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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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고고하게 고고학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입문서.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고고학 가이드. 툼 레이더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고고학자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멋있고 폼나는 모습은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일 뿐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호미와 같은 트라울을 가지고 흙구덩이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작업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은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근 읽은 유홍준 교수의 책 국토박물관 순례1에 선사시대 이야기가 나와서 보았기에 이 책이 더욱 친근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유물들을 통해 과거의 삶과 생활을 유추한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기록물에 의존하는 역사에 비해 유물을 통한 유추는 사실적이라 더 신뢰가 간다. 인간이 들추어 내지 못한 기록물의 역사 이전의 삶도 고고학과 연대기측정법의 발달로 인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유물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가설과 유추된 사실이 뒤집어진다는 사실도 무척 재미있다.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는 그런 느낌? 단편적인 유물이 그 당시의 모든 생활상을 담아낼 순 없지만 고고학의 발달로 어렴풋이 상상되고 유추되었던 인류의 생활상이 하나씩 밝혀진다는 사실은 정말 짜릿한 전율이 돋게 만든다.

 

고고학에서 밝혀낸 여러 가지 이색적인 에피소드도 이 책을 몰입하게 만드는 숙명적인 이유다. 그동안 몰랐던 고고학적인 용어 트라울, 삼시기법 등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기쁨과 매한가지다. 베네치아가 유명도시로 변신하게 된 에피소드 또한 아이러니다. 조선시대 이전까지 기술을 중시했던 우리나라의 시대상도 그립고, 거대한 건축물은 없지만 다뉴세문경이라는 아주 세밀한 유물이 반도체 웨이퍼와 오버랩 되는 것도 이미 앞을 내다본 선조들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또한, 복제품을 전시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동아시아 인류의 기원을 밝혀주었던 베이징원인도 진품은 잃어버렸고 연구자가 자세히 떠 놓은 복제품을 통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웃픈 사연도 아쉽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과거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고학은 넓게 본다면 역사학도 될 수 있고, 인류학도 될 수 있다. (18p)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라는 숙명에 기인한다. (23p)

 

그럼에도 고고학이 미래 지향적인 학문인 이유는 바로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행동과 생존을 위한 방법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43p)

 

고고학은 그 시간과 공간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어쨌든 기본으로 하는 데이터가 인간이 직접 남긴 물질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44p)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실상 (53p)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실상이라는 말만큼 고고학의 발굴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고고학 발굴의 원리는 그야말로 땅을 파서 유물을 찾아내고, 그 유물이 나오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직접 발굴해서 땅속에 숨어 있는 여러 자료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56p)

 

트라울 : 정원에서 쓰는 꽃삽류를 통칭하며 용도에 따라 모양새가 다양한데, 고고학자가 쓰는 것은 마름모꼴로 그 끝이 뾰족해서 포인팅 트라울(pointing trowel)이라고 한다.(60p)

 

현대 고고학자의 임무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남겨서 후대에 이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누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이 바로 발굴이다. (74p)

 

유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이러한 고고학자의 연구 방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80p)

 

중심과 변방으로만 인식되었던 기존의 선사시대에 대한 인식은 바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의 개발로 무너지게 되었다. (93p)

 

우리 삶과 고고학에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그 하나하나의 숫자에는 영겁의 세월 동안 쌓여온 인류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97p)

 

그렇게 수십명의 고고학자가 수십년 고생을 해서 쌓아 올린 역사가 바로 당신이 읽고 있는 고고학 책의 한 줄인 셈이다. (114p)

 

석기, 청동기, 철기에 따라 삼시기법으로 하는 분류도 결국은 우리가 각 시대의 지혜를 동원해서 만들어 온 도구의 재질에 따른 분류이다. (117p)

 

흔히 한국 사람은 전통 사회를 쌀농사에 기반을 두고 기술을 경시했던 사회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조선시대 이후의 일이며 한국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과 그것을 계승한 남한의 삼한은 누구보다도 기술을 존중했던 사회였다. (138p)

 

