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기억되는 순간은 영혼의 순수가 가장 빛나던 시간, 삶의 정수만을 살았던 소박하고 순정하던 날들이었으니. 언뜻 은밀하고 무심하던 어린날의 시간이 실상 가장 밀도 높고 충만한 생의 시간이었고거기 잊히지 않는 나의 절정 체험이, 아직 풀리지 않는 생의신비가, 굽이쳐온 생의 원점이 빛의 계단처럼 놓여있으니. - P248
길 잃은 날엔 자기 안의 소년 소녀로 돌아가기를.아직 피지 않은 모든 것을 이미 품고 있던 그날로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영원한 소년 소녀가 우리 안에 살아있으니.그날의 소년이 오늘의 너에게 눈물꽃을 건넨다.2024년 2월박노해 - P249
자운영 핀 꽃길에서 네가 걸어왔지홀로 가는 등 뒤에서 네가 걸어왔지모두가 등 돌려 떠나간 길에서나랑 같이 놀래?눈물꽃 소년에게 빛으로 걸어왔지텅빈 내 가슴에 시처럼 네가 걸어왔지 - P197
그 여름날 이후 나는 솔찬히 변한 것만 같았다.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악착같이 이기려 할 때, 빛나고 좋은 건 내가 한다고 욕심이 들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 여름의 비밀한 일이, 소스라치게 바닷물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퍼뜩, "힘 뺴! 온몸에 힘을 빼! 얼른 놓아버려!" 하는 소리와 함께 제정신을 차리곤 하는 것이었다. 비밀한 그해 여름, 시퍼란 바다의 가르침이었다. - P146
그 여름날 이후 나는 솔찬히 변한 것만 같았다.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악착같이 이기려 할 때, 빛나고 좋은건 내가 한다고 욕심이 들때, 그럴 때면 어김 없이 그 여름의 비밀한 일이, 소스라치게 바닷물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퍼뜩, "힘 빼! 온몸에 힘을 빼! 얼른 놓아버려!" 하는 소리와 함께 제정신을 차리곤 하는 것이었다.비밀한 그해 여름, 시퍼런 바다의 가르침이었다. - P147
"잘했다, 잘혔어. 그려 그려, 잘 몰라도 괜찮다. 사람이 길인께.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 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 P12
평아, 사람이 말이다. 할 말 다 하고 사는 거 아니란다. 억울함도 분함도 좀 남겨두는 거제. 잘한 일도 선한 일도 다인정받길 바라믄 안되제. 하늘이 하실 일도 남겨두는 것이제. 하늘은 말없이 다 지켜보고 계시니께." -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