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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잉글리쉬 - 포스트잇 시리즈 1
김연남 지음 / 판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몰입'이란 용어가 요즘 교육의 대세다.
한동안 '영재', '창의력' 등의 용어가 거의 모든 아이들의 교육서나 실용서에 등장했었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영어 몰입 교육'이란 말이 사용되더니 여기저기에서 '몰입식'교육에 대한 이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 역시 '영어몰입 교육에 대비한 학부모 필독서'란 표지의 글과 '영어 잘 하는 엄마의 비밀 노트'란 노란 포스트잇의 손글씨, 그리고 딱 우리 아들 또래의 사내 아이가 활짝 웃으며 영어를 말하는 듯한 사진이 최근의 화두와 맞물려 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영어는 국제화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젠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까지 알고 있는 현대 교양의 필수이다.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세계의 흐름을 어찌 역행할 수 있으랴?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도 외국에 유학을 다녀오거나 비싼 영어 학원을 다녀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엄마표로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워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단연 엄마들 사이에선 화제거리일 수밖에 없었고,
초등학생을 둘이나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늦은 밤이지만 체널을 맞춰 두고 눈을 반짝이며 지켜본 나로선 정말 입이 쩌~억 벌어질 만큼 감탄스럽고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가 영어에 노출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만 만들어 주었을 뿐, 오히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엄마들이라는 사실에.......
이 책 역시 그런 평범하지만 꾸준하고 부지런한 한 엄마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에 정말 큰 기대로 책장을 펼쳤다.
말 그대로 '영어 잘 하는 엄마의 비밀 노트'를 한 권 옆에 두고는 매일 힐끗힐끗 훔쳐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영어 잘하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정말 모든 기대감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듯한 그 허탈감이라니......
이 책은 내가 바랬던, 내가 도움을 받고자 했던, 내가 몰랐던 구체적인 영어 접근 방식을 통해 아이가 영어에 말문을 터 가는 과정을 다룬 경험담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영어 학습서에 불과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엄마표 포스트잇으로 영어에 흥미와 효과를 보이도록 할까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나에겐, 책 뒤에 부록처럼 'PART3.바로 붙여 사용하는 실전 포스트잇'에도 별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아이방에 그 작은 글씨로 쓰여진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과연 몇 번이나 물어볼까 싶은 의아심부터 생겼으니 말이다.
나처럼 게으른 엄마들이 읽어도 뭔가 부지런히 우리 아이에게 써 먹어 봐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의 생생한 경험담이 낱낱이 소개되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사용했더니 아이의 반응이 이랬다는 좀더 현실적인 얘기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집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들과 장소별 포스트잇으로 소개되었다면,
훨씬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남는다.
아무리 쉬운 표현의 영어일지라도
학습서처럼 딱딱하게 정리만 잘 되어 있는 책은
필기 잘 해둔 장학생의 노트를 훔쳐 보고는 '헉~'하고 감탄을 자아낼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 학생이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따라 할 확률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이렇게 공부하면 너도 다음엔 성적이 올라갈 수 있을 거야."하고 한 문제라도 자신만이 쉽게 풀었던 문제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아이에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어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와 같은 목마름을 가진 엄마라면,
창의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열정이 담긴 선배 엄마의 오아시스같은 비밀노트가 여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