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문법 플래너 2 - My Grammar Planner Advanced My Planner 2
대한교과서 Eng-up 영어연구모임 지음 / ENG-up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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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을 코 앞에 둔 4학년 겨울 방학.

고학년이 된다는 생각에 딸아이를 설득해서 부랴부랴 영어 학원에  등록을 하자마자 일주일 후부터 Diary 쓰기 숙제를 내주었다.

'Do you know what you want for Christmas?'라고 써야 할 주제를 주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도록 하기도 해서 나름 영어를 익혀나가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어의 기본 문장 구조도 알지 못하는 딸에게 자신이 쓰고 싶은 표현을 쉽게 쓸 수 없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나마 생각나는 단어들을 그럴 듯하게 나열해서 썼다고 생각한 것이 영어 선생님의 빨간펜 지적을 거침없이 받자 급기야 자신감 상실로 이어졌다.

우리말과 문장 구조가 다른 영어의 문장 구조와 문법을 조금이라도 이해시켜야 배운 문장을 응용해서 간단한 문장이라도 자기가 표현하고픈 것을 나타낼 것 같아 뭔가 도움을 줘야 할 상황이었다.

영어를 말하고, 듣고, 읽고, 쓰기 위해선 문법과 단어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또 한번 가슴에 와닿는 경험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영문법 플래너 Basic>을 보고 너무나 필요한 책이라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는데, 엄마의 기대와 달리 4학년 딸에겐 책의 분량과 익숙하지 않은 문법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듯 보였다.

<나의 영문법 플래너 Advanced> 역시 엄마의 침이 마르는 칭찬이 있을지라도 지금 당장 딸의 환대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리란 걸 책을 처음 본 딸의 반응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두 달의 영어 학원 경험으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영어에서는 많이 뒤쳐진다고 느낀 딸의 좌절감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호기심과 당당함을 보이던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자마자 아이가 아니라 내가 읽기 시작했다.

"엄마가 어떻게 도와줬음 좋겠니?"라고 묻자,

"왜 어떨 땐 wish를 쓰고, 어떨 땐 hope을 써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하고 딸이 영어의 미묘한 어감과 그 뒤에 오는 문장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면 답답함이 풀릴 것 같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I wish 다음에는 가정법이, I hope다음에는 직설법이 사용된다는 여러 가지 가정법 문장들을 모르고는 딸의 영어 습득과 자신감 회복도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거의 손을 놓아버린 영어는 늘 나에게도 큰 부담이다보니, 영어문법을 제대로 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선 나에게 친절한 문법을 자세히 알려줄 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의도를 책의 겉표지에서 '처음으로 문법을 배우려는 학생들!/ 영어 때문에 더 이상 헤메고 싶지 않은 학생들!/ 우리 아이 영어 기초를 직접 도와주고 싶은 어머니들!/ 영어 기초 탄탄히 잡아주려는 선생님들!'이라고 추천 대상을 명시해 놓았다.

그 중 바로 세번째와 네번째 대상으로서 나는 딸의 '엄마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셈이다.

 

1권에 나왔던 문법 친구 슬아와 지수, 현이도 2권에선 어느새 한 학년씩 올라가서 1권에서 다뤘던 기본 문장 구조보다 한 단계 높은 영어 문법들로 더욱 센스 넘치고 코믹한 상황들로 스토리를 이어 나간다. 문법책이지만 아이들의 미션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구성된 것은 정말 이 책만이 가진 큰 매력이다.

수동태, 조동사, 관계대명사, 분사구문 등 초등학생이나 기초가 부족한 중학생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 싶은 용어들이 단계별 학습 구성으로 자세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고,

영미권의 문화와 언어를 알아보는 페이지들이 중간중간 재미를 더하며,

그 과에서 배운 문법으로 만든 예문을 수록하거나 '짚고 넘어가는 문법 fusion'과 문법 암기를 할 수 있도록 간단한 문제를 지겹지 않게 제시한 '아주 쉬운 문제 코너'들은 자신도 모르게 술술 영어에 빠져드는 효과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또 문법 용어 설명, 전치사와 부사의 관용어구 정리, 영어의 숫자 쓰는 법들 정리 등 꼼꼼한 부록들은 한 눈에 쏙 들어오게 요점 정리를 해 두어서 유용하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 중 특히 나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맴도는 문장이 있다.

