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 발달신경생리학자가 들여다본 아이들의 수 세계
안승철 지음 / 궁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수학 문제는 딱 떨어지는 답이 있건만 왜 수학이 어려운가는 당최 해답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옳거니!'했다.  바로 내가 직면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뾰족한 해답이 없었다.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진 않았다.  하긴 어디 책 제목이 '수학 잘하는 법'이던가?  왜 수학이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지.   

 지은이는 생리학을 전공한 박사답게 학문적 이론으로 무장해서 책을 썼다. 사실 이런 학문적인 근거는 논문에 써야 하는 거 아닐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 분야이긴 하지만 실용서라는 구분이 있는데 앞부분에서는 논문을 읽는 것 같았다.  아니면 독자가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발달과정을 이해하면 수학을 접근할 때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런 이론도 아직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와닿는 주장이다. 수학의 질풍노도를 항해중인 학년의 학부모는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수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 걸 이해하면서 조금 편안해질 수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보고 공감했을 부분은 손가락 셈 쓰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대목이다. 아이들이 처음 사용하는 계산기가 바로 손가락이라는 건 경험에서도 동감한다.  손가락과 숫자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해부학적으로도 일치한다니 놀랍다. 게다가 손가락 운동을 하면 수학적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니 아이들의 손가락 계산기를 이해해야겠다.  유치원 정도에 종이접기를 많이 하고 가위질도 많이 시키는게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인지능력을 키운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수학적 능력까지 키운다니 고무적이다. 

책은 수학의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간다. 과정을 따라서 읽어가다보니 이미 나에겐 지나온 시절이라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나도 역시 아이들에게 왜 그걸 모를까 답답해하곤 했다. 진작 이런 이론을 접했더라면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연산의 자릿수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 전에는 아주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또 구구단을 무조건 앵무새처럼 달달 외우게 했지 그것을 하나하나 수만큼 더해진다는 원리를 가르치지는 않았던 것도 후회된다.  

게다가 난독증은 알고 있었지만 '발달 산수 장애'라는 건 처음 들어봤다.   

또, 요즘 문제집이 필요 이상 어려운 지문이 있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그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 4~5줄 되는 지문을 제시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문제를 이해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도 한 줄씩 끊어서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거기까지 식을 쓰면서 한 줄씩 풀어가는 거다. 지은이도 그런 내용을 거론했으면 역시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 이야기도 수없이 들어왔다. 책을 많이 이해하고 내용을 잘 이해하는 아이가 수학의 지문도 제대로 이해하고 사고력 문제도 거뜬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거다.

아이들을 무조건 외우게 하고 윽박지르며 풀게하는 것이 수학이 아니다. 알고 있지만 부모로서 평정심을 잃기 쉬운 과목이 수학이었다. 평소에 좋은 엄마였다가도 수학 문제집을 놓고 마주 있으면 지은이와 똑같다. 아니 이것도 몰라? 왜 몰라? 하며 언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제는 수학이 워낙 어려운 학문이라고 받아들인다. 게다가 아이마다 특성과 기질이 다르니 수학 문제를 받아들이는 뇌도 다르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갭이 생긴다. 점수로 드러나는 현실에서 초연할 수가 없다.

중학생인 아들을 봐도 그렇다.  학생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니 학교 측에서는 변별력을 키우겠다면 쓸데없이 문제 난이도만 높인다.  학년 수준에 맞는 문제를 출제하면 반 학생의 50%가 백점이 나오니까 등급을 가를 수 없단다.  그래서 어렵게 출제를 하고, 또 그 어려운 문제를 맞추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이거야말로 교육의 악순환이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대로 중학교를 대비하기 위해 4학년이면 수학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다.  초등학교는 당장 학교 기말고사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중학교의 전초전이다.  필요 이상의 심화문제를 풀고 교과과정과 별개의 사고력 문제집을 따로 풀기도 한다. 

이런 불편한 현실에서 조금은 안정감을 주는 책이었다. 부모의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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