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역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5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임종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리 버튼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에서도 기차에 관한 상식을 넓힐 수 있도록 자세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생명의 역사>를 보곤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제법 두꺼운 책 두께에 놀랐고, 내용을 훑어보고 다시 놀랐다. 그래서 다른 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란 생각이 드나 보다. 한 번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별 깊은 생각 없이 펼쳐 든 책에서 경이로움을 느꼈고 내가 서 있는 무대에서 어떤 연극을 하고 있는지, 마무리는 어떻게 할건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특이한 구성이 <생명의 역사>를 시작하는 무대 위에서 한 사람씩의 내레이터를 등장시켜 설명하듯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의 탄생부터 그에 관한 해설은 천문학자, 생명체가 살 수 없었던 시대의 상황에서 조금씩 화성암, 변성암, 수성암이 생성된 배경은 지질학자가, 고대 생명체로 바다를 1억 년 동안이나 지배했다는 삼엽충이야기부터 빙하기가 오기 전까지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진화과정과 꽃피는 식물들의 출현은 고생물학자가, 드디어 인류가 등장하게 되고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터득하게 되는 건 역사가가 들려준다. 그리고 이제부턴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가 태어나기 전인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젊으셨을 적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어느 할머니의 내레이터로 우리 위세대의 삶을 엿 볼 수 있다. 그리곤 버지니아 리 버튼의 목소리로 앨범을 들춰가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그 모습들엔 우리의 부모님과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계절의 변화와 달이 바뀌고, 하루하루 지나가며,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고, 뻐꾸기 시계에서 뻐꾸기는 숫자에 맞추어 울음을 울고, 다시 어두운 새벽에서 날이 밝아 오며 그 다음 내레이터로 독자 자신을 지명하며 책은 끝을 맺는다. 끝나지 않는 <생명의 역사>이야기가...오랫동안 나와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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