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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작가로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세스 노터봄. 1992년 쓴 그의 여행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 한국판으로 번역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지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을 들고 실제로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뒤늦은 번역본 발간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산티아고'란 단어만으로도 발간된 책이 수도 없이 많이 있고 대부분 성지순례길에 대한 내용이기에 이번 책 또한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라고 추측했었다. 처음 책을 손에 받아보고는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에 놀랐고 여행서임에도 불구하고 깨알같은 글씨들과 컬러사진 한장이 없는 내용에 독서전부터 '지루한 여행서가 아닐까?'하는 편견이 들기 시작했다.

 

세스 노터봄은 이미 77세가 된 고령의 작가로 여행서, 소설, 작사, 번역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그는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스페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해마다 스페인을 여행하고  “스페인이라는 보물 창고는 캐고 또 캐도 바닥이 안 보인다”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린시절 불우한 시간을 보내고 고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 한 그가 선택한 여행길. 그는 그런 여행속에서 더욱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첫 작품인 '필립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방랑경험을 토대로 씌여진 글이라고 하니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준 것도 여행인 셈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안다. 돌아오는 사람, 떠나가는 사람의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서 그곳에만 가면 어쩐지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이 세상에는 있음을.   P 7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이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과 아쉬움, 그런 설레임이 좋아서 떠나고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 문장에 녹아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세스 노터봄에게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곳은 스페인이 아닐까? 그동안 자주 접했던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에 대한 여행기들을 생각하면서 책의 첫 장을 넘기려니 전혀 다른 식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고통스럽게 걸으며 깨닫는 순례길이 아닌 배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즐기는 순례길. 그의 여행은 보통의 순례길에서 자주 벗어나 스페인의 역사,예술,문화,국민성등을 깊게 이야기 한다. 소설을 쓰더라도 수 많은 조사를 하고 생생하고 써내려가는 것이 작가들의 수준인지라 책을 볼때면 작가들의 지식에 감탄하는 일이 자주있는데, 이 책을 접하면서 스페인 국민이라도 작가처럼 스페인에 대한 지식이 많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작가의 스페인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과 그 양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찌 이런 책을 단순히 '여행서'로 분류할 수 있을까?

 

 

 

나에게 여행은 질러 가는 길이 아니라 둘러 가는 길이다. 나그네는 옆길로, 시골길로, 큰길에서 샛길로 빠지는 유혹,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을 가리키는 표지판의 유혹, 오솔길 하나만 난 저 멀리 성채의 윤곽이 주는 유혹, 저 언덕이나 산맥의 맞은 편에서 나그네를 기다릴지도 모를 수려한 장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일부러 영원한 미로를 만들어 간다.      P 497

 

 

 

초반에는 책 읽기가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책의 두께에 대한 중압감에 더불어 여행서이면서도 사진의 양이나 흑백사진만 있는 책은 처음이라 살짝 편견이 있기도 했었다.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맛집,명소,관광지들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여행지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사진과 함께 풀어놓은 여행서도 아니었다. 더불어 유창한 실력으로 표현되는 스페인의 여러 문화와 성지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너무 세심하고 사려깊게 설명되는 그것들. 더불어 수 많은 배경지식이 설명되는 통에 스페인에 대한 정보가 전혀없는 내가 읽기엔 무리인듯... 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하지만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작가의 문체에 빠져들에 된다. 더함도 덜함도 없으면서도 사람의 능력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깔끔한 문장 표현력은 그가 왜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지를 실감케했다. 종교적 차원에서 머무르는 순례길이 아닌 스페인을 알고 사람들을 알고 건축양식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는 여행길을 읽으면서 왜 그의 책을 들고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해가 갔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사진이 요즘에 맞게 컬러로 되어있다면 조금더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대부분의 독자라면 나처럼 초반에 책읽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초반을 넘기고 나면 즐거운 독서가 기다리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독서하길 권해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세스 노터봄. 그만의 개성이 넘치는 여행서를 보면서 다시한번 단순히 '여행서'로 분류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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