한국은 거대한 건축이나 문명은 없지만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바로 다뉴세문경이다. 마치 반도체의 웨이퍼를 연상시키는 외형처럼 다뉴세문경에는 지금도 완벽히 풀리지 않은 고대 문명의 첨단 기술이 들어있다. 시퍼렇게 생긴 청동기에 그렇게 고고학자가 열광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가! (141p)

 

유라시아 초원지대에도 신석기혁명에 비견할 만한, 가히 초원의 혁명이라고 할 사회변화가 이루어진다. 바로 목축(pastoralism)의 등장이다. (169p)

 

이렇게 농경과 마을로 대표되는 온대의 정착 생활과 반대가 되는 생계인 유목이 탄생했다. 이는 동물이 인류의 역사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2p)

 

거대한 석조 기념물로 유명하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튀르키예 괴베클리 테페에서는 재단에 걸었던 해골이 발견되었다. (184p)

 

하지만 그런 해골 숭배의 결과로 도시가 만들어진 경우가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는 828년경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골을 훔쳐왔고, 이를 기점으로 베네치아는 크게 흥성하여 수많은 교회 건물과 광장이 지어졌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산마르코 광장도 바로 마르코 성인(마가복음의 저자)의 유골을 기념하여 지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성인의 유골이 세계적인 도시를 탄생시킨 격이다. (186p)

 

하지만 무덤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부활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하다. 무덤 안에 많은 유물은 사실 부활을 위한 상징이다. (186p)


그럼에도 농사라는 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글자도, 도시도, 어떠한 기술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인간의 위기를 대처하는 지혜를 모으고 서로 논의하는 것도 결국 농사라는 시스템에서 더욱 발달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215p)

 

가장 좋은 고고학자는 발굴을 하지 않는 것이다. (220p)

 

현대 박물관은 가급적이면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정책이 대세이다. 배리어프리는 고압적인 배치로 관람자를 소외시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는 사람이 박물관의 전시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강조하는 전시 기법이다. 반달리즘과 배리어프리는 서로 모순적이다. (230p)

 

고고학자도 배설물을 통해 고대인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한다면 당신이 누군지를 알 수 있다.” 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254p)

 

고고학의 목적은 과거 사람의 삶을 밝혀내는 것이다. 겉보기엔 흉해도 과거 인간의 삶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미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물이다. 저주 같은 이야기에 현혹되기에는 미라가 알려주는 생생한 삶이 우리 눈앞에 있다.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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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누군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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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렵 누군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흥미로운 단편 소설 모음집.

 

오래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동네 독립서점에서 구입한 지 1년 정도 지난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됐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 내가 좋아하는 최애 작가 톱 쓰리다. 그 중 일본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히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나면서 부터다. 코난 도일의 명탐정 홈즈 시리즈를 읽고 자란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추리소설 작가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특히, 전문작가도 아닌 전기공학 전공자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다는 말인가? 언빌리버블!

 

이 책은 8개의 단편을 묶었다. 주로 그의 장편만 골라 보았는데 그의 단편집은 흥미롭다. 히가시노 작품의 마성은 읽기 시작하면 궁금해서 끝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 페이스를 조절해서 읽기 어렵고 폭독하게 된다.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추리소설의 최대 매력이다.

 

 

■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짧은 단편인데 찝찝하다.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결말이다. 어중간하게 끝나는 것 말이다. 그러나 한 작품 정도는 이렇게 찝찝함을 남겨둔 것도 그의 작품 속 장치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던, 난 확실한 결말 그리고 가급적 해피엔딩이 좋다.

 

■ 「20년 만에 지킨 약속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다. '약속을 잘 지켜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그런 비극적인 사건의 굴레를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판단으로 본인의 탓이 아니라고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죄의식을 가지고 속죄하며 산다는 주인공의 심리상태 자체가 안쓰럽다. "네가 행복하길 빌겠어!" 하며 헤어지는 연인의 마음도 이런 걸까? 나와 관계를 맺고 연락도 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그들의 좋지 않은 결말은 마치 내가 도덕적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유산의 상속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가득은 첫 단편으로 몰입감 있고 충분한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어서 1번 타자로는 적격이었다.

