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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최인호 작가는 글쓰기 능력이 탁월하여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그의 작품은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는데, ‘고래사냥’,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 밤’등이 있다. 수차례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나의 딸의 딸』은 40년간 적어 내려간 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딸의 딸에 대한 12년 사랑의 기록이다. 화가로 활동하는 그의 딸 최다혜의 그림이 실려 있어 의미 또한 남다르다. 비록 그가 침샘암으로 별세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낸 이 책이 그의 딸과 손녀에게 얼마나 값진 선물이자 보물이 되었을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웃음과 감동이 있는 책이다. 조만간 남편한테도 읽어 보라고 권할 것이다. 특히나 딸을 둔 아버지라면 꼭 읽어 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인호 작가님의 중단편집을 읽고 이 책을 구매하여 읽었는데, 단숨에 읽어 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 추가로 함께 구매했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와 ‘최인호의 인연’도 곧 읽을 계획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자 갑자기 시차를 뛰어넘어 훌륭히 성장한 다혜의 모습이 눈앞에 섬광처럼 떠올랐다. 얼핏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확인하여 했을 때는 그 짧은 찰나가 이미 재처럼 스러져버려 나는 마치 꿈과 같은 미로의 화랑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 p.17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지금 이름 모를 항구에 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있다. 돌아온 4월처럼 네 인생은 이제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들고 있다. 그렇다. 다혜야. 너는 이제 빛나는 꿈의 계절 속에 잠겨 있다. 무지개 계절 속에 잠겨 있다. 일 년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 계절에 홍역처럼 아플 것은 아프고, 독처럼 마실 것은 마셔서 배추벌레 속에서 나비가 솟아나듯 아름다운 낭자로 태어나거라. - p.92
너는 그렇게 눈이 멀어져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눈이 떠지고 있는 중이란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볼 수 없는, 오직 이 세상의 엄마만이 볼 수 있는 새 생명의 눈이 떠지고 있는 중이란다. 네 엄마도 한때는 딸이었고, 그 딸은 너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 그 엄마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단다. 이제 네 딸도 언젠가는 엄마가 되어 또 다른 딸을 낳게 될 것이다. 네 엄마의 엄마가 그러하였듯이.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그러하였듯이.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이란다. -p.218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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