챕터인 [원점으로]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리베카 솔닛의 글은 세세하게 하나하나에 담긴 모든 의미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그냥 물 흐르듯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길을 걷듯이 자연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읽으면서 크게 그림을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었다. 또 다시 리베카 솔닛의 책 <걷기의 인문학>으로 시선이 흘렀다.
'이 세상은 완벽이라는 기준을 놓고 보면 늘 부족하다.' _p.428_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은, '우리는 왜 넌픽션 혹은 인문 에세이를 읽어야 하는가?' 였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새겼던 말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역사와 한국의 사건을 이렇게 세세하게 파고들고 알아야할 것 같다. 누군가의 증언을 들어야할 것 같다.' 였다. 그러면서 두렵기도 했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아닌지를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또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집중해서 읽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다.
- 이건 내가 풀어야 할 문제이다!!
좋은 책을 읽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핵실험, 국립공원, 자연, 사진, 배제, 문화, 원주민....)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리베카 솔닛의 생각을 나의 쟁각으로 어떠한 말이나 글 하나로 풀어내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 솔닛_북클럽 멤버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고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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