 

■ 「재생 마술의 여인죄를 짓고는 못 산다는 교훈. 자신의 죄책감으로 자살을 선택한 비운의 남자. 조강지처 버리고 잘 되는 놈 못 봤다는 교훈이 딱 맞는 스토리.

 

■ 「아빠, 안녕은 정말 일본적인 이야기다.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들어갔다는 황당한 이야기. 딸의 육체, 아내의 영혼, 아내인 딸을 사위에게 보내는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휘두르지도 못하고 울고 말았다. 사위에게 한 방 먹이지도 못하고 쭈그려 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216P)

 

■ 「명탐정의 퇴장- 명탐정을 감쪽같이 속여 자기 가문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는 스토리는 어딘지 모르게 짠하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잊어 주기를 바란다. 잊혀야 될 권리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이야기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의 트라우마에 고통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 망각의 능력을 신이 주신 이유는 아마도 적절히 잊고 살아가도 좋다는 뜻이리라! 남의 흉사에 너무 관심 갖지 말고 세상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미담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자!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갈림길에서 한 번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과 관련된 짧은 단편인데 주인공은 3가지의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3번째의 선택지가 나쁜 경우의 두 개를 모아 놓은 상황이었으니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주인공에게 더 좋았을까? 속는 셈 치고 속아준 3번째 선택의 이야기 여자도, 호랑이도. 짧지만 강렬한 번민과 상념을 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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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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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당장 시집을 펼쳐 읽어야 될 것 같은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시 해설 책이다. 문화 혼융의 시 읽기란 교양과목으로 대학에서 실제로 강의가 이뤄진 내용을 담았다. (작가 소개 인용)

 

이런 내용의 강의가 있었다면 나 또한 수강 신청을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그런 명강의를 이렇게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회사 후배의 추천으로 받은 책이다. 본인이 학창 시절 수강했던 것 같다. 스승의 책이라 추천을 받아 읽었는데 워낙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문화 혼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하여튼, 같은 시라도 해설을 들으며 배경을 알고 나서 읽게 되니 또 달리 보인다. 대중가요라 치부하며 약간은 무시했던 노래 가사들이 위대한 시였음을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다.

 

또한, 시의 해석은 정답이 없다는 사실, 감상하는 자에 따라 해석이 바뀌고 감동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시야 말로 살아있는 생물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그만 이 책을 덮고 부디 시집을 펼치시라, 시를 잊은 그대여(299p)이 말을 좀 일찍 해주시지, 책을 다 읽고 난 마지막 줄에 이 문장을 쓰시다니 어차피 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 읽었으니까요!

 

이젠 시집을 읽고 느끼고 감동해야 하는 의무는 나와 독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다양하게 녹아 있는 시를 잊지 말고 늘 감상하고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책 속의 좋은 글귀와 나의 감상]

우리 역시 만인의 스타가 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자식의, 친구의, 연인의 스타는 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서로를 비춰주는 그런 존재, 우린 그것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다. (53p)

 

돈 매클레인의 명곡이자 고흐에게 바친 빈센트(Vincent)의 가사를 음미해 볼 것(56p)

자신을 태워 우리를 비춘 그야말로 저 하늘의 별인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분명히 그는 신의 메시지를 해독하였으리라. 별은, 밤하늘의 쓴 신의 시니까. (57p)

 

남이 떠나야 할 때는 알아도 자신이 떠나야 할 때는 잘 모르는 법이다.(62p)

 

안도현이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며 <너에게 묻는다.>에서 하잘것없어 뵈는 연탄재를 옹호했던 것처럼(69p)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중에서(75p)

 

박수칠 때 떠나라 하지 말자. 떠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자. 다만 박수칠 때 떠나는 자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자. 그게 마치 싶다.(79p)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다시>(95p)

 

인생 역전 오페라 가수 폴 포츠 스토리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98p)

카니발의 이적이 먼저 발표했지만 인순이가 더 히트시킨 거위의 꿈은 가사와 인순이의 삶이 동일시되는 면이 극대화된 결과이리라(99p)

 

정지원 시인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부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의 애창곡이었는데 말이다. (101p)

