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
콜린 맥노튼 글 그림, 전효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화면 가득히 풍성한 녹색 잎으로 둘러싸여 있는 숲의 거인은 만지면 푹신푹신할 것 같다. 아이는 숲의 거인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물어보면 부드럽단다. 더욱 신나는 건 바로 자기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꼬치꼬치 캐묻는 꼬마가 등장하기 때문인가 보다. 거기에다 거인아저씨의 자상한 답변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숲의 거인 즉 밀림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이야기가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자세히 훑어볼 시간 없이 처음 읽어줄 때의 일이다. 거인이 풍팡나무 열매가 익어 밑으로 떨어질 때 그 나무 밑에 서 있다가 몸 위로 내리는 꿀비를 핥아먹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꼬마는 끈적끈적해진 몸을 어떻게 씻느냐고 물어보고 거인은 자신 있게 '안 씻어.'한다. 잘하다가도 한번씩 엎드려 머리감는 게 싫어서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가 있기에 거인이 꼬마에게 물어보는 '어때? 무슨 냄새가 나니?'하며 코 가까이로 책을 아니 거인의 몸을 가져갔다. 코를 잡기라도 하며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할 줄 알고 그런데 아이는 "나뭇잎 냄새!" 책 속의 꼬마는 '숲 냄새요.'한다. 나의 굳어진 머리와 가슴을 또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그 이후로도 이 대목에선 같은 대답을 한다.

거인도 한마디한다. "으흠,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다!" 이쯤 되면 정말 숲 속에 들어선 듯 숲의 향기가 솔솔 풍겨온다. 그 뒷부분은 지금까지 아기자기 주고받던 이야기에서 범위가 넓어져 '숲의 거인'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서로 잡아죽인다는 즉 자연을 망가뜨리는 거인 사냥꾼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부턴 5세 이하 유아들은 이해하기 힘들 듯하다. 처음 몇 번은 내용을 간추리거나 좀 살벌한(?) 대사를 살짝 바꿔 읽어주기도 했었다.

글이 길게 이어져도 주로 거인과 꼬마의 흥미진진한 대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처음엔 거인 목소리에 잔뜩 신경을 써서 읽어주다가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변해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작은 꼬마와 비교도 안될 만큼 우람한 거인이니 번번이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러다 거인의 말이 길게길게 이어지니 힘이 빠져 어느새 숲이 망가지고 점점 사라져가듯 목소리로는 더 이상 구분이 안 되는 숲의 거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중간에 점검해야하는 문제점이 있다.^^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책을 덮기 전에 아이가 꼬마와 함께 거인에게 외치는 소리이다. 그것도 간절하게... 자연을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의식과 달리 아이는 거인아저씨가 들려준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다 말을 할 줄 안단다. 다만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뿐이지."를 꼭 믿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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