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항상 푸근하고 넉넉한 사랑에 감사 드리는 마음이라 아이에게는 책으로라도 그 사랑을 느껴 보게 하고 싶었다. 이건 비디오로도 나왔는데 함께 보면 더 이해도 쉽고 감동받게 된다.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예전의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노인들과 아이들은 닮은 데가 있는지 잘 어울리는 친구가 되는 걸 tv나 책 등에서 자주 보게 된다. 여기 여자아이도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엉뚱한 질문을 해댄다. 존 버닝햄의 절제와 생략은 <우리 할아버지>에서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가끔은 그 부분이 거슬리기도 했었는데... 실지로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는 서로 자신의 생각과 자기의 말로만 이어질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서로 화를 내거나 대화를 중단하는 일이 없이 주고받는다. 언제나 아이의 건너편 그 자리에 그렇게 자리잡고 아이의 넉넉한 친구가 되고, 아이는 할아버지의 말벗이 된다. 한 쪽은 상상이나 회상으로 흑백으로 그리고 장면 장면 슬라이드를 보듯 단절되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사진첩을 보는 느낌이 된다. 덩그라니 비어있는 할아버지 쇼파가 아린 마음을 들추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