 

두부 장수의 핑경타이탄 트럭의 핸드마이크 소리전자가 은근히 기다려지는 그러나 효율이 낮은 종소리라면, 후자는 짜증이 나 피하고 싶은 소음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제격인 매체인 것이다.(137p)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 (230p)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252p)

 

시와 노래가 본디 하나이던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279p)

 

축제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야 제격이다. 축제답게 서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듣고 전하는 생동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를 제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284p) - 시 해석의 여러 가지 의견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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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토마토 - 넘어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는 판다 이야기
최종태 지음 / 마음의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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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된 토마토- 마음으로 읽는 어른을 위한 힐링 동화책(누구나 슬럼프는 온다. 판다에게조차

 

푸바오 때문에 판다 열풍이 불었다. 가는 판다가 아쉬워 우는 청년도 보았다. 기성세대에선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을 현상이다. 하지만, 내가 위로되고 힘을 얻는다면 나름대로 그 진가는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판다 사진으로 도배된 못된 토마토는 눈길을 끈다. 금방 읽힌다. 텍스트가 적어서다. 금방 읽힌다고 감동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이다. 이 책은 오히려 사진 한 장 한 장을 뜯어보며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속도를 늦추는 동안 감동의 크기는 애드벌룬처럼 커진다. 마음이 꽉 찬다.

 

토마토를 키우며 농사짓는 농부들과 관련된 업을 가지신 분들에겐 미리 제목으로 놀라질 마시길 바란다. 혹여나, 토마토의 안 좋은 소문이 돌거나 하는 염려는 붙들어 매시라! 제목이 그렇다고 토마토를 멀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독자들의 수준을 믿어 주길 바란다. 토마토는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니까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슬럼프는 운동선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시기가 온다. 그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막막한 감정에 빠져있거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우리의 귀염둥이 판다가 어떻게 그런 슬럼프를 이겨냈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바다를 가던 강물이 사막을 만나면 어떡해야 할까요? 변해야 해요. 새로운 내가 되어야 해요.(219p)판다가 제안하는 슬럼프 극복법이다. 그런데, 변해야 하는 방법이 기존의 예측을 훨씬 벗어나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게 만든다.

 

흔히, 해법으로 사막을 계속해서 공략하고 힘을 내어서 한 걸음 한 걸음 헤쳐 나가다 보면 바다가 나와요라든가 사막의 얕은 곳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몰아치다보면 조금씩 길이 뚫어질 거예요라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이 등장한다. 상태변화(상전)를 통해서다.

사막을 만만 강물은 뜨거운 태양 빛을 받아 수증기가 되었어요.

수증기는 구름이 되었고, 구름은 바람을 따라 바다에 도착하여

비를 뿌렸어요.

그렇게 강물은 바다로 갈 수 있었어요.(218p)

 

상태변화란 물질의 상태가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두산백과 두피디아 인용)

이러한, 상태변화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한 판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틴틴과 못된 토마토 내 마음은 틴틴이요, 못된 토마토는 나를 흔드는 외부의 시선이다. 틴틴을 꽉 붙잡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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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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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우리 일상에서 겪게 되는 상황과 현상 문제들에 대한 단편적인 철학적 사유(인용되는 수많은 사건과 철학자들의 생각과 단어가 책의 깊이를 더한다.)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날씨를 만들어 냈던(무지개) 어린 시절의 그날을 추억하며 이 제목을 지은 듯하다. 그날의 무지개 대신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감동으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인디언 기우제를 떠올렸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니 당연히 100% 날씨를 예측하는 기우제였다. 삼국지에도 제갈공명이 날씨의 변화를 예견해 자기가 원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결과를 자아냈다. 철학이 날씨를 바꾼다는 대명제가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날씨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철학적 사유라면 사람의 기분도 바꾸어 적어도 근접한 날씨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날씨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지, 우리가 날씨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7p)

일기예보는 날씨를 알려 줄 뿐 아니라, 이미 파산한 이를 위로하며 구제책을 조언하듯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우산을 잊지 말고 출근하라 말한다.(11p)

 

