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문법 플래너 - My Grammar Planner Basic My Planner 1
대한교과서 Eng-up 영어연구모임 지음, 캐러멜.네온비 그림, 이찬용 감수 / ENG-up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엄마로 살아가려면 상당 부분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내신과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우아하게 전인교육 타령만 하다가는 나중에 아이의 원망을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강심장 엄마임을 자처하며,  조기교육이니 영어열풍이니 하는 말에 콧방귀를 뀌며 둘째가 유치원을 가는 순간 '아이보단 내 삶이 우선이야!'를 외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4학년인 딸이 곧 몇 달만 있으면 5학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는 지금까지. 

 

그런데 요즘 의기양양 콧대 높게 외면했던 아이의 영어 공부가 나의 발목을 자꾸 움켜 쥔다.

엄마가 봐 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려고 보이지 않는 공을 들인 탓에 아이는 학원이나 학습지 등의 도움 없이도 무난히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거 봐!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잖아. ㅎㅎㅎ'라며 교육 현실에 대고 거만을 떨 수 있었는데......

문제는 고학년이 되면서 드러나는 딸의 영어 실체다!

학교 성적이 좋은데 반해, 일주일에 한 번 부담없이 재미있게 접근하라며 시작한 홈스쿨 영어수업은 그야말로 재미로만 접했는지 몇 개 안 되는 단어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해 쩔쩔매며 헉헉거리는게 아닌가!

게다가 단어 좀 안다고 깝죽대며 혀를 굴리더니 어느 날 동물 그림을 내 주고는 그 특징을 영어 문장으로 써 보라는 간단한 숙제조차도 낑낑대고 있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에 그래도 조금씩 노출 되었으니 저 정도야 하겠지?했는데, 아뿔싸~ 그야말로 대략난감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영어의 구조나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빤히 보이는 순간이라,

뭔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쉬운 문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었으니, 다른 과목처럼 영어 단어나 문법도 쉽게 술술 해결해 나갈 줄 알았는데 영~ 어줍잖은 것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다.

그래서 결국 나 역시 아이의 영어에 부담스럽지만 관심을 가지고서 앞선 선배 엄마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며 꼬치꼬치 물어보는 대한민국의 열혈 엄마로 서서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이만큼이나 영어에 흥미가 없는 엄마가 아이의 영어를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초등 아이에게 맞는 영어책을 고르는 기본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서점을 뒤적여 보아도 영어 공부를 도와줄 책 고르기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영어에 슬쩍 발을 담그기 시작한 채, 물 속에 푹 담그기를 주저하는 딸아이에게 어려워도 해야만 하니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문법책을 권하려니 정~말 괴롭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들어온 '나의 영문법 플래너'는 거의 대박이다!!!!

영문법 책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싱그러운 초록 표지부터 영화 제목처럼 멋스럽게 인쇄된 글씨체가 깔끔하니 눈길을 사로잡더니, 책 속 내용이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낸 생선같다.

영어문법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 선생님들이 정성껏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나타난다.

수학이나 국어도 마찬가지지만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뜬구름 잡기식의 겉핥기 공부가 되기 쉬운데, 려운 개념들을 정확히 잡아주려고 구성부터 색상까지 싫증나지 않게 애쓴 재치가 돋보인다.

 

일단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식 명랑 캐릭터인 슬아와 지수, 현이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마치 한 편의 생활 동화처럼 문법적인 설명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매끄럽게 책 전체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독특하다.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갑자기 딱딱한 문법책을 던져 줄 때의 막막함과 답답함이 이들 세 명의 알콩달콩한 발랄함 덕분에 쏙 파묻힐 것 같다.

또 제14장의  Chapter마다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두 장 단위로 깔끔하게 구분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본문 페이지!', 잠시 쉬면서 영미권 문화나 언어를 재미있게 알아보는 코너인 'Fun Pages', 하나의 문법을 알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섞여서 새로운 문장이 되는지 중요한 사항을 알아보는 코너인 '짚고 넘어가는 문법 fusion', 본문을 공부한 다음 가볍게 풀어볼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제 코너', 마지막으로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요점 정리해서 기억이 나도록 도와주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페이지'로 알차게도 구성해 놓았다.

 

'문법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다면 지나친 흥분일까?

책읽기 좋아하는 딸아이가 피곤하다며 이 책을 빼들고 침대에 누워서 키득거리는 장면.

'상상만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이 책은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 귓가에서 희망을 속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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