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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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11년 차 광고 디자이너 사라는 어느 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아침, 창문을 두드리며 말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쉴 새 없이 일을 하다 자신이 미쳐버린 건가. 그런 의심을 하며 고양이를 외면했다. 그러나 그 외면이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아슬아슬했는가 여지없이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일은 제 마음대로 안 되고, 10년째 함께 해 온 남자친구랑은 뭔가 삐긋거리지, 고국 스페인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갑자기 파산을 해버린단다! 이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끊임없이 말을 한다. "나 좀 들여보내줄래?"


케세라세라. 사라가 고양이를 받아든 데는 사실 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여러 골치로부터 하나는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고양이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거라 믿은 건 아니니까. 그러나 망할 남자친구 자식이 장장 2년이나 바람을 피웠고, 이제 그녀는 그 저질스러운 놈의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 며칠 얹혀 살아야 한다는 끔찍한 사실이 그녀의 의지를 와르르 무너지게 했다. 그녀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동거남의 배신까지 듣게 되다니.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더니 사라의 인생에서 행복은 영원히 지워진 것만 같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에게는 강제로 동거하게 된 고양이 시빌이 있었다. 고양이 시빌이 들려주는 행복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비추어보았을 때 무척 쓸데없어 보였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깡그리 쓸모없게 만들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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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넌 그렇게 많은 공간과 물건이 필요없어.

네가 말한 '괜찮은' 지역에서 살 필요도 없다고.

너한테 필요한 건 행복을 볼 수 있는 집이야."


<본문 발췌 1>



별거 아닌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주는 일이었다. 나와 함께 있는 고양이. 나와 여기까지, 내 세상의 끝까지 함께해준 고양이. 내게 와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준 고양이. 지금 여기에, 고양이만이 어떤지 아는 장소와 시간에 그냥 나와 함께 있어준 고양이.
강물은 발 아래로 흘러갔고, 나는 시빌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난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본문 발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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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는 시빌의 위로와 조언에 자기 자신의 행복이 뭔지 알아가게 된다. 그녀가 우울했던 것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과거들이 사실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딴 나라 이야기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 때가 언제였을까. 행복은 우주에 있는 것처럼 아득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일까. 시빌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 귀에도 들리는 듯 했다. 너는 정말 용기있게 행복했느냐고. 비단 사라만이 비겁했던 것일까. 나는 내 삶 속에서 무수한 타협으로 행복을 멀리해 본 적이 없는 것일까?


에두아르도가 하필이면 왜, 행복을 전해주는 동물로 고양이를 등장시켰는지 고민해보았다. 고양이는 원래 외로운 동물이다. 식물 하나 살기 힘든 적막한 사막 출신에 성격도 독립적이다.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길냥이들의 이미지에는 불쌍하다는 감정이 스며들어 있지만, 사실 어느 면에서는 그보다 강인한 동물은 없을 것 같다는 감탄도 숨어있다. 사막보다 더 춥고 사나운 아스팔트의 세계에서도 꿋꿋하게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유일한 생명체 아닌가. 지구를 차지한 많은 현대인들이 혼자는 아무것도 못해 스러져갈때, 스스로 행복을 찾아간 동물이 바로 고양이인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고양이들은 느긋하다. 스페인에 갔던 내 언니도, 나도 고양이 팔자를 부러워해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갇혀 사는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진정 행복한 것이 아니다. 스페인의 따스한 햇살을 맞기 위해 오래된 유적지의 벽돌에 앉아 몸을 늘어뜨리는 자유로운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반성할 집사들이 많을 것이다. 스페인의 태양처럼, 스페인의 고양이처럼, 스페인의 소설은 이토록 따스하고 포근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삶이 연이어 나를 배신할 때,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던 고양이와의 더불어 사는 힐링 라이프.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가 조용히 말해준다. 고양이하고 사는 삶? 행복하지 않을 수 없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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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r Death (Paperback)
마이클 로보텀 / Mulholland Books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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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송 트럭을 갈취하고 경찰관을 사살한 강도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10년 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있다. 하루가 지나면 그는 출소할 예정이었다.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단 하루를 남겨두고 그는 탈옥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얌전히 복역하던 그가 왜 무슨 이유로 탈옥을 감행했던 걸까. 추격을 피해 바닷속에 몸을 던지 그에게 환상처럼 천사가 나타났다. 그리고 천사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약속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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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가 오늘 석방일인 거 자네도 알고 있었나?"


