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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팬데믹을 예언한 듯한 이야기로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받았던 『페스트』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또 다른 대표작 『이방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다. 국내에 이미 여러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지만 어쩐지 선뜻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앞서 현대지성을 통해 『이방인』과 『반항인』을 소개한 바 있는 유기환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난해 『반항인』을 인상 깊게 읽은 데다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그의 해제가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기대를 품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역시 만족스러웠다.
코로나19를 지나며 느꼈던 고립감, 갑작스러운 이별과 단절, 무기력, 순응, 불신, 피로 등을 정말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놀라웠다. 깊이 공감하면서도 불과 몇 년 사이 그때의 감각을 완전히 잊은 채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카뮈가 그린 시대와 스마트폰을 소유한 개인들이 겪은 시대의 차이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는 한편 과학기술의 보조와는 별개로 재앙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의 전염병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트를 무엇의 알레고리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언급한 해제가 특히 흥미로웠다. 전염병과의 투쟁 과정을 건조하게 묘사하는 것 외에 주요 인물들 간의 신념에 관한 대화를 담은 부분도 나오는데 ‘이 대화를 실은 이유가 도대체 뭐지?’라는 질문을 떠올려본 독자라면 해제에서 그 의문을 조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힌트를 얻은 독자로 하여금 당장 재독 하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키니 주의.
삶과 죽음을 다룬 명화 15점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어 감상자의 몰입을 돕는다. 현대지성 클래식에는 이렇게 컬러 명화를 함께 실은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상당수가 고화질에 원문과의 연관성이 깊은 작품들을 선별하여 실어 서양회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선사한다. 여러모로 교양 함양을 위해 세계문학을 선택하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