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지켜보면 투리토프시스의 은밀한 비밀이 드러난다. 만약 이 작은 해파리에게 적대적 환경이 조성되면 예컨대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가 발생하면ㅡ희한한 일이 일어난다. 우산 모양의 성체였던 그것이 미성체 상태인 꽃병모양의 ‘폴립 polyp‘ 단계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나비가 애벌레가 되는 것과 같고, 직장에서 고된 하루를 보낸 당신이 차라리 유치원생 시절이 그립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나 진배없다. - P24
돌아보면,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기억되는 순간은 영혼의 순수가 가장 빛나던 시간, 삶의 정수만을 살았던 소박하고 순정하던 날들이었으니. 언뜻 은밀하고 무심하던 어린날의 시간이 실상 가장 밀도 높고 충만한 생의 시간이었고거기 잊히지 않는 나의 절정 체험이, 아직 풀리지 않는 생의신비가, 굽이쳐온 생의 원점이 빛의 계단처럼 놓여있으니. - P248
길 잃은 날엔 자기 안의 소년 소녀로 돌아가기를.아직 피지 않은 모든 것을 이미 품고 있던 그날로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영원한 소년 소녀가 우리 안에 살아있으니.그날의 소년이 오늘의 너에게 눈물꽃을 건넨다.2024년 2월박노해 - P249
자운영 핀 꽃길에서 네가 걸어왔지홀로 가는 등 뒤에서 네가 걸어왔지모두가 등 돌려 떠나간 길에서나랑 같이 놀래?눈물꽃 소년에게 빛으로 걸어왔지텅빈 내 가슴에 시처럼 네가 걸어왔지 - P197
그 여름날 이후 나는 솔찬히 변한 것만 같았다.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악착같이 이기려 할 때, 빛나고 좋은 건 내가 한다고 욕심이 들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 여름의 비밀한 일이, 소스라치게 바닷물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퍼뜩, "힘 뺴! 온몸에 힘을 빼! 얼른 놓아버려!" 하는 소리와 함께 제정신을 차리곤 하는 것이었다. 비밀한 그해 여름, 시퍼란 바다의 가르침이었다. - P146
그 여름날 이후 나는 솔찬히 변한 것만 같았다.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악착같이 이기려 할 때, 빛나고 좋은건 내가 한다고 욕심이 들때, 그럴 때면 어김 없이 그 여름의 비밀한 일이, 소스라치게 바닷물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퍼뜩, "힘 빼! 온몸에 힘을 빼! 얼른 놓아버려!" 하는 소리와 함께 제정신을 차리곤 하는 것이었다.비밀한 그해 여름, 시퍼런 바다의 가르침이었다.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