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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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당장 시집을 펼쳐 읽어야 될 것 같은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시 해설 책이다. 문화 혼융의 시 읽기란 교양과목으로 대학에서 실제로 강의가 이뤄진 내용을 담았다. (작가 소개 인용)

 

이런 내용의 강의가 있었다면 나 또한 수강 신청을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그런 명강의를 이렇게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회사 후배의 추천으로 받은 책이다. 본인이 학창 시절 수강했던 것 같다. 스승의 책이라 추천을 받아 읽었는데 워낙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문화 혼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하여튼, 같은 시라도 해설을 들으며 배경을 알고 나서 읽게 되니 또 달리 보인다. 대중가요라 치부하며 약간은 무시했던 노래 가사들이 위대한 시였음을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다.

 

또한, 시의 해석은 정답이 없다는 사실, 감상하는 자에 따라 해석이 바뀌고 감동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시야 말로 살아있는 생물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그만 이 책을 덮고 부디 시집을 펼치시라, 시를 잊은 그대여(299p)이 말을 좀 일찍 해주시지, 책을 다 읽고 난 마지막 줄에 이 문장을 쓰시다니 어차피 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 읽었으니까요!

 

이젠 시집을 읽고 느끼고 감동해야 하는 의무는 나와 독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다양하게 녹아 있는 시를 잊지 말고 늘 감상하고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책 속의 좋은 글귀와 나의 감상]

우리 역시 만인의 스타가 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자식의, 친구의, 연인의 스타는 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서로를 비춰주는 그런 존재, 우린 그것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다. (53p)

 

돈 매클레인의 명곡이자 고흐에게 바친 빈센트(Vincent)의 가사를 음미해 볼 것(56p)

자신을 태워 우리를 비춘 그야말로 저 하늘의 별인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분명히 그는 신의 메시지를 해독하였으리라. 별은, 밤하늘의 쓴 신의 시니까. (57p)

 

남이 떠나야 할 때는 알아도 자신이 떠나야 할 때는 잘 모르는 법이다.(62p)

 

안도현이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며 <너에게 묻는다.>에서 하잘것없어 뵈는 연탄재를 옹호했던 것처럼(69p)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중에서(75p)

 

박수칠 때 떠나라 하지 말자. 떠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자. 다만 박수칠 때 떠나는 자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자. 그게 마치 싶다.(79p)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다시>(95p)

 

인생 역전 오페라 가수 폴 포츠 스토리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98p)

카니발의 이적이 먼저 발표했지만 인순이가 더 히트시킨 거위의 꿈은 가사와 인순이의 삶이 동일시되는 면이 극대화된 결과이리라(99p)

 

정지원 시인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부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의 애창곡이었는데 말이다. (101p)

 

두부 장수의 핑경타이탄 트럭의 핸드마이크 소리전자가 은근히 기다려지는 그러나 효율이 낮은 종소리라면, 후자는 짜증이 나 피하고 싶은 소음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제격인 매체인 것이다.(137p)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 (230p)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252p)

 

시와 노래가 본디 하나이던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279p)

 

축제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야 제격이다. 축제답게 서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듣고 전하는 생동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를 제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284p) - 시 해석의 여러 가지 의견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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