"예, 소장님."


"뭣 때문에 석방되기 전날 밤에 탈옥을 하지?"


"모르겠는데요."


"틀림없이 뭔가 낌새가 있었을 텐데. 그놈은 안에서 10년을 보냈어.

하루만 더 있으면 자유의 몸인데, 그 대신 탈옥수가 되었지.

잡히면 재판을 받고 또 감옥에 들어올 거야. 20년은 더 받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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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스펜서 파머. 간 크게도 현금 수송 트럭을 덮치고 7백만 달러를 훔친 강도단의 유일한 생존자. 역설적으로 운 없게도 현장에서 총을 맞고 3개월동안 정신을 잃은 채로 잡혀 있었던 남자. 그리고 악마도 변호할 수 있을 것 같은 변호사 덕분에 2급 살인죄로 10년 형만 선고받은 억수로 운 좋은 사람이 세간에 알려진 오디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감방 친구인 모스는 오디의 탈옥에 대해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의 행방을 알아내고자 하는 간수와 소장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 반, 이 인간들을 엿 먹이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이었다. 출소 전 하루를 남기고 탈옥한 친구의 기행은 곧 이상한 데서 그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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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된 대가로, 자넨 오디 파머를 찾아야 해."


"그리고 제가 찾아내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우리한테 연락해. 번호는 그 폰에 입력되어 있어."


"오디는 어떻게 되는데요?"


"그건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웹스터 씨. 자네는 이미 삼진 아웃을 당했어.

그런데 이제 다시 플레이트를 밟고 경기장으로 돌아올 기회를 얻은 거야.

오디 파머를 찾아내면 내가 책임지고 자네의 남은 형기를 탕감해주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당신을 믿어도 되는지 어떻게 알아요?"


"젊은이, 나는 방금 연방 감옥에 있던 자네를 자네가 오는지도 모르는

주립 감옥농장으로 이송시켰어.

내가 또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

파머를 찾아내지 못하면 자네의 가련한 여생은

텍사스에서 가장 고생스럽고 가장 야비한 교도소에서 보내게 될 거야. 알아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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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쥐도 새도 모르게 감옥에서 꺼낼 수 있는 권력자들이 오디 파머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모스는 촉이 온다. 10년 전 현장에서 사라져 버린 7백만 달러의 행방을 누군가가 찾고 있다는 것. 오디는 지난 10년동안 그 누구에게도 돈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은 오디가 가지고 있을 7백만 달러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오디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탐욕으로부터 무지한 사람처럼 굴었다. 허공에 뿌려진 안개나 다름이 없는 돈이었다. 그는 돈을 위해 탈옥을 한 게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헌신적인 남자였다.


<라이프 오어 데스>는 오디 파머가 10년 전 비극의 사건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유년 시절의 가족을 회상시키면서 비밀을 풀어 나간다. 작중 인물인 데자레의 불평처럼 가족의 단점은 은퇴가 없다는 말이 데자레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거라 생각했다. 은퇴할 수 없는 가족을 만나 인생이 망가진 한 가엾은 남자의 삶을 얘기하기 위한 전초선이었던 것이다. 가볍게 흘려 넘겼던 몇몇 말들이, 문장들이 사건이 풀리면서 핵심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허를 찌르는 복선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줄도 모르고 멍청이처럼 전개를 따라가던 나는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면서 여러 번 지뢰를 밟고 폭사했다.


