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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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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우한 이웃을 돌보는 것은 시간이 남아돌아 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회에 나와서 일을하면서는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 '인생을 어떻게 살았기에 저렇게 되었을까?'하고 그들의 힘겨운 삶이 꼭 그들의 '나태함의 결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나도 이런 저런 상황을 겪다보니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삶'이란 생각과 더불어 직장에서 경험하게 된 '봉사활동'을 계기로 조금씩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그럼에도 가끔 광고에서 월정액 후원을 하는 여러 단체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단돈 몇만원이 왜 그렇게 선뜻 내놓기가 어려웠던지... 두둑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내가 먹고 쓸 돈이 없다는 생각에 후원이란 것은 고민의 대상이기만 했었다.

 

몇년전 어느날 언니의 소지품 속에서 무뚝뚝한 표정의 흑인아이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의 사진옆에는 간단한 신상들이 기록이 되어있었는데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이라 수입이 없음에도 언니는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었던 거다. 머릿속에 번뜩...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아동의 후원을 신청했다. 이제 나는 결혼도 했고 돌보아야할 아이도 있고 더욱 아껴야하는 삶이지만  아이가 있다보니 아이들이 불행한 것 만큼 가슴아픈 일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분야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신랑이 알게 될까봐 말을 하지 못 하고 시작한 후원. 사실 신랑은 지금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이제 난 전업주부이고 둘째도 태어났으며 신랑의 빠듯한 월급으로 네 식구의 살림을 꾸리면서 후원하는 아이도 두명으로 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가끔은 고민하게 된다. 후원 아이를 한명으로 줄여야할지.. 아니면 내 아이의 것을 줄여 계속 후원을 해야할지... 그런 고민을 계속하는 사이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의 희망 기록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만나게 되었다.

 

 

 

 

이 아이들의 눈에서 희망을 배웠습니다. 당신에게도 그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 오지여행 전문서적인 줄 알고 실수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사버린 탓에 인생항로를 급선회하여 월드비전에 입사해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 직원에 의해 씌여진 책이다.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전 대륙을 방문하여 그들을 믿고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후원자들에게 현장의 상황과 사업내용을 알리기 위해 글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기적인 간행물등을 통해 사업장에서 어떤 사업이 이루어지는지, 후원금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안내를 듣기는 하지만 나 또한 가끔은 정말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인지, 후원금은 왜 아이의 가정에 직접 전달이 되지 않고 단체에서 운영하게 되는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많았기 때문에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갑기도 했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나의 조금은 우스운 모습을 발견했다. 멋진 사진이 많은 에세이를 내심 기대한 것인지 '이쯤은 절절한 사연이라고 할 수 없잖아?','왜 조금더 극적인 사진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한편에서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창피한 상황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야기 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간 오지를 여행한 이야기들을 접해왔던 터라 그마저도 면역이 되었던 것일까?

 

 

 

" 제대로 먹여주지 못하는 엄마라는 게 너무 미안해서 밤을 새워 울었어요. 내가 울자 이기가 옆에서 따라 울었죠.

  아기를 안고 달래는데, 아기가 깃털처럼 가벼워 또 울었어요. "     P23

 

 

 

우리 가족이 한번의 외식비용 3만원으로 한달을 살 수 있는 그들의 삶자체가 극적인 것을 난 무엇을 더 원했던 것일까? 볼리비아의 18살 된 어린 엄마의 인터뷰에 가슴에서 흘러넘치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인지라 더욱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 넉넉한 상황이든 어려운 상황이든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더하고 모자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기가 깃털처럼 가벼워 울었다는 엄마의 한마디에 넉넉한 냉장고 속에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를 나의 모습이 참 한심스러워 진다. 모유가 부족해 분유를 함께 먹는 이제 태어난지 6주가 된 둘째 딸아이가 '참 행복한 환경에서 태어나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절로하게 만들어준다.

 

기관을 통해서 후원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가질만한 의문중에 하나가 '왜 당장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 후원금을 직접 전달해주지 않는 것일까?'이다. 월 정액으로 후원되는 금액은 아이의 두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월드비전에서 관리하면서 예방접종,식사,교육등에 사용되고 있고 '선물금'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별도의 돈을 직접 전해줄 수가있다. 이 또한 너무 자주 주게 되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후원아동이 다른 아동들의 질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궁금증이 있는 상황에서 선물금을 보냈었는데 아이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내가 보낸 선물금으로 구입한 물건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었다. 새로 구입한 교복을 들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한 사진속에서 아이는 가장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돈인데 왜 직접 돈으로 주지 않고 우물을 파고 교육을 하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깨끗한 물이 없어 아이들이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마을의 한 집에 매달 후원금 3만원을 준다면, 그 돈으로 매달 생수를 사다 마시는 방법 외에 이 결연아동이 깨끗한 물을 마실 방법은 없다. 마을에 학교가 없어서 이웃마을로 매일 1~2시간씩 걸어서 학교를 가는 아이의 교육에 3만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P 125

 

 

 

월드비전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게 아닌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그리고 각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사업 내용들을 접하면서 머릿속에 품고 있던 의문들은 깨끗하게 해소 되었고 이런 부분이 후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월드비전'에서 출간한 책이라고 하니 후원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책을 접하길 꺼려할 지도 모르겠다. '기관을 홍보하는 듯한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테니까. 물론 후원자들에겐 궁금한 여러가지 상황을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책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민석 작가와 함께 동행한 사진작가 유별남. 남자둘이 함께한 여행아닌 여행들은 그들의 인생도 많이 바꿔 놓은 듯 했다. 그들은 책을 위해 그곳에 갔지만 눈물을 흘린 날들이 더 많은 듯 했다. 남자들이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 것인지.. 그들의 글과 사진속에도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동 노동 착취, 에이즈 감염, 초경도 시작하지 않은 아이의 조혼, 여성 차별, 자녀들 앞에서 '거지'신분을 이야기 해야하는 부모...상상하기 조차 힘든 가슴아픈 상황들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후원을 계속 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다짐하게 된다. 지금도 내 주변에는 처음의 나처럼 생각은 있는데 단돈 몇 만원이 빠듯해 선뜻 후원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여럿있다. 그러면서 별다방에서 마시는 커피를 즐기고 문화생활을 하고 매일 외식을 한다. 한번의 외출만 줄이더라고 어려운 아이 한명을 살릴 수 있음에도.. 그렇게 갈등과 고민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두 남자의 특별한 여행을 통해 나 또한 배움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 지금 울지 않으면, 그대는 언제 무엇을 위하여 울 것인가?"  P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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