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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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그림이 앞에서 펼쳐진 것처럼 선명하게 표현한 묘사력, 개가 이끄는 재단이라는 기발한 상상이 마음에 들고, 또 책의 마지막 장까지 한 장이라도 허투루 읽으면 결말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마음에 든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작가가 진행하는 라디오 진행 대본을 읽는 것처럼 느껴져 몰입이 잘 안되었는데, 결국은 빠져들어 끝까지 읽어버렸다.

윤고은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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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앞으로 두 사람은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한다.
굴을 핑계로 굴보가 니나를 불러내고 니나는 못 이기는 척 굴과라면, 소주의 맛을 알게 되는데 사실 이건 굴, 소주, 라면이 아니라 굴보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몇 차례의 이런 만남은 두 사람을 보다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특별한 ‘어느 날‘이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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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증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조직 손상이 있거나 있었다고 생각되는 사건에 연관되어 나타나는 감각적 또는 정서적 불유쾌한 경험‘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으로 통증은서양 의학의 관점에서 몸이라는 ‘기계‘에 손상이 일어났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로 이해되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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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니나가 가장 견딜 수없는 것은 비위생적인 작업환경도, 살인적인 잔업 시간도 아니었다. 바로 이 비효율성이었다. 월급은 사장이 공장장에게 준다.
공장장은 미싱사에게 준다. 미싱사는 자신의 담당 미싱 보조와시다에게 나눠준다. 자신의 몫에서 떼어준다는 느낌 때문에 아깝지만 선심 쓴다는 태도로 준다. 게다가 금액도 그때그때 다르다. 미싱 보조와 시다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도 눈치와 굴욕감을 덤으로 받아야 한다.
사장은 사측의 장 아닌가. 월급은 고용주인 그가 고용인에게주는 것이 맞다. 지구인들은 왜 이런 비효율적 구조를 고치지 않는 것일까.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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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몇 달을 돌이켜보면 내가 한때날이면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날마다 수많은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요즘 같아서는 그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사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다. - P269

그(예수)를 중심으로 나머지 세상이 흔들리며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아하면서도 부서진 몸은 뻔한 사실을 다시 상기시킨다.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고통 속의 용기는 아름답다는 것, 상실은 사랑과 탄식을 자극한다는 사실 말이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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