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차별에 맞서 지켜온 소중한 권리 이야기 UN 세계 기념일로 보는 열두 달 인권 달력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2
김주희 지음, 신민재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엔과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열두 달 달력에 이렇게 사람의 권리와 자유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인권 기념일을 많이 정해 둔 줄은 몰랐다.

달력은 늘 가족들의 각종 행사나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을 찾아 노는 날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메모장 정도로 활용했을 뿐,

나에게 직접적인 관련성이 느껴지지 않는 인권 기념일에까지 결코 관심의 눈을 돌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정말 이런 기념일들이 달력에 있었나?'하고 여기저기서 보내준 새 달력을 들춰 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달력엔 인권 기념일이 적혀 있지 않았다.

목소리 높여 인간의 권리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런 '인권'에 사람들의 이목을 돌리도록 한 용기있는 사람들에겐 우리 모두가 참으로 무심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심코 넘기는 달력 속에 반짝이는 별처럼 새겨진 용기 있는 사람들'.

이 책은 바로 인권 기념일에 얽힌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조사해서 아이들이 읽기 쉽게 이야기로 꾸며낸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다란 용기를 냈고,

그 용기로 세상을 바꾸었던 16명의 이야기를 월별로 묶었다.

인종 차별에 맞서 싸웠던 마틴 루서 킹, 여성의 권리를 위해서는 감옥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수잔B.앤터니,

노예 노동하는 어린이들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크발 마시흐 등.

아이들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도 있을 테고,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나 저학년도 쉽게 아는 헬렌 켈러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어린 존재이거나,

사회적으로 자신의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자이거나,

반대로 단단한 사회제도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그들 편이 되어서 기꺼이 함께 돌맹이를 맞아준 정신적 리더이거나,,,

나라도 신분도 나이도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차별에 맞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를 목숨을 걸고 강하게 지켜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지 깊이 생각하고 나 자신의 삶과 비교해 보게 되고,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처한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 속의 자유로운 행동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다시 한 번 감사히 여겨진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달의 인물 이야기마다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국제 조약 맺은 날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 세계 모어의 날, 세계 여성의 날,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비 건축을 시작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보다 친근감 있게 인물들의 삶을 전달해 주기 실존인물의 얼굴 사진에 다소 코믹한 그림을 합성시키거나 입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어두운 인물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고자 한 흔적이 느껴진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깨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희망했던 그들의 삶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반갑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되었다면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가을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겠고 단풍 놀이 한 번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의 언저리에 와 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인데, 쌀쌀한 찬바람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우리집 보일러는 경기와 상관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혹한의 겨울도 아닌데, 춥다며 이불 한껏 여미고 읽기 시작한 "남한산성".

1636년 병자호란의 그 지난한 겨울,

힘 없는 가난한 조선의 민초들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던 우유부단한 왕과 그 신하들의 삶이 겨울 바람만큼이나 가슴 시리고 아프게 와 닿았다.

 

역사적인 사료에 근거해서 남한산성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치욕과 지존을 되뇌였던 그 순간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 김훈의 글은 역시 매서우면서도 매력이 있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책 뒤 부록을 힐끔거리며 찾아 읽어야 하고,

때론 사전을 찾아야 이해가 되는 나의 무지함에 다소 번거롭고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그 당시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을 쉽게 뗄 수가 없었고, 단숨에 책을 읽어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땐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한 인조의 무정한 아비로서의 행적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야말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던 49일 동안의 일과 그 성 안팎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척화파와 주화파의 어느 쪽을 지지할까?로 늘 토론거리가 되곤 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던 나의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광해군처럼 인조도 시대의 흐름을 좀더 일찍 감지하고 주변의 정세에 대해 혜안을 가졌더라면,

그렇게 많은 민초들이, 사대부들이, 군병들이 그 차가운 겨울 강물과 언 땅에 묻히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에 눈시울이 따끔거렸다.

 

겨울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읽게 된 이 책 때문에

겨울 내내 나는 남한산성을 떠올리며 맘 아프게 이 겨울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병자년의 그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다시 삶의 기운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나 역시 봄이 되면 가슴을 쓰다듬으며 남한산성의 기운을 밟으러 떠나게 되지 않을까?

그 겨울이 마냥 가슴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영문법 플래너 - My Grammar Planner Basic My Planner 1
대한교과서 Eng-up 영어연구모임 지음, 캐러멜.네온비 그림, 이찬용 감수 / ENG-up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엄마로 살아가려면 상당 부분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내신과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우아하게 전인교육 타령만 하다가는 나중에 아이의 원망을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강심장 엄마임을 자처하며,  조기교육이니 영어열풍이니 하는 말에 콧방귀를 뀌며 둘째가 유치원을 가는 순간 '아이보단 내 삶이 우선이야!'를 외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4학년인 딸이 곧 몇 달만 있으면 5학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는 지금까지. 

