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오후 다섯시에 시카고에 있는 어느 술집으로 들어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주문합니다. 차례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 세 잔을 한꺼번에. 바텐더는 그 예사롭지 않은 주문에 좀 어리둥절해하지만 아무 말 않고 그 남자가 주문한 대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따라서 바에다 일렬로 늘어놓지요.
그 남자는 그걸 하나씩 차례로 마시고 값을 치른 다음 떠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다섯시에 그 남자가 또 와서 같은 식으로 주문을 하지요. 스카치위스키 세 잔을 한꺼번에. 그리고 또 다음 날도 그렇게, 그 뒤로 2주일 동안 날마다 그럽니다. 마침내 바텐더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게 되지요. 그래서 이렇게 물어봅니다. 참견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손님은 지난 두 주일 동안 날마다 여기 오셔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씩 주문했는데, 어째서인지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한 번에 한 잔씩 주문하거든요.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아,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한 겁니다. 나에게는 형제가 둘 있는데 하나는 뉴욕에 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 셋은-203쪽
아주 친하답니다. 그래서 우애를 기리는 한 방법으로 우리 모두는 오후 다섯시에 술집으로 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주문하고 우리 모두가 같은 자리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의 건강을 위해 조용히 건배를 하는 거지요. 바텐더는 마침내 그 이상한 의식의 이유를 알게 되어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일은 네 달 동안 더 계속되지요. 그 남자가 매일 오후 다섯시에 찾아오고 바텐더는 그에게 술을 세 잔 내놓는 식으로. 그런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오후 그 남자가 늘 오던 시간에 오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스카치를 세 잔이 아니라 두 잔만 주문한 거지요. 바텐더는 걱정이 되어서 얼마쯤 뒤에 용기를 끌어내 이렇게 물어봅니다. 참견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지난 네 달 반 동안 손님은 매일같이 여기로 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씩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두 잔이군요.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모쪼록 손님 집안에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았기를 빕니다.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남자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쾌활하고 기운차게 대답하지요. 그러면 어떻게 된 건가요? 바텐더가 그렇게 묻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술을 끊었거든요.-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