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귀농을 꿈꾼다. 도시에 살면 참 편안한데 왜 꼭 시골을 고집하는 걸까?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시골의 삶을 전혀 모른다. 명절에 찾아갈 시골집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여행을 통해 접하는 시골이나 자연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전원주택이나 귀농이 꿈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고리타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아마 결혼하고 난 후의 일인 것 같다. 도시와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 내 노후의 목표가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크고 나면 도시와 30분 1시간거리의 한적한 곳에 넓은 땅에 마당과 집을 짓고 강아지도 키우고 화초도 키우면서 안락한 삶을 살고 싶다. '10년의 시골라이프'를 보여준다는 작가는 시골에서 살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귀농과 비슷하다. 자연을 누리며 그속에서 살지만 도시와는 너무 멀지 않은 곳.. 사실 평생을 도시에서 먹고 살았던 나 같은 사람에게 오지와도 같은 너무 먼 시골의 삶은 설레임 보다는 두려운 감정이 더 앞서게 될 것이다. 시골에 땅을 사고 직접 집을 지어 이사를 하고 너른 마당에 화초를 키우고 개를 키우며 사는 작가. 시골의 삶이 어떤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것이기에 책을 낸 것일까? 물론 책은 귀농을 위한 준비사항이나 유의사항같은 것을 나열한 실용서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겪은 시행착오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귀농 유의사항이 머릿속에 정리되기 시작한다. 귀농이라고는 하지만 논밭을 갈아 농사를 짓는 일은 없다. 그가 하는 것은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살피고 바람소리를 듣고 화초를 키우고 주말이면 그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누리면서 휴식을 하는 것뿐. 이 얼마나 환상적인 귀농인가. 바람이 불면 나무 열매가 지붕을 두드리고 연탄을 갈고 이웃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자체가 얼마나 행복을 주는지 '사는게 참 행복하다'란 책의 제목만 봐도 너무나 부러운 삶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특별한 노하우도 없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귀농 10년의 삶이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무엇보다 주말이면 아무 소음없이 바람과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마당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배가 아프기까지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일상과 함께 담겨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곳의 풀내음 하나하나가 내곁에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농부의 일상은 농사로 시작해서 농사로 끝날 것 같은 단조로움의 연속이라 생각했지만 이웃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시골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도시생활자가 도시를 떠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당에 소복히 쌓인 눈으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친구를 삼고 싶다. 마당에 놓인 내 의자를 탐내는 도둑고양이와 친구가 되고 싶다. 계절마다 피는 꽃의 내음과 함께 책을 읽고 싶다. 그런 여유로운 삶 속에 친구들을 초대해 가끔은 수다도 떨고 싶다. 전원 생활이 꿈인 많은 사람들에게 더더욱 환상을 갖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는게 참 행복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그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