 

그런데 요즘 의기양양 콧대 높게 외면했던 아이의 영어 공부가 나의 발목을 자꾸 움켜 쥔다.

엄마가 봐 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려고 보이지 않는 공을 들인 탓에 아이는 학원이나 학습지 등의 도움 없이도 무난히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거 봐!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잖아. ㅎㅎㅎ'라며 교육 현실에 대고 거만을 떨 수 있었는데......

문제는 고학년이 되면서 드러나는 딸의 영어 실체다!

학교 성적이 좋은데 반해, 일주일에 한 번 부담없이 재미있게 접근하라며 시작한 홈스쿨 영어수업은 그야말로 재미로만 접했는지 몇 개 안 되는 단어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해 쩔쩔매며 헉헉거리는게 아닌가!

게다가 단어 좀 안다고 깝죽대며 혀를 굴리더니 어느 날 동물 그림을 내 주고는 그 특징을 영어 문장으로 써 보라는 간단한 숙제조차도 낑낑대고 있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에 그래도 조금씩 노출 되었으니 저 정도야 하겠지?했는데, 아뿔싸~ 그야말로 대략난감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영어의 구조나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빤히 보이는 순간이라,

뭔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쉬운 문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었으니, 다른 과목처럼 영어 단어나 문법도 쉽게 술술 해결해 나갈 줄 알았는데 영~ 어줍잖은 것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다.

그래서 결국 나 역시 아이의 영어에 부담스럽지만 관심을 가지고서 앞선 선배 엄마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며 꼬치꼬치 물어보는 대한민국의 열혈 엄마로 서서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이만큼이나 영어에 흥미가 없는 엄마가 아이의 영어를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초등 아이에게 맞는 영어책을 고르는 기본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서점을 뒤적여 보아도 영어 공부를 도와줄 책 고르기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영어에 슬쩍 발을 담그기 시작한 채, 물 속에 푹 담그기를 주저하는 딸아이에게 어려워도 해야만 하니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문법책을 권하려니 정~말 괴롭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들어온 '나의 영문법 플래너'는 거의 대박이다!!!!

영문법 책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싱그러운 초록 표지부터 영화 제목처럼 멋스럽게 인쇄된 글씨체가 깔끔하니 눈길을 사로잡더니, 책 속 내용이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낸 생선같다.

영어문법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 선생님들이 정성껏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나타난다.

수학이나 국어도 마찬가지지만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뜬구름 잡기식의 겉핥기 공부가 되기 쉬운데, 려운 개념들을 정확히 잡아주려고 구성부터 색상까지 싫증나지 않게 애쓴 재치가 돋보인다.

 

일단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식 명랑 캐릭터인 슬아와 지수, 현이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마치 한 편의 생활 동화처럼 문법적인 설명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매끄럽게 책 전체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독특하다.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갑자기 딱딱한 문법책을 던져 줄 때의 막막함과 답답함이 이들 세 명의 알콩달콩한 발랄함 덕분에 쏙 파묻힐 것 같다.

또 제14장의  Chapter마다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두 장 단위로 깔끔하게 구분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본문 페이지!', 잠시 쉬면서 영미권 문화나 언어를 재미있게 알아보는 코너인 'Fun Pages', 하나의 문법을 알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섞여서 새로운 문장이 되는지 중요한 사항을 알아보는 코너인 '짚고 넘어가는 문법 fusion', 본문을 공부한 다음 가볍게 풀어볼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제 코너', 마지막으로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요점 정리해서 기억이 나도록 도와주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페이지'로 알차게도 구성해 놓았다.

 

'문법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다면 지나친 흥분일까?

책읽기 좋아하는 딸아이가 피곤하다며 이 책을 빼들고 침대에 누워서 키득거리는 장면.

'상상만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이 책은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 귓가에서 희망을 속살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3
오치 노리코.유재일 지음, 김주영 옮김, 정하진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김완규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딱딱한 과학을 말랑말랑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아이들이 탐구심을 갖게 해 주는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 중 곰팡이에 관한 책이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곰팡이.

그런 곰팡이가 청소부라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함께 여행을 하다니?

우리 아이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 오 마이 갓!!!!"이다.^^

 

그래서일까? 딸기잼, 오래된 신문, 치즈, 딸기, 떡 , 호박 등 오래된 음식에 핀 곰팡이 사진이 책을 펼치자마자 한 면 가득 실려 있고 "어, 곰팡이가 피었잖아? 웩, 더러워! 곰팡이 같은 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하고 내뱉는 책의 첫 마디가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60쪽이 채 안 되는 부담없는 분량에, 과학 그림책만큼 풍부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깜찍한 모습의 모티에렐라 곰팡이 쿠가 짜~잔 하고 등장해서 아이와 대화를 주고 받듯 곰팡이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곰팡이가 무엇인지? 곰팡이는 해롭기만 한 것인지? 곰팡이는 왜 필요한지? 아이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하나씩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쿠의 고단수에 아이도 저절로 푹~빠져들어 버겁지 않게 과학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수 있다.