위인들의 묘비명에 대해 재미있게 써 놓은 것 (206쪽)인데, 내가 좋아하는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묘비명이다.

'Pardon me for not getting up(일어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뛰어난 문학가답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인상적인 문구가 아닐 수 없다.

내 딸도 이 책을 단순한 영어 문법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자나 여러 분야의 다양한 상식들을 접하는 신선한 경로로써 접근했다가 영어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는 자연스런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앞으로 출간될 예정인 플래너 시리즈들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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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차별에 맞서 지켜온 소중한 권리 이야기 UN 세계 기념일로 보는 열두 달 인권 달력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2
김주희 지음, 신민재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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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열두 달 달력에 이렇게 사람의 권리와 자유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인권 기념일을 많이 정해 둔 줄은 몰랐다.

달력은 늘 가족들의 각종 행사나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을 찾아 노는 날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메모장 정도로 활용했을 뿐,

나에게 직접적인 관련성이 느껴지지 않는 인권 기념일에까지 결코 관심의 눈을 돌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정말 이런 기념일들이 달력에 있었나?'하고 여기저기서 보내준 새 달력을 들춰 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달력엔 인권 기념일이 적혀 있지 않았다.

목소리 높여 인간의 권리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런 '인권'에 사람들의 이목을 돌리도록 한 용기있는 사람들에겐 우리 모두가 참으로 무심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심코 넘기는 달력 속에 반짝이는 별처럼 새겨진 용기 있는 사람들'.

이 책은 바로 인권 기념일에 얽힌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조사해서 아이들이 읽기 쉽게 이야기로 꾸며낸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다란 용기를 냈고,

그 용기로 세상을 바꾸었던 16명의 이야기를 월별로 묶었다.

인종 차별에 맞서 싸웠던 마틴 루서 킹, 여성의 권리를 위해서는 감옥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수잔B.앤터니,

노예 노동하는 어린이들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크발 마시흐 등.

아이들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도 있을 테고,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나 저학년도 쉽게 아는 헬렌 켈러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어린 존재이거나,

사회적으로 자신의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자이거나,

반대로 단단한 사회제도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그들 편이 되어서 기꺼이 함께 돌맹이를 맞아준 정신적 리더이거나,,,

나라도 신분도 나이도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차별에 맞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를 목숨을 걸고 강하게 지켜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지 깊이 생각하고 나 자신의 삶과 비교해 보게 되고,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처한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 속의 자유로운 행동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다시 한 번 감사히 여겨진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달의 인물 이야기마다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국제 조약 맺은 날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 세계 모어의 날, 세계 여성의 날,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비 건축을 시작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보다 친근감 있게 인물들의 삶을 전달해 주기 실존인물의 얼굴 사진에 다소 코믹한 그림을 합성시키거나 입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어두운 인물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고자 한 흔적이 느껴진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깨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희망했던 그들의 삶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반갑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되었다면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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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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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겠고 단풍 놀이 한 번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의 언저리에 와 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인데, 쌀쌀한 찬바람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우리집 보일러는 경기와 상관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혹한의 겨울도 아닌데, 춥다며 이불 한껏 여미고 읽기 시작한 "남한산성".

1636년 병자호란의 그 지난한 겨울,

힘 없는 가난한 조선의 민초들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던 우유부단한 왕과 그 신하들의 삶이 겨울 바람만큼이나 가슴 시리고 아프게 와 닿았다.