불행한 삶 속에서도 오로지 행복과 진실로 살아가던 남자의 목표는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죄로 더럽혀지고 얼룩졌다 해도 기꺼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생이 늘 지뢰밭이었지만, 삶과 죽음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으며 치열하게 살아야했던 오디 파머라는 남자는 도대체 무슨 약속을 한 걸까. 인생을 저당잡힌 '약속'에 대한 의문은 그를 쫓는 추적자의 잔혹한 의도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돈, 사랑, 그리고 죄. 현금 7백만 달러와 죽은 이들에 대한 벌은 누구의 삶에 부여할 것인가. 무거운 추가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그 추가 추적자에게 기우는 순간,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를 고민하던 햄릿의 말처럼 절규로 가득찬 인생에 한 줄기 햇빛이 들어 차 진정으로 진실한 이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정의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의 또다른 작품인 <내 것이었던 소녀>를 리뷰할 때만 해도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었지, 이미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에 과감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든 때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허무맹랑한 점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더랬지.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엮은 것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맺었다는 게 너무 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라이프 오어 데스>는 달랐다. 인간의 죄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반영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거장은 산처럼 우뚝하니 그 자리를 유지하는 줄 알았는데 마이클 로보텀을 보고 내 생각이 편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거장은 진화한다. 대작을 명작으로 만드는 명필의 솜씨가 빛나기 때문에 거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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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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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잠복 근무를 하던 형사가 늦은 밤, 아무 소득 없이 귀가했다. 허탕친 일보다 피곤함이 우선이었던 그는 바닥에 쓰러진 물체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것은 밀대나 무거운 물건이 든 박스가 아니라 그의 처남이었다. 귀까지 찢어진 자상으로 피를 철철 흘린 시체였다. 남자는 집에 아내와 딸이 있다는 걸 기억했다. 정신없이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침대에서 총알 한 방에 영혼을 빼앗긴 아내를 발견했다. 아이는 방에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화장실에 갔을 때, 그는 모든 희망을 잃었다. 그의 아이가 눈을 부릅 뜬 채로 목이 졸려 죽어 있었으니까.


스릴러물의 대가 존 그리샴을 뛰어넘는 작가를 10년 안에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 적 없었다. 그런데 에이머스 데커를 탄생시킨 데이비드 발다치를 만날 줄이야! 존 그리샴을 탄생시킨 시대에 데이비드 발다치를 넣다니. 신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입으로는 신의 멍청함을 주절댔지만 입꼬리는 벌써 귀에 걸쳐져 있었다. 손에 접착제를 발라놓은 것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단순에 읽지 않으면 내 숨이 넘어갈 것 같아서 멈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저항할 기력이 없을 때까지 눈이 활자를 더듬거렸다.



"자살하고 싶습니다. 이게 다예요. 더는 할 말이 없네요."



처남, 아내, 아이까지 이 세상에 혈육이라고 생각할 수 있던 모든 이들을 한꺼번에 잃은 형사 에이머스 데커는 그대로 무너졌다. 2미터에 달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한참 넘는 몸무게, 지저분한 행색에 무성한 수염은 그의 망가진 인생을 대변했다. 허망함에 일을 그만두고, 팔지도 못하는 집을 버려두고 친구의 소파에 신세를 지다가 노숙자 쉼터, 공원 벤치, 그리고 이마트 주차장까지 점령하고 나서야 그는 눈을 떴다. 이렇게 살다간 아내와 딸한테 진짜 면목없겠다고. 그 이후 좁은 여관방이나마 집이라고 할 만한 데서 머물게 되었지만 특별히 더 나아진 것은 없었다. 그의 옛 동료 랭커스터가 나타나 16개월만에 그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가 자백했다고 말해주기 전까지.


