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3
오치 노리코.유재일 지음, 김주영 옮김, 정하진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김완규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딱딱한 과학을 말랑말랑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아이들이 탐구심을 갖게 해 주는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 중 곰팡이에 관한 책이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곰팡이.

그런 곰팡이가 청소부라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함께 여행을 하다니?

우리 아이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 오 마이 갓!!!!"이다.^^

 

그래서일까? 딸기잼, 오래된 신문, 치즈, 딸기, 떡 , 호박 등 오래된 음식에 핀 곰팡이 사진이 책을 펼치자마자 한 면 가득 실려 있고 "어, 곰팡이가 피었잖아? 웩, 더러워! 곰팡이 같은 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하고 내뱉는 책의 첫 마디가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60쪽이 채 안 되는 부담없는 분량에, 과학 그림책만큼 풍부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깜찍한 모습의 모티에렐라 곰팡이 쿠가 짜~잔 하고 등장해서 아이와 대화를 주고 받듯 곰팡이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곰팡이가 무엇인지? 곰팡이는 해롭기만 한 것인지? 곰팡이는 왜 필요한지? 아이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하나씩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쿠의 고단수에 아이도 저절로 푹~빠져들어 버겁지 않게 과학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수 있다.

 

1부 '안녕, 곰팡이 쿠'에선 너무나 더럽고 하찮게만 생각했던 곰팡이에 대해 쿠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2부 '앗, 곰팡이다!'에선 그런 관심을 좀더 다양하게 탐구하도록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깊이 있게 접근한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라는 생물로 분류되는 곰팡이가 어디서나 살고 있고, 어떤 과정으로 생물이나 배설물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얻으며, 얼마나 다양하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재미난 일러스트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려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징그럽다고 얼굴 찌푸리던 아이도 어른도 주인공 쿠를 따라 곰팡이가 있는 곳을 여행하다 보면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이 곰팡이에게도 존재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보다 일생이 훨씬 짧기 때문에 1분 1초도 아껴야 한다며 먹이를 찾아 바쁘게 날아가는 쿠를 보면서 곰팡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쌓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곰팡이도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우리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공감까지도 불러 일으킨다.

 

곰팡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마이크로 렌즈로 찍어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상상력 넘치는 구성과 아이들에게 전혀 사랑을 받지 못하던 곰팡이에게 '쿠'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새로운 옷을 입힘으로써  곰팡이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것은 신선한 접근 방법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생활 모습이 곰팡이를 통해 빗대어지고, 심지어 친근감있게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감수자인 김완규씨가 말한 것처럼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곰팡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은 접시에 올려놓은 치즈 한 조각에 어서 곰팡이가 생겨서 배고픈 곰팡이 쿠가 우리집으로 오면 좋겠다는 꼬맹이 아들의 바람에 나도 살며시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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