 

역사적인 사료에 근거해서 남한산성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치욕과 지존을 되뇌였던 그 순간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 김훈의 글은 역시 매서우면서도 매력이 있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책 뒤 부록을 힐끔거리며 찾아 읽어야 하고,

때론 사전을 찾아야 이해가 되는 나의 무지함에 다소 번거롭고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그 당시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을 쉽게 뗄 수가 없었고, 단숨에 책을 읽어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땐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한 인조의 무정한 아비로서의 행적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야말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던 49일 동안의 일과 그 성 안팎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척화파와 주화파의 어느 쪽을 지지할까?로 늘 토론거리가 되곤 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던 나의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광해군처럼 인조도 시대의 흐름을 좀더 일찍 감지하고 주변의 정세에 대해 혜안을 가졌더라면,

그렇게 많은 민초들이, 사대부들이, 군병들이 그 차가운 겨울 강물과 언 땅에 묻히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에 눈시울이 따끔거렸다.

 

겨울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읽게 된 이 책 때문에

겨울 내내 나는 남한산성을 떠올리며 맘 아프게 이 겨울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병자년의 그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다시 삶의 기운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나 역시 봄이 되면 가슴을 쓰다듬으며 남한산성의 기운을 밟으러 떠나게 되지 않을까?

그 겨울이 마냥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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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문법 플래너 - My Grammar Planner Basic My Planner 1
대한교과서 Eng-up 영어연구모임 지음, 캐러멜.네온비 그림, 이찬용 감수 / ENG-up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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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서 엄마로 살아가려면 상당 부분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내신과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우아하게 전인교육 타령만 하다가는 나중에 아이의 원망을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강심장 엄마임을 자처하며,  조기교육이니 영어열풍이니 하는 말에 콧방귀를 뀌며 둘째가 유치원을 가는 순간 '아이보단 내 삶이 우선이야!'를 외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4학년인 딸이 곧 몇 달만 있으면 5학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는 지금까지. 

 

그런데 요즘 의기양양 콧대 높게 외면했던 아이의 영어 공부가 나의 발목을 자꾸 움켜 쥔다.

엄마가 봐 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려고 보이지 않는 공을 들인 탓에 아이는 학원이나 학습지 등의 도움 없이도 무난히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거 봐!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잖아. ㅎㅎㅎ'라며 교육 현실에 대고 거만을 떨 수 있었는데......

문제는 고학년이 되면서 드러나는 딸의 영어 실체다!

학교 성적이 좋은데 반해, 일주일에 한 번 부담없이 재미있게 접근하라며 시작한 홈스쿨 영어수업은 그야말로 재미로만 접했는지 몇 개 안 되는 단어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해 쩔쩔매며 헉헉거리는게 아닌가!

게다가 단어 좀 안다고 깝죽대며 혀를 굴리더니 어느 날 동물 그림을 내 주고는 그 특징을 영어 문장으로 써 보라는 간단한 숙제조차도 낑낑대고 있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에 그래도 조금씩 노출 되었으니 저 정도야 하겠지?했는데, 아뿔싸~ 그야말로 대략난감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영어의 구조나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빤히 보이는 순간이라,

뭔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쉬운 문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었으니, 다른 과목처럼 영어 단어나 문법도 쉽게 술술 해결해 나갈 줄 알았는데 영~ 어줍잖은 것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다.

그래서 결국 나 역시 아이의 영어에 부담스럽지만 관심을 가지고서 앞선 선배 엄마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며 꼬치꼬치 물어보는 대한민국의 열혈 엄마로 서서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이만큼이나 영어에 흥미가 없는 엄마가 아이의 영어를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초등 아이에게 맞는 영어책을 고르는 기본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서점을 뒤적여 보아도 영어 공부를 도와줄 책 고르기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영어에 슬쩍 발을 담그기 시작한 채, 물 속에 푹 담그기를 주저하는 딸아이에게 어려워도 해야만 하니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문법책을 권하려니 정~말 괴롭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들어온 '나의 영문법 플래너'는 거의 대박이다!!!!

영문법 책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싱그러운 초록 표지부터 영화 제목처럼 멋스럽게 인쇄된 글씨체가 깔끔하니 눈길을 사로잡더니, 책 속 내용이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낸 생선같다.

영어문법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 선생님들이 정성껏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나타난다.

수학이나 국어도 마찬가지지만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뜬구름 잡기식의 겉핥기 공부가 되기 쉬운데, 려운 개념들을 정확히 잡아주려고 구성부터 색상까지 싫증나지 않게 애쓴 재치가 돋보인다.