3명을 끔찍하게 죽인 남자는 정신이상자였다. 데커가 세븐 일레븐에서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데커는 그가 진범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는 어린 시절 프로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 사고를 당해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다. 기억을 잊을 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에게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남자는 없다. 데커는 확신했다. 이 놈은 아니라는 걸. 그는 이제 자신의 기억 속에 있을 법한, 존재하지 않는 살인자를 추억해야 했다. 그에 발맞춰 음지에 숨어 있던 악독한 그림자가 연쇄 살인을 시작했다. 에이머스 데커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그림자 속 살인자. 치열한 머리 공방이 뇌 세포의 주름 하나하나 쥐어 짜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에이머스 데커를 알아가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에게는 여전히 그를 믿어주는 동료와 그의 자상함에 마음이 돌아서는 새 동료도 생겨났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깨닫는 것. 에이머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자신을 대놓고 망가진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꽃집에서 선물받은 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진심은 그가 얼마나 강인하고 따뜻한 사람인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내 입술은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데커, 괜찮아. 데커, 힘내. 데커, 달려.


데커와 동료들이 진실에 향해 서서히 살인자를 조이기 시작할 때 침이 바싹 말라왔다. 건드릴 때마다 '허탕이다, 등신아'라고 하듯 약올리는 범죄자의 흔적만 발견했는데 이제 제대로 뭔가 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베일이 벗겨졌다. 에이머스 데커란 별 볼일 없는 남자에게 세상의 모든 증오를 퍼붓고 있었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어이없는 말 한마디. 그것이 한 사람에게 비수가 되어 평생의 증오를 안게 했다는 게 얼떨떨해질 정도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구나. 동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 비뚤어진 마음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면, 작정하고 할퀸 말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오감이 저릿하게 읽어댄 후에도 엔딩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에이머스 데커가 연방정부의 정보원으로서 활약하는 데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한데 어디에도 시리즈나 후편 얘기가 없다. 엔딩에 불 지펴놓고 어줍잖게 끝을 내버리는 게 말이 되나. 치명적으로 멋진 데커가 다시 활약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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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그래놀라 - 가볍게 즐기는 건강한 한 끼
주하영 지음 / 로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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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고 결과만 기다릴때, 고3 학생들이 해야 하는 목표는 한 가지로 좁혀진다. 여자의 일생의 과업이라 불리는 다이어트의 길을 걷는 것이다. 필자는 고3때 7kg이 쪘다.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제한선이 점차 올라가다 60 마지노선에 간당간당할 때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다이어트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독하게 하되 굶지는 말자. 내 인생에 굶어 본 적은 없다. 굶을지언정 다이어트를 포기하리! 그리고 운동으로 관리하자. 이 마음으로 시작하니 한결 가벼워지더라. 그 때부터 다이어트에 좋다는 식품을 찾아 인터넷 바다를 헤맸다. 그 때 깨달았다. 세상엔 다이어트에 좋은 게 무지하게 많구나. 하나같이 맛 없는 것들로만!

 

어떻게든 건강식으로 먹어보려고 찾은 게 시리얼, 그래놀라, 뮤즐리였다. 시리얼은 입맛에 맞았지만 다이어트 하기에 적합한 식품군은 아니어서 일찌감치 제외시켰다. 그래놀라하고 뮤즐리 먹어가면서 살을 빼야 했다. 그런데 이게 또 어찌나 맛없는지. 제일 맛있다고 인터넷에서 소문난 제품을 샀는데도 너무 맛이 없어서 눈물이 났다. 내가 이러면서 살을 빼야 하나 자괴감도 들었다.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한 일념으로 꾸역꾸역 들이킨 덕택에 결국 원하는 대로 슬림해지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못할 지옥같은 경험이었다.

 

<에브리데이 그래놀라>는 나같은 어리석고 멍청한 다이어터에게 '뮤즐리란 게 말이다. 네가 요리할 마음과 의지와 실행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맛있게 되는 거란다.'라는 가르침을 선사하는 책이다. 비쥬얼도 비쥬얼이지만 건강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맛있다는 건 치밀하고도 끈기있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보상데이란 것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초반에 보상데이 때 인내심이 풀릴까 걱정된다면 책에 나와있는 간식이나 홈베이킹으로 속을 달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하아 이 탐스런 비쥬얼을 보라...)

