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여행 따라하기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남도 섬길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확실히 걷기 여행이 대세이긴 하다.  

싱글인 친구가 이 책을 접한 시기에 즈음에 요사이  걷기 여행에 빠져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 화들짝 반가움이 앞섰다.  마침 나도 걷기 여행 책을 읽으며 도전하고픈 의욕이 생겨 우린 내내 걷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여기 작가처럼 혼자 걷기가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여러명이 신청해서 여행을 한단다. 프리랜서지만 아무래도 일을 하는 입장이니 며칠씩 이어지는 걷기는 어려움이 있고 주로 당일코스 걷기를 하는데 평일엔 주부가 많고, 주말엔 직장인이 많아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했다. 걷기 여행을 하며 본 그들은 참 열심히(때론 맹렬히, 때론 전투적으로) 걷는단다. 근데 그 사력을 다하는 모습에서 삶의 진지함 같은 게 느껴진단다.  걷기 하나도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아니구나 싶을 만큼 매사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서 자극도 받는단다. 

(남도 섬길 여행)을 통해, 그리고 걷기에 빠져든 친구를 통해 나에겐 새로운 여행법이 생겼다. 그저 운동이라고는 걷기만 잘하는 내가 딱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충분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여행을 찾은 거다. 근데 이 걷기 여행, 투덜거리는 아이들과 시도하긴 어렵겠다. 

남들도 그럴 지 모르지만 나는 여행서를 읽으면 그대로 동선을 따라해보곤 한다. 물론 똑같은 이동경로라 해도 소요시간까지 같아지진 않지만 일종의 지침서가 돼 주곤 한다. 

이 책도 그렇다.  작가는 더러 온 길도 되돌아가고 했지만 그런들 어떠랴. 길이 없고, 배타는 때가 맞지 않고, 잘 곳이 없으면 갔던 길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 그런게 다 여행이지.  그러는 과정에 뜻밖의 사람들과 정을 쌓기도 하고, 정보를 얻기도 하고, 지역의 구석구석을 헤집어보니 그것까지 여행의 맛이겠지.   

진도,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노화도, 보길도에서 내가 가 본 곳은 보길도 뿐이다.( 아, 또 있다. 작가가 청산도를 가기 위해 완도에서  배를 탔던데 완도도 가 보았다.) 그 땐 보길도와 노화도를 잇는 보길대교가 완성되지 않아 배를 타고 보길도로 갔다. 보길도 택시는 승용차가 아니고 지프여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전 정보가 있긴 했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배에 우리 승용차를 싣고 타는 바람에 섬 여행은 차로 휙 둘러보는 정도였다. 당시에도 지프 택시 타고 섬을 돌아보는 맛을 놓쳐 아쉬워했었다.   

간 곳은 몇 해 전 여행의 느낌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반갑고, 다시금 여행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지 못한 곳은 가고 싶은 곳 목록에 차곡차곡 적힌다.

섬이라는 제한된 지역을 쉬엄쉬엄 걷는 작가는 볕 좋은 오후 낮잠 같은 느낌을 준다. 일상을 벗어난 나른함에 읽는 마음까지 달큰해지니 새삼 우리나라 참 갈 곳 많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유혜준 작가의 간결한 문장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짧으니 읽으며 숨쉬기가 편하다. 한 문장이 한 줄, 두 줄로 마감되니 글이 늘어지질 않는다. 이런 글은 읽기가 편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