4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각 테마마다 생각거리 10개씩이 들어 있다. 합이 40이다. 작가의 성격을 엿 볼 수 있다. 철학적 주제들 중에서 관심 있는 것을 찾아봐도 좋을 일이다. 두고두고 어떤 주제에 당면했을때 옛 철학자들의 생각과 저자의 논평을 참고하면 좋겠다. 한편으론 무신론적인 저자의 편견과 고집은 껄끄럽기도 하다. 본인의 자유이겠지만 영혼을 없다하고 그리스도에 대한 무존경심은 기독교도 입장에서 편하지 않다. 여러 주제에서 그런 색깔들이 담겨있으니 책을 읽을 때 감안하라는 얘기다.

1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기생충의 예술과 철학 -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소음을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그리스도이리라(30p)

서양의 본질, 우울과 여행:바다 이야기1 - 우울을 떨쳐버리기 위해 바닷바람을 쐬고 있는 여행자는 일상과 영화 속에, 현실과 허구 속에 흔하고 흔하다.(50p)

배들은 다른 대륙의 해안에 도달했고, 여유로운 우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선명한 채찍질 같은 식민지의 고통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60p)

물과 바다의 철학:바다 이야기2 - 헤겔의 눈에나 슈미트의 눈에나 바다는 오로지 서구인의 역사에 속한 것일 뿐이었다. 당연히 오늘날의 바다는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오늘의 바다는 세계 시민의 것이고, 또 무엇보다 난민들을 위한 바다이다.(69p)

 

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동물들은 설교를 즐겁게 듣지만, 설교에 따라 신의 법 아래 복종하는 일은 없다. 설교는 그저 즐겁게 들었으면 됐고, 그들은 돌아서서 그냥 하던 대로 한다.(90p)

희생양 없는 사회를 위하여 - 희생양은 구세주에 관한 고대 신화를 지탱할 만큼 오래된 개념이지 어떤 이유로도 희생양은 정당화될 수 없고 희생양을 가졌던 운명은 교정되어야만 한다. 이제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희생양 없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98p)

 

2부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바보와 천재 - 결국 바보와 천재는 서로 전혀 다른 인물들이고 전혀 다른 길을 가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공양심 인간 고유의 영역이 바로 판단력이며,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출 수 있느냐에 따라 AI의 성공 여부도 결정되리라.(120p) 이미, 게임은 끝난 것 같아서 걱정이다.(내 생각)

 

3부 위안의 말

 

혼밥 혼밥은 최근에 유행하는 식트렌드지만 이미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온 방식이었다. 난 혼밥을 싫어한다. 왠지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가게 주인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꽤 든다.

 

4부 예술과 세월의 그림자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 지금이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다. 리즈시절이라고 하는 그때를 말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이미 후회한 들 무엇하겠는가? 지금이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이라 생각하고 살아야겠다.(내 생각)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그는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을 바로 지금에서 찾는 것이다.(283p)

 

나이 드는 인간을 위한 철학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 자신이 현재와 일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는 점점 나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어라고 그리움에 잠기는 것, 그때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어라고 후회에 빠져드는 것 모두 잃어버린 현재에 대한 느낌들이다. 나이 든 자에게 현재는 지나간 현재이다.(292p)

이제 자신의 가능성이 아닌 타인의 가능성을 돌볼 시간이 오는 것이다.(298p)

 

이젠 전성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은 이미 정복했고 그 시절을 나는 느끼지 못했을 뿐이고 지금은 하산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다 보니, 시력이 약해지는 것도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 것도 신의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기 싫은 거 안 봐도 되는, 안 좋은 추억과 과거는 자연스레 잊어 버리게 만드는 축복 말이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충격적으로 관람한 적이 있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나중에는 아이가 되고 무로 변한다는 영화였던 것 같다. 아이가 된 노인, 이게 우리가 늙어가는 모습이지 않을까, 육체는 노인이지만 돌봄이 많이 필요해지는 시기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레트로 마니아 또는 수집가 - 수집가는 많은 경우 과거의 사물에 관여한다. 반면 미래의 사물에 관심을 쏟는 자는 발명가다.(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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