 

1부 '안녕, 곰팡이 쿠'에선 너무나 더럽고 하찮게만 생각했던 곰팡이에 대해 쿠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2부 '앗, 곰팡이다!'에선 그런 관심을 좀더 다양하게 탐구하도록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깊이 있게 접근한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라는 생물로 분류되는 곰팡이가 어디서나 살고 있고, 어떤 과정으로 생물이나 배설물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얻으며, 얼마나 다양하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재미난 일러스트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려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징그럽다고 얼굴 찌푸리던 아이도 어른도 주인공 쿠를 따라 곰팡이가 있는 곳을 여행하다 보면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이 곰팡이에게도 존재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보다 일생이 훨씬 짧기 때문에 1분 1초도 아껴야 한다며 먹이를 찾아 바쁘게 날아가는 쿠를 보면서 곰팡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쌓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곰팡이도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우리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공감까지도 불러 일으킨다.

 

곰팡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마이크로 렌즈로 찍어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상상력 넘치는 구성과 아이들에게 전혀 사랑을 받지 못하던 곰팡이에게 '쿠'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새로운 옷을 입힘으로써  곰팡이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것은 신선한 접근 방법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생활 모습이 곰팡이를 통해 빗대어지고, 심지어 친근감있게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감수자인 김완규씨가 말한 것처럼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곰팡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은 접시에 올려놓은 치즈 한 조각에 어서 곰팡이가 생겨서 배고픈 곰팡이 쿠가 우리집으로 오면 좋겠다는 꼬맹이 아들의 바람에 나도 살며시 웃음 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스트잇 잉글리쉬 - 포스트잇 시리즈 1
김연남 지음 / 판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몰입'이란 용어가 요즘 교육의 대세다.

한동안 '영재', '창의력' 등의 용어가 거의 모든 아이들의 교육서나 실용서에 등장했었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영어 몰입 교육'이란 말이 사용되더니 여기저기에서  '몰입식'교육에 대한 이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 역시 '영어몰입 교육에 대비한 학부모 필독서'란 표지의 글과 '영어 잘 하는 엄마의 비밀 노트'란 노란 포스트잇의 손글씨, 그리고 딱 우리 아들 또래의 사내 아이가 활짝 웃으며 영어를 말하는 듯한 사진이 최근의 화두와 맞물려 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영어는 국제화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젠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까지 알고 있는 현대 교양의 필수이다.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세계의 흐름을 어찌 역행할 수 있으랴?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도 외국에 유학을 다녀오거나 비싼 영어 학원을 다녀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엄마표로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워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단연 엄마들 사이에선 화제거리일 수밖에 없었고, 

초등학생을 둘이나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늦은 밤이지만 체널을 맞춰 두고 눈을 반짝이며 지켜본 나로선 정말 입이 쩌~억 벌어질 만큼 감탄스럽고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가 영어에 노출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만 만들어 주었을 뿐, 오히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엄마들이라는 사실에.......

 

이 책 역시 그런 평범하지만 꾸준하고 부지런한 한 엄마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에 정말 큰 기대로 책장을 펼쳤다.

말 그대로 '영어 잘 하는 엄마의 비밀 노트'를 한 권 옆에 두고는 매일 힐끗힐끗 훔쳐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영어 잘하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정말 모든 기대감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듯한 그 허탈감이라니......

이 책은 내가 바랬던, 내가 도움을 받고자 했던, 내가 몰랐던 구체적인 영어 접근 방식을 통해 아이가 영어에 말문을 터 가는 과정을 다룬 경험담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영어 학습서에 불과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엄마표 포스트잇으로 영어에 흥미와 효과를 보이도록 할까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나에겐, 책 뒤에 부록처럼 'PART3.바로 붙여 사용하는 실전 포스트잇'에도 별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아이방에 그 작은 글씨로 쓰여진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과연 몇 번이나 물어볼까 싶은 의아심부터 생겼으니 말이다.

 

나처럼 게으른 엄마들이 읽어도 뭔가 부지런히 우리 아이에게 써 먹어 봐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의 생생한 경험담이 낱낱이 소개되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사용했더니 아이의 반응이 이랬다는 좀더 현실적인 얘기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집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들과 장소별 포스트잇으로 소개되었다면,

훨씬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남는다.

 

아무리 쉬운 표현의 영어일지라도

학습서처럼 딱딱하게 정리만 잘 되어 있는 책은

필기 잘 해둔 장학생의 노트를 훔쳐 보고는 '헉~'하고 감탄을 자아낼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 학생이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따라 할 확률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이렇게 공부하면 너도 다음엔 성적이 올라갈 수 있을 거야."하고 한 문제라도 자신만이 쉽게 풀었던 문제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아이에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어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와 같은 목마름을 가진 엄마라면,

창의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열정이 담긴 선배 엄마의 오아시스같은 비밀노트가 여전히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