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보름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9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부엉이와 보름달>은 아이가 돌 무렵에 우리 집 책장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의 이모가 큰 조카에게 읽어주려 하는데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겨우 판매하는 곳을 만났으니 구해준다며 선물로 보내주었었다. 처음 보곤 그리 좋은 지도 모르겠고(그렇게까지 구해놓아야 하는지를...) 언제나 아이에게 읽어 줄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다섯 살이 되니 조금씩 보다가 여섯 살이 된 이번 겨울엔 나와 아이 모두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글이 많은 편인데도 잘 듣고있다. 하긴 아이는 벌써 눈밭을 따라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책 속의 하얀 부분은 배경이나 여백이 아니라 눈 덮인 모습으로 사방이 하얗게 눈에 덮여있는 시골 마을이다. 아빠와 부엉이 구경 나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간절한 소망과 마침내 따라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그 벅찬 기대감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일종의 통과 의례와도 같은 부엉이 구경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에게 다리 역할을 한다. 묵묵히 앞서가는 아빠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조용히 따라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어느새 독자도 책 속으로 점점 걸어 들어가게 된다. 표현 하나 하나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길지만 읽어 줄 때 건너뛰지 않고 다 읽어주게 된다. 시원한 수채화 그림과 한 편의 시가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다. 부엉이의 출현을 책 속의 아이보다 더 기다려질 때쯤 날개를 활짝 펼친 부엉이가 뒷모습을 나타낸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두 눈 부리부리 부엉이가 뚫어질 듯 쏘아보고 있다. 마음이 확 트이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빠에게 안겨 돌아오는 길에선 부엉이의 눈빛을 기억하는 아이의 소망이 따뜻하게 피어난다.

올 겨울 읽어 줄 때의 반응 중 하나는 발자국과 그림자가 따라온다는 표현을 보고 '아휴, 얘는 발자국이 따라오는지 알아~. 아이쿠.. 사람이 걸어가면 발자국이 생기는 거지. 이게(그림자) 또 따라오는지 알아. 사람이 움직이면 따라다니는 거지 뭐~.' 이런다. 아이는 앞으로 이 책과 함께 자라게 되어 볼 때마다 느낌도 자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