 

난 다이어트 때도 두달밖에 간식을 못 끊었을 정도로 주전부리 매니아라 이런 다이어트식 디저트도 환영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밑바탕으로 된 그래놀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요리법이다. <에브리데이 그래놀라>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질질 짜내면서 다이어트 했던 짠내나는 내 그래놀라가 떠오른다. 멍청했던 과거의 나의 엉덩이를 찰지게 팡팡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놀라를 뭉텅이로 샀다가 낭패볼까봐 이미 뭉쳐져 있는 영양바를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말아주길 바란다. 영양바는 말 그대로 영양바일 뿐, 직접 만든 게 아니라면 그 작은 바를 1개만 먹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에브리데이 그래놀라>에는 보다 맛있는 요리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걱정 말고 그래놀라를 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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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 원장의 초간단 경혈파스 요법
이경제 지음 / 꿈꾸는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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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자가 치료하거나 예방에 있어서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필자의 어머니는 원래부터 자연식이나 스스로 치유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지 필자는 칼을 대야 하는 수술이 아니면 병원에 간 적이 없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왠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가 치료보다 병원비가 무서워서였다. 잠깐 일하다가 실수로 허리를 다친 적이 있을 때도 병원에 가지 않고 3주를 끙끙 앓았다. 생각해보면 그건 완전 쓸데없는 짓이었다. 제대로 치료하는 법을 알지도 않고 무작정 병원에만 안 간다는 건 몸을 버리는 짓이었다. 그래서 자가 치료에 대해서 궁금했다. 어떻게 병원에 가지 않고도 나 스스로를 잘 보살필 수 있을까. 파스 하나로 스스로를 보호해보자는 푸근한 인상의 원장님의 책 <초간단 경혈파스 요법>을 들춰 본 계기는 이토록 평범했다.


우선 경혈과 경락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해보자. 우리 육체에는 위치를 알려주는 경과 락이 존재한다. 경락은 맥, 기의 통로라고 생각하면 쉽다. 경혈이란 것은 몸의 경락 가운데 있는 기의 정거장들을 말하는 거란다. 더 쉽게 말하면 몸에 기가 흐르는데 유독 기가 모이는 곳을 경혈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근육을 심하게 써서 뭉친 곳이 있다는 느낌이 들다면 경혈을 발견한 것이다. 이 곳을 잘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건강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초간단 경혈파스 요법>은 경혈과 경락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파스를 사용한다. 파스라면, 약국에서 천원 몇 장으로 살 수 있는 그 파스가 맞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보니 오히려 그 효과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파스를 그냥 붙이는 것을 책으로 소개할 리가 있나. 이 책에서는 '파스 요법'이라 하여 침과는 달리 부착도 쉽고 강한 자극도 인지시켜주는 효과를 알려준다.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 잘라 쓸 수 있는 간편함이 요법이란 어려운 방식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원장님께서 직접 소개한 파스 자르는 요령이다. 1번은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파스를 작게 잘라 소형으로 만든 것이고 동전파스는 일본에 있는 것이라 한다. 파스의 공간이 아깝겠지만 동전파스를 원한다면 1번의 네모난 파스를 둥글게 자르는 것도 방법이다. 작고 사소한 질병뿐만 아니라 자칫 위험한 분야로 발전할 수 있는 부위까지 야무지게 도와줄 수 있는 파스 요법이다. 최근에 허리를 삐긋한 나는 허리 삐긋 부분을 특히나 주의 깊게 참고했다. 허리를 다쳤는데 파스를 붙이는 부위가 허리가 아닌 팔이나 무릎 뒤에 붙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니. 우리 몸은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오묘한 존재가 아닌가.


이 밖에도 면역력 강화, 심신안정에 따른 기력 회복, 여성의 신체 변화에 큰 도움을 주는 요법들이 많이 있으니 여성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들이 자가 치료를 하기 위해 이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듯 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의 몸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조금 더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분별하게 위험한 자가치료를 권하는 것이 아닌 간편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도서가 나온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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