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흥리 고분 - 견우직녀도
칠월 칠석을 맞이하여...
네이버에서 펌..
은하수 사이로 1년에 1번 만나는 별
오는 22일은 음력으로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이다. 칠석은 널리 알려진 날이지만, 휴가철 바닷가나 산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견우와 직녀성을 가리키며 둘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아이들이 견우와 직녀가 어느 별이냐고 물었을 때 그들을 단지 전설 속의 주인공이라고 얼버무리는 부모가 대다수는 아닐까?
견우와 직녀는 여름밤에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다. 서울의 명동 한복판에서도 두 별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직녀이며, 그 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보이는 밝은 별이 견우이다.
두 별이 칠석날 만난다는 것은 단지 전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상당한 과학적 근거와 오랜 세월에 걸친 관찰의 결과로 얻어진 결론이기 때문이다. 해와 달이 뜨고 질 때 커 보이는 것처럼 두 별 사이의 거리도 지평선에 가까이 있을 때가 머리 위에 있을 때 보다 멀어져 보인다.
두 별은 봄부터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해 칠석 무렵이 되면 가장 높이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서쪽 하늘로 기운다. 따라서 옛 사람들은 봄부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다가 멀어지는 두 별을 보면서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만들어 낸 것 같다.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주는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고 한다. 이때 견우와 직녀에게 밟혀 까치의 머리가 벗겨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실제로 칠석 무렵 까치들이 털갈이하는 모습이 이 전설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보통 칠석날을 전후해서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는 견우, 직녀가 타고 갈 수레의 먼지를 씻어내느라 내리는 비라고 한다. 또한 칠석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하며, 이튿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칠석날 꽃가지에 엽전을 달아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에 넣어두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풍습이 있다. 또한 여인들이 바느질과 길쌈을 잘 할 수 있도록 직녀에게 비는 풍습도 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사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 매번 이산가족 상봉을 보면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하늘나라의 이산 가족인 견우와 직녀도 1년에 한번은 만나는데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가족들이 수십 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이들도 견우 직녀처럼 최소한 1년에 한번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칠석의 의미를 오늘날의 위정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 싶다.
1980년대 초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진 사랑의 축제 `발렌타인데이' 대신 우리의 `칠석 문화'를 부활시키는 것은 어떨까. 매년 2월14일이 사랑과 만남의 날이 아닌 초콜릿데이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단순히 상인들의 상술이나 청소년들의 욕구를 나무라기보다는 우리 전통 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날인 칠석을 부활해 의미 있는 만남과 선물을 개발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과 만남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칠석을 한국의 발렌타인데이로 바꿔보자는 것이 비단 필자만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태형(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천문우주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