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r Death (Paperback)
마이클 로보텀 / Mulholland Books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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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송 트럭을 갈취하고 경찰관을 사살한 강도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10년 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있다. 하루가 지나면 그는 출소할 예정이었다.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단 하루를 남겨두고 그는 탈옥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얌전히 복역하던 그가 왜 무슨 이유로 탈옥을 감행했던 걸까. 추격을 피해 바닷속에 몸을 던지 그에게 환상처럼 천사가 나타났다. 그리고 천사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약속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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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가 오늘 석방일인 거 자네도 알고 있었나?"


"예, 소장님."


"뭣 때문에 석방되기 전날 밤에 탈옥을 하지?"


"모르겠는데요."


"틀림없이 뭔가 낌새가 있었을 텐데. 그놈은 안에서 10년을 보냈어.

하루만 더 있으면 자유의 몸인데, 그 대신 탈옥수가 되었지.

잡히면 재판을 받고 또 감옥에 들어올 거야. 20년은 더 받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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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스펜서 파머. 간 크게도 현금 수송 트럭을 덮치고 7백만 달러를 훔친 강도단의 유일한 생존자. 역설적으로 운 없게도 현장에서 총을 맞고 3개월동안 정신을 잃은 채로 잡혀 있었던 남자. 그리고 악마도 변호할 수 있을 것 같은 변호사 덕분에 2급 살인죄로 10년 형만 선고받은 억수로 운 좋은 사람이 세간에 알려진 오디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감방 친구인 모스는 오디의 탈옥에 대해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의 행방을 알아내고자 하는 간수와 소장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 반, 이 인간들을 엿 먹이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이었다. 출소 전 하루를 남기고 탈옥한 친구의 기행은 곧 이상한 데서 그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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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된 대가로, 자넨 오디 파머를 찾아야 해."


"그리고 제가 찾아내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우리한테 연락해. 번호는 그 폰에 입력되어 있어."


"오디는 어떻게 되는데요?"


"그건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웹스터 씨. 자네는 이미 삼진 아웃을 당했어.

그런데 이제 다시 플레이트를 밟고 경기장으로 돌아올 기회를 얻은 거야.

오디 파머를 찾아내면 내가 책임지고 자네의 남은 형기를 탕감해주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당신을 믿어도 되는지 어떻게 알아요?"


"젊은이, 나는 방금 연방 감옥에 있던 자네를 자네가 오는지도 모르는

주립 감옥농장으로 이송시켰어.

내가 또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

파머를 찾아내지 못하면 자네의 가련한 여생은

텍사스에서 가장 고생스럽고 가장 야비한 교도소에서 보내게 될 거야. 알아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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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쥐도 새도 모르게 감옥에서 꺼낼 수 있는 권력자들이 오디 파머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모스는 촉이 온다. 10년 전 현장에서 사라져 버린 7백만 달러의 행방을 누군가가 찾고 있다는 것. 오디는 지난 10년동안 그 누구에게도 돈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은 오디가 가지고 있을 7백만 달러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오디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탐욕으로부터 무지한 사람처럼 굴었다. 허공에 뿌려진 안개나 다름이 없는 돈이었다. 그는 돈을 위해 탈옥을 한 게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헌신적인 남자였다.


<라이프 오어 데스>는 오디 파머가 10년 전 비극의 사건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유년 시절의 가족을 회상시키면서 비밀을 풀어 나간다. 작중 인물인 데자레의 불평처럼 가족의 단점은 은퇴가 없다는 말이 데자레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거라 생각했다. 은퇴할 수 없는 가족을 만나 인생이 망가진 한 가엾은 남자의 삶을 얘기하기 위한 전초선이었던 것이다. 가볍게 흘려 넘겼던 몇몇 말들이, 문장들이 사건이 풀리면서 핵심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허를 찌르는 복선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줄도 모르고 멍청이처럼 전개를 따라가던 나는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면서 여러 번 지뢰를 밟고 폭사했다.


불행한 삶 속에서도 오로지 행복과 진실로 살아가던 남자의 목표는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죄로 더럽혀지고 얼룩졌다 해도 기꺼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생이 늘 지뢰밭이었지만, 삶과 죽음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으며 치열하게 살아야했던 오디 파머라는 남자는 도대체 무슨 약속을 한 걸까. 인생을 저당잡힌 '약속'에 대한 의문은 그를 쫓는 추적자의 잔혹한 의도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돈, 사랑, 그리고 죄. 현금 7백만 달러와 죽은 이들에 대한 벌은 누구의 삶에 부여할 것인가. 무거운 추가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그 추가 추적자에게 기우는 순간,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를 고민하던 햄릿의 말처럼 절규로 가득찬 인생에 한 줄기 햇빛이 들어 차 진정으로 진실한 이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정의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의 또다른 작품인 <내 것이었던 소녀>를 리뷰할 때만 해도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었지, 이미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에 과감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든 때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허무맹랑한 점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더랬지.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엮은 것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맺었다는 게 너무 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라이프 오어 데스>는 달랐다. 인간의 죄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반영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거장은 산처럼 우뚝하니 그 자리를 유지하는 줄 알았는데 마이클 로보텀을 보고 내 생각이 편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거장은 진화한다. 대작을 명작으로 만드는 명필의 솜씨가 빛나기 때문에 거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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