 

일단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식 명랑 캐릭터인 슬아와 지수, 현이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마치 한 편의 생활 동화처럼 문법적인 설명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매끄럽게 책 전체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독특하다.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갑자기 딱딱한 문법책을 던져 줄 때의 막막함과 답답함이 이들 세 명의 알콩달콩한 발랄함 덕분에 쏙 파묻힐 것 같다.

또 제14장의  Chapter마다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두 장 단위로 깔끔하게 구분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본문 페이지!', 잠시 쉬면서 영미권 문화나 언어를 재미있게 알아보는 코너인 'Fun Pages', 하나의 문법을 알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섞여서 새로운 문장이 되는지 중요한 사항을 알아보는 코너인 '짚고 넘어가는 문법 fusion', 본문을 공부한 다음 가볍게 풀어볼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제 코너', 마지막으로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요점 정리해서 기억이 나도록 도와주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페이지'로 알차게도 구성해 놓았다.

 

'문법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다면 지나친 흥분일까?

책읽기 좋아하는 딸아이가 피곤하다며 이 책을 빼들고 침대에 누워서 키득거리는 장면.

'상상만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이 책은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 귓가에서 희망을 속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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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3
오치 노리코.유재일 지음, 김주영 옮김, 정하진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김완규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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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딱딱한 과학을 말랑말랑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아이들이 탐구심을 갖게 해 주는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 중 곰팡이에 관한 책이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곰팡이.

그런 곰팡이가 청소부라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함께 여행을 하다니?

우리 아이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 오 마이 갓!!!!"이다.^^

 

그래서일까? 딸기잼, 오래된 신문, 치즈, 딸기, 떡 , 호박 등 오래된 음식에 핀 곰팡이 사진이 책을 펼치자마자 한 면 가득 실려 있고 "어, 곰팡이가 피었잖아? 웩, 더러워! 곰팡이 같은 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하고 내뱉는 책의 첫 마디가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60쪽이 채 안 되는 부담없는 분량에, 과학 그림책만큼 풍부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깜찍한 모습의 모티에렐라 곰팡이 쿠가 짜~잔 하고 등장해서 아이와 대화를 주고 받듯 곰팡이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곰팡이가 무엇인지? 곰팡이는 해롭기만 한 것인지? 곰팡이는 왜 필요한지? 아이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하나씩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쿠의 고단수에 아이도 저절로 푹~빠져들어 버겁지 않게 과학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수 있다.

 

1부 '안녕, 곰팡이 쿠'에선 너무나 더럽고 하찮게만 생각했던 곰팡이에 대해 쿠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2부 '앗, 곰팡이다!'에선 그런 관심을 좀더 다양하게 탐구하도록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깊이 있게 접근한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라는 생물로 분류되는 곰팡이가 어디서나 살고 있고, 어떤 과정으로 생물이나 배설물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얻으며, 얼마나 다양하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재미난 일러스트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려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징그럽다고 얼굴 찌푸리던 아이도 어른도 주인공 쿠를 따라 곰팡이가 있는 곳을 여행하다 보면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이 곰팡이에게도 존재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보다 일생이 훨씬 짧기 때문에 1분 1초도 아껴야 한다며 먹이를 찾아 바쁘게 날아가는 쿠를 보면서 곰팡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쌓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곰팡이도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우리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공감까지도 불러 일으킨다.

 

곰팡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마이크로 렌즈로 찍어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상상력 넘치는 구성과 아이들에게 전혀 사랑을 받지 못하던 곰팡이에게 '쿠'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새로운 옷을 입힘으로써  곰팡이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것은 신선한 접근 방법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생활 모습이 곰팡이를 통해 빗대어지고, 심지어 친근감있게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감수자인 김완규씨가 말한 것처럼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곰팡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은 접시에 올려놓은 치즈 한 조각에 어서 곰팡이가 생겨서 배고픈 곰팡이 쿠가 우리집으로 오면 좋겠다는 꼬맹이 아들의 바람